나인테크, 35억 지키고 우군까지…관계사 활용 '1석2조'
영구CB 매수선택권 행사자로 아이비젼웍스 지정
협력 관계사로 지분 16.80% 보유한 2대주주
현금 부담 덜고 잠재 우호지분 확보
공개 2026-06-12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6월 09일 19: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이차전지 장비업체 나인테크(267320)가 관계사를 활용해 영구전환사채(CB) 회수에 필요한 현금 부담을 피하고 잠재 우호지분까지 챙겼다. 나인테크는 최근 2023년 발행한 제4회차 영구CB 일부에 대한 매수선택권 행사자로 아이비젼웍스(469750)를 지정했다. 아이비젼웍스는 곧바로 권면 30억원어치 CB를 인수했다.
 
나인테크는 아이비젼웍스 지분 16.80%를 보유한 2대주주다. 나인테크가 직접 매수선택권을 행사했다면 회사 자금 35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했지만 관계사를 행사자로 지정하면서 당장의 현금 유출을 피했다. 아이비젼웍스가 향후 전환권을 행사하면 나인테크 지분 1.79%를 확보할 수 있어 경영권 안정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유동성을 지키면서 잠재 우호지분까지 마련한 1석2조 포석으로 읽힌다.
 
나인테크 회사 홈페이지 모습.(사진=홈페이지)
 
관계사가 35억원 투입…시장가 웃돈 CB 인수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나인테크는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 2023년 8월14일 발행한 제4회차 사모 영구 전환사채(CB)에 대한 매수선택권 행사자로 아이비젼웍스를 지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같은 날 바로 아이비전웍스가 매수선택권을 행사하고, 제4회차 영구 CB 160억원 중 30억원을 총35억3426만원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아이비젼웍스가 나인테크의 관계사라는 점에서 이번 거래의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나인테크는 비전검사 장비 사업과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아이비젼웍스와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2024년 9월 아이비젼웍스가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면서 나인테크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뛰었다.
 
제4회차 영구CB의 최초 전환가액은 3613원이었지만 현재는 2904원까지 낮아졌다. 이는 나인테크가 영구 CB 발행 이후 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유증)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나인테크는 지난 2025년 2월 비즈마켓과 지아이에스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증을 진행했고, 당시 유증 발행가액이 주가 하락에 2904원으로 결정되면서 그 이전에 발행했던 영구 CB 전환가액도 2904원으로 하락했다.
 
전환가액이 낮아졌는데도 나인테크 주가는 이를 밑돌고 있다. 9일 종가는 2635원으로 전환가액보다 9.3% 낮다. 아이비젼웍스가 지급한 35억3426만원을 전환 가능 주식수로 나누면 실질 투입단가는 주당 3421원이다. 현재 주가보다 30%가량 높은 수준이다.
 
아이비젼웍스가 현 시점에서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평가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같은 금액으로 장내에서 나인테크 주식을 사들였다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CB에는 분배금 수익과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전환 선택권이 붙어 있어 일반 주식 매입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관계사가 시장가격을 크게 웃도는 비용을 감수하고 CB를 인수했다는 점은 단순 재무투자 이상의 목적을 짐작하게 한다.
 
이에 대해 나인테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콜옵션 30% 중에서 18억원은 이미 회사가 회수했고, 나머지 30억원을 아이비젼웍스에서 인수하는 것"이라며 "아이비젼웍스에서 나인테크가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 크게 기대감을 갖고 CB를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비젼웍스의 나인테크 CB 매수선택권 행사 관련 공시.(사진=전자공시시스템)
 
현금 지키고 잠재 우호지분까지
 
아이비젼웍스가 지급한 35억3426만원은 나인테크의 CB 원금과 이자를 대신 갚은 자금은 아니다. 돈은 기존 사채권자에게 지급됐고 영구CB 발행 잔액도 그대로 남아 있다. 나인테크에 돈을 받을 권리를 가진 사채권자만 기존 투자자에서 아이비젼웍스로 바뀌었다.
 
그러나 나인테크의 현금 흐름에는 차이가 생긴다. 나인테크가 직접 매수선택권을 행사했다면 35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CB를 회수해야 했다. 아이비젼웍스를 행사자로 지정하면서 회사는 현금을 쓰지 않고도 외부 투자자가 보유한 CB를 우호적인 관계사로 넘겼다. CB 자체는 남았지만 당장 회사 금고에서 빠져나갈 자금은 막은 것이다.
 
나인테크의 자금 사정을 감안하면 35억원은 가볍지 않은 규모다. 나인테크는 2023년과 2024년 연이어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00억원대에서 216억원으로 줄었고 부채비율도 상승했다. 2025년에는 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120억원 규모의 제6회차 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추가로 조달했다.
 
외부 조달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35억원 이상의 현금을 기존 CB 회수에 묶지 않은 것은 유동성 방어 측면에서 실익이 크다. 기존 사채권자를 관계사로 바꾸면서 향후 상환이나 전환을 둘러싼 협상 상대도 우호적인 주체로 교체했다.
 
경영권 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아이비젼웍스가 전환권을 행사하면 나인테크 보통주 103만3057주를 취득한다. 현재 발행주식수를 기준으로 한 지분율은 1.79%다. 전환청구기간은 2024년 8월15일부터 시작돼 현재도 주식 전환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아이비젼웍스는 향후 나인테크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위협받을 때 우호세력이 될 수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나인테크 최대주주는 박근노 대표이사로 지분율은 21.26%에 불과하다. 등기 임원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다 합쳐도 22.73%에 불과해 우호세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방식은 회사가 직접 회사 자금을 사용하지 않고, 우호세력 자금을 통해 우호지분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 사이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해당 CB는 영구채라는 점에서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발행일로 3년이 되는 날까지 연복리 5%, 이후 1년마다 1%포인트씩 금리가 높아지는 스탭업 조항이 있다. 나인테크 입장에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콜옵션을 행사해 관계사가 해당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소유하고 있는 것이 더 안전한 상황인 것이다.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에도 자본에는 변동이 없다.
 
이은종 법무법인 소울 회계사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이비젼웍스에 채무 부담 가능성을 안겨 주면서 나인테그에 대한 지분까지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라며 "보통 콜옵션은 발행한 회사가 보유하는 게 일반적이라서 이런 경우가 일반적인 것 같진 않다"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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