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동상이몽)②퇴직금 줘도 '남는 장사'…지주 효율화는 덤
희망퇴직 규모 대비 신입 채용 절반 수준
퇴직 비용 지출에도 그룹 효율화까지 챙겨
공개 2025-12-2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3일 16:4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도 은행권은 어김없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막대한 퇴직금과 위로금을 지급하면서도 이미 연례행사처럼 자리 잡은 모습이다. 표면적으로는 비대면 거래 확대, 인사 적체 해소, 인건비 부담 완화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정작 실적은 역대급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왜 희망퇴직을 반복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이에 <IB토마토>는 은행권 희망퇴직의 현황과 경제적 손익, 그리고 노사 간의 입장 차이를 들여다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은행권이 희망퇴직으로 비용 효율화를 단행한다. 급여 등 종업원 관련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매년 희망퇴직 규모 대비 신입 채용은 줄이고 있다. 덕분에 거액의 희망퇴직 비용을 지출함에도 불구하고, 그룹 효율화까지 챙겼다. 
 
4대 시중은행(사진=각 사)
 
판관비 중 인건비 비중 가장 높아
 
23일 각 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4대 시중은행의 판관비에서 급여와 복리후생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4%다. 판매관리비의 절반이 넘는다. 특히 급여에 퇴직급여 등을 포함한 종업권 관련 비용 비중은 60%까지 치솟는다. 
 
3분기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복리 후생비 포함 종업권 급여는 △국민은행 1조8167억원 △신한은행 1조5769억원 △우리은행 1조5695억원 △하나은행 1조3488억원 등이다. 4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의 급여 관련 비용이 가장 컸는데, 이 영향으로 관리비 총액의 규모도 가장 컸다.
 
국민은행은 급여 관련 비용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올해 은행권 희망퇴직 규모도 최대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1월 단행된 희망 퇴직에서 647명이 퇴직했다. 인력구조 개선을 통한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다. 지난 2021년 800명에 비해 줄어들었으나 매년 600명 넘는 인원이 희망퇴직을 택했다. 올 초 신한은행이 541명, 우리은행 429명, 하나은행 263명 등 4대 은행에서만 2000명 가까이 희망퇴직 대상자가 됐다.
 
신한은행도 최근 새해 희망퇴직자 접수를 받았다. 2026년 1월2일자로 퇴직이 예정돼 있다. 부지점장 이상 직원 중 근속 15년 이상, 1967년 출생 직원이 대상이다. 특히 일반 직원은 만 40세부터다.
 
신한은행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보수지급급액 5억원 이상 중 상위 5명 중에서도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제외하면 4명이 퇴직직원이다. 지점장과 커뮤니티장으로, 각각 7억9600만원, 8억2300만원, 8억1200만원, 7억9900만원의 퇴직소득을 받았다.
 
보수지급 금액이 가장 큰 퇴직직원의 경우 급여와 상여 등을 포함해 9억2500만원을 수령했다. 평균 임금 및 근속기간에 따라 지급하는 규정퇴직금과 평균임금에 년생별 월수를 곱한 특별퇴직금을 포함한 규모다. 
 
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도 9억9600만원, 우리은행 9억9600만원, 하나은행 11억2200만원을 퇴직 직원에게 지급했다. 이들 역시 퇴직금이 수령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4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의 지급액 규모가 가장 컸다. 31년 이상 근무한 부점장급 퇴직직원으로, 퇴직소득만 10억6000만원에 달한다.
 
신입 직원 채용 줄여 지주 경영효율까지 덤으로
 
은행에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덕분에 지주도 이익경비율을 개선하게 됐다. 특히 신입 직원 채용 규모를 줄여 효과가 극대화 되는 추세다. 본점 이외 직원들은 대부분 영업점에서 근무하게 돼 인원 대부분이 지점에 쏠려있다. 하지만 지점 수가 줄어들면서 필요 인원도 감소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올해 공채 인원은 약 1100명이다. 지난해에 이어 재차 채용 규모를 줄였다. 단순 계산해도 신입 채용 인원은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나간 인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디지털화 영향도 받았다. 시중은행 종업원 수 감소세가 뚜렷하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민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1만6207명에서 올 상반기 1만5586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도 1만3596명에서 1만3139명으로, 우리은행은 1만4335명에서 1만4046명으로 줄었다. 하나은행은 1만2496명에서 1만2530명으로 늘었으나, 희망퇴직을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눈 데 따른 영향으로, 1년 전인 지난해 상반기 말 1만2598명에 비하면 줄어들었다. 
 
신입직원의 초봉은 약 5000만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장기 근속자의 연봉에 비해 적은 데다, 채용 규모까지 줄여 비용을 효율화 수 있었다. 4대 시중은행이 지주 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지주의 비용효율성은 모두 5년간 크게 개선됐다. 2020년 말 KB금융(105560)의 CIR는 54.7%에서 올 3분기 말 37.2%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055550) 37.3%, 우리금융지주(316140) 43.1%, 하나금융지주(086790) 38.8%로 일괄 개선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실질적으로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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