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템, 주주환원 강화…용인 공장 투자 포석 깔았다
보통주 1주당 신주 2주 배정 무증에 주가도 호재
용인 공장 920억원 투자 등 외부자금 조달 필요성
후방산업 구조적 한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
공개 2025-12-2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3일 16:2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준하 기자] 반도체 공정 습도 제어 솔루션 기업 저스템(417840)이 상장 이후 첫 무상증자에 나섰다. 시장은 이를 주주친화적 행보로 해석하는 분위기이며 무상증자 발표 당일 주가가 2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용인에서의 대규모 공장 투자 계획을 위한 외부자금 조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저스템이 속한 후방산업 특유의 실적 변동성은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사진=저스템)
 
실적 반등 속 첫 무상증자…주주친화 행보로 향후 자금조달 유리해지나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저스템은 지난 18일 이사회에서 보통주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의했다. 2022년 코스닥 상장 이후 첫 무상증자다.
 
이번 무상증자는 실적 회복세에 따른 주주친화 정책의 성격이 강하다. 저스템의 실적은 올해 들어 반등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3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3억원, 3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설비투자가 이어지면서 주력 제품인 N2 Purge(질소 퍼지) 시스템의 수주가 견조했기 때문이다. 질소 퍼지 시스템은 반도체 장비 내부의 산소와 수분의 농도를 낮춰 수율을 높이는 장치다.
 
무상증자는 장부상 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주식 수를 늘리는 행위다. 일반적으로 주식 수가 늘어난 만큼 주가가 낮아져 거래가 활발해지고 유동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 회사 재무상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주주는 추가 비용 없이 주식 수를 늘릴 수 있어 무상증자는 보통 단기적인 호재로 여겨진다. 무상증자 발표 당일인 지난 18일 저스템의 주가는 20.77% 상승했다.
 
이러한 주주 친화적 기조가 향후 필요 시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과정에서 투자자 수용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저스템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저스템은 지난 5월 ‘제2용인테크노밸리 일반산업단지’ 부지를 270억원에 양수했다. 공장 설립에 총 920억원이 투자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여전히 수백억원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3분기 기준 저스템의 자산 총계는 843억원으로 자체 자금만으로 공장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 부채비율은 60%로 안정적이지만 유동성이 풍부한 편은 아니다.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쳐도 67억원 수준이고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금융부채가 189억원, 유동성전환사채는 42억원이다. 지난 4월에는 연구개발과 운전자금, 전환사채 상환을 위해 1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조달한 바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2025년도 국가 첨단전략산업 소부장 중소중견기업 투자지원금 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국비 지원을 받게 됐지만 지원한도는 기업당 총 200억원에 투자 건당 150억원에 그친다. 900억원이 넘는 공장 건설 비용을 위해 외부자금 조달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2년 부진한 실적…강소기업이지만 후방산업 한계도
 
지난 2년간 부진했던 실적도 외부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더한다. 저스템은 2022년까지 연간 매출 400억원대 중반, 영업이익 7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2023년에 매출이 300억원대로 감소했고 영업이익이 3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영업손실 46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비용 증가가 꼽힌다. 원재료비와 조립 외주비 등이 늘어나 원가를 끌어올렸고 급여 및 퇴직급여, 유·무형자산 상각비 등도 늘며 부담이 됐다. 경상연구개발비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인건비와 상각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경상연구개발비는 2022년 25억원, 2023년 36억원, 2024년 43억원으로 늘어났다.
 
다만 올해는 수출 확대를 중심으로 실적이 회복되는 모습이다. 3분기 누적 기준 수출액이 172억원으로 내수 매출 168억원을 처음으로 웃돌았다. 수출액은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수출액을 넘었다. 이는 핵심 제품 JFS가 해외 IDM에 채택돼 지난해부터 양산에 들어간 데다 중화권 등 신규 해외시장 진입에 성공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JFS는 EFEM(웨이퍼 이송 모듈) 내부 기류를 제어해 웨이퍼 용기 내부 습도를 5% 또는 1% 이하로 낮추는 장치다. 지난해 기준 JFS 누적 공급 대수는 700대 이상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선도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대상으로 올해 3분기까지 16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존의 1세대 질소 퍼지 시스템인 LPM에 이어 2세대 JFS까지 공급 범위를 넓혔다.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도 확고하다. 저스템은 국내 IDM 시장에서 1세대 질소 퍼지 시스템 기준 점유율 85%를 차지한다. 사실상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 사이에서 기술 표준으로 통하는 셈이다. 300건 이상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며 ‘기술적 해자’를 구축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저스템은 전형적인 후방산업 업체로 반도체 제조사의 설비투자 사이클에 실적 변동성이 크다. 반도체 산업은 수요의 증가에 따라 설비투자가 확대됐다가 공급과잉 국면에서 침체를 겪고, 이후 단가 하락으로 다시 경기가 회복되는 패턴을 보여 왔다. 실제로 저스템의 핵심 고객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관련 매출은 2022년 182억원에서 2023년 99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가 2024년 다시 145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변동성이 컸다.
 
<IB토마토>는 저스템 측에 향후 자금조달 계획과 과거 실적에 대한 내부평가 등을 문의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준하 기자 jha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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