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F&B 시장이 소비 둔화와 비용 부담으로 전반적인 침체 국면인 가운데,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PE)가 KFC코리아 매각을 통해 투자금 대비 약 3배 회수에 성공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케스트라PE는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그룹과 KFC코리아 지분 100%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 금액은 2000억원대로, 인수대금 납입(클로징)은 새해 1분기 중 완료될 예정이다. 오케스트라PE는 지난 2023년 KG그룹으로부터 KFC코리아를 약 700억원에 인수한 만큼, 2년 반 만에 약 3배에 달하는 투자 회수 성과를 거두게 됐다.
(사진=KFC코리아)
KFC코리아, 직영 구조 한계 넘고 수익성으로 증명
KFC코리아가 장기간 부진을 겪었던 배경에는 40년 가까이 유지해 온 직영점 중심의 사업 구조가 있었다. 직영점 체제는 본사가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를 직접 부담해야 해 수익성이 낮고, 가맹점 방식에 비해 출점 속도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롯데리아와 맘스터치가 전국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KFC코리아의 매장 수는 인수 당해인 2023년 말 기준 200개에도 미치지 못했다.
오케스트라PE는 인수 이후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손질했다. 글로벌 본사인 얌브랜즈와의 협의를 거쳐 프랜차이즈(가맹) 사업 진출을 결정했고, 지난해 4월 서울 문정역점이 KFC코리아의 첫 가맹점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가맹 사업은 빠르게 확대돼 현재 가맹점 수는 28곳으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직영 매장은 구조조정과 리뉴얼을 병행했다.
그 결과, KFC코리아의 전체 매장 수는 올 10월 말 기준 직영점 198개와 가맹점 26개를 합쳐 총 224개 수준이다. 지난해 말 202개에 비해 올해 들어 스무 곳 넘게 늘었다. 브랜드 최초로 다점포 가맹 경영주가 등장하는 등 가맹 사업이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진행한 프로모션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KFC코리아에 따르면 6월까지 앱 다운로드 수는 월 평균 약 10만6000건으로 지난해보다 79% 늘어났고 신규 가입자는 43만6000명 수준으로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을 개선하고 애플리케이션(앱) 혜택을 강화해 앱 유입과 회원 수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것이 KFC코리아 측 설명이다.
실적 개선은 숫자로 확인됐다. KFC코리아의 올해 상반기 매출 규모는 1678억원, 영업이익은 93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각각 19.2%와 39.7% 향상됐다. 오케스트라PE가 인수한 첫 해 영업이익이 29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빠른 성장세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멀티플은 오케스트라PE 입장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EBITDA 규모가 460억원임을 고려하면 멀티플은 5~6배 수준, 올해 상반기 EBITDA(141억원) 규모를 연 환산해 적용할 경우 멀티플은 8~10배 수준이다.
눈높이 조정 이뤄지는 F&B 매물…불황기 속 엑시트 '성공적'
이번 KFC코리아 매각은 불황기 속 엑시트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F&B 호황기였던 2019년 맘스터치 매각 당시에는 EBITDA 10배 안팎의 멀티플이 적용됐고, 2022년 버거킹코리아 매각 때는 12배 수준의 멀티플이 인정됐지만, 최근에는 5~7배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이견으로 거래가 깨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 운영사 노랑푸드는 큐캐피탈파트너스·코스톤아시아가 지분 100% 매각을 추진했지만, 필리핀 졸리비그룹과의 가격 눈높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거래가 결렬됐다. 매도자는 1500억원 이상을 기대했으나, 원매자는 1000억원 미만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EBITDA 143억원을 기준으로 멀티플 7배 이하가 원매자 눈높이였던 셈이다.
최근 F&B 시장에서는 전반적인 매각가 눈높이가 하향 조정되는 흐름이다. H&Q파트너스에 매각된 파이브가이즈코리아는 당초 1000억원 수준의 가격을 기대했지만, 최종적으로는 600~700억원대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 JKL파트너스가 인수한 런던베이글뮤지엄 역시 매도자 측이 3000억원 안팎을 희망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2000억원 정도로 조정되며 거래가 성사됐다.
이에 업계선 최근 F&B 시장에서 형성되는 평균 EBITDA 멀티플이 5~7배 수준임을 감안해, 과도한 기대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자연스러운 몸값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금 시장에서는 F&B 프랜차이즈에 두 자릿수 멀티플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2년 반 만에 투자 원금 대비 3배 회수를 만들어낸 거래 만으로 불황기 F&B 엑시트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