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현대차증권(001500)이 채권 조직 축소를 단행한다. 기존 4개 팀을 2개로 줄인다. 업계에선 임원 간 갈등이 불을 지폈다고 전해지지만 업무 효율화가 목적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대규모 전문인력 이탈로 맨파워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 특성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증권, 갑작스러운 채권 조직 축소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산하 채권 조직을 개편한다. 현대차증권은 채권산업실 산하 ▲채권금융1팀 ▲채권금융2팀 ▲캐피탈마켓팀 ▲멀티솔루션팀 중 멀티솔루션팀을 제외한 3개 팀을 타 부서와 통폐합하는 조직개편을 진행하며 채권 조직 일원화를 예고했다.
(사진=현대차증권)
현대차증권은 이번 채권부서 “채권사업실 산하 4개팀의 중개업무가 중복으로 이뤄지고 있었다”라며 “업무 효율화를 통한 채권 운용업무 일원화”가 조직 개편 목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 현대차증권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운용을 비롯한 운용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이 같은 입장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갑작스러운 조직개편에 증권업계에선 우선적으로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인한 보유 채권 평가손실이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채권 평가차익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이 시중 금리 변동에 따른 시장가치에 따라 손실 또는 차익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기발행 채권의 경우 시중 금리가 오르면 채권의 평가 가치가 낮아진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평가가치는 오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AA-급 회사채 금리는 22일 기준 3.515%로 연중 최고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채권금리의 바로미터가 되는 국고채 3년물도 2.999%로 3% 내외를 유지 중이다. 실제 현대차증권의 3분기 채권 평가손실은 이전 2분기 97억원 흑자에서 3분기 –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한정된 딜로 인한 팀 간 경쟁 과열 '원인'
일각에서 제기된 채권 평가손실로 인한 조직 축소는 3분기 실적을 고려하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실적을 보면 당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9% 증가한 533억원을 기록했다.
2025년 3분기 현대차증권 IR 자료 사진=현대차증권)
특히 현대차증권의 주요 사업부문인 기업금융(IB)과 운용부문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8.9%, 23.3% 증가했다. 이는 기발행 보유 채권을 셀다운으로 빠르게 소화한 한편, 신규 인수 채권 규모를 키워 수수료 수익을 늘린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에 업계에선 팀 간 과도한 경쟁이 축소 이유로 언급된다. 현대차증권은 퇴직연금의 기초 자산이 되는 금융채 인수 실적이 탁월한데, 독립적 운영으로 인해 팀 간 불협화음이 커졌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은행이나 금융채는 시장의 선호도가 높지만 발행 규모는 한정적이다. 리스크는 적지만 인수가 곧 실적과 순이익으로 이어지는 딜에서 채권 인수를 두고 다툼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회사 차원에서 문제가 된 팀들을 정리하고 방식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전해진다.
새해 실적 축소 전망…추후 조직 재정비 예상
효율화든, 징벌적 축소든 채권 조직 인력이 줄면서 관련 사업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채권 운용의 경우 전적으로 인력에 의존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 영업의 핵심 임원과 팀이 회사를 이번 개편으로 조직을 떠난 상황이다.
현대차증권이 2023년 영입한 최모 상무는 이전
다올투자증권(030210)에서 '채권 영업왕'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최 상무는 특히 은행채와 금융채 인수에서 탁월한 실적을 보였다. 이에 현대차증권은 기존
현대차(005380)그룹 계열사 채권 인수를 넘어 금융사 채권 인수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사세를 키웠다.
현대차증권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채권 거래 규모는 8318억원이다. 이는 작년 3분기까지 기록한 5902억원 대비 40.9%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차증권은 그간 퇴직연금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채권 운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이어왔다.
현대차증권 2025년 사업부문별 수익실적 (사진=한국신용평가)
실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5년 내 현대차증권의 운용부문 사업수익은 2021년 733억원에서 2023년엔 1344억원까지 늘어나 주요 사업부문 중 투자중개를 제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IB토마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올해 11월까지 금융사 회사채 인수 총액은 604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 551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최 상무와 팀의 이탈로 당분간 현대차증권의 채권 운용은 예전처럼 현대차그룹 발행 채권 인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통상적으로 해오던 거래는 가능할지 몰라도 확장기에 수임했던 거래는 불확실해졌다"라며 "단기적으로는 새해 채권 인수 사업부터 차질이 불가피해보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직 축소가 한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예상치 못한 담당 임원진의 이탈이 있었지만, 채권 관련 사업이 확대된 상황이라 그대로 두기 어렵다는 평가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예기치 못한 인원 이탈이 있었지만 이는 단기적일 것"이라며 "사업특성상 조만간 전문인력을 다시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