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건설, 진천 PF서 '책임준공만'…금융 리스크와 선 긋기
진천 물류센터 PF서 준공 실패 시 조건부 채무 인수만
기타 PF에서 반복됐던 자금보충·분양가 보장과 달라
PF 총량도 줄어…금융 리스크 차단 분위기
공개 2025-12-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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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소윤 기자] KCC건설(021320)이 충북 진천 광혜원 물류센터 개발사업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책임준공 의무에 한정된 조건부 채무보증 구조를 택했다. 과거 기타사업 PF에서 자금보충이나 채무인수 등 금융 리스크를 함께 부담했던 것과 달리, 이번 사업에서는 사실상 '시공사 역할'에만 한정해 참여하는 구조로 해석된다.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 (사진=KCC건설)
 
시공은 KCC건설, 시행은 PFV…금융 부담은 증권사로 분리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C건설은 충북 진천 광혜원 물류센터 신축 사업과 관련해 시행사인 센트럴허브피에프브이㈜가 받은 PF 대출에 대해 '조건부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이는 공사를 제때 마치지 못할 경우에 한해, 해당 사업의 대출 원리금을 대신 갚겠다는 약정이다. 분양 부진이나 차환 실패 등 금융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자금 투입이나 채무 인수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자금보충·채무인수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이번 PF 대출 규모는 약 4090억원으로 KCC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약 5086억원)의 80% 수준에 해당한다.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해당 보증이 실제 부담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공사가 지연될 경우에만 지연 일수에 따라 KCC건설의 책임 범위가 산정되며, 지연이 90일을 넘길 때에만 미상환 대출잔액 전액을 인수하도록 설계돼 있다. 채무보증 기간은 PF 대출이 최초 실행되는 2025년 12월부터 약 3년간이다.
 
무엇보다 해당 물류센터 PF는 유동화증권 발행과 차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금융 리스크가 먼저 증권사 단계에서 흡수되도록 이미 안전장치를 설계했다. 시행사가 받은 대출채권을 기초로 단기 유동화증권(ABSTB)을 발행하고,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새 증권으로 기존 자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차환 구조는 2025년 말부터 약 4년 반 동안 총 18회에 걸쳐 반복되며, 각 회차마다 'A2+(sf) 등급'을 부여받았다. A2+(sf) 등급은 단기 유동화증권 가운데 적기 상환능력이 우수해, 단기적으로 상환 불이행 가능성이 낮은 투자등급을 의미한다. 이번 딜에서는 증권사의 매입확약·유동성 지원 등 구조 덕분에 이 등급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즉 공사를 맡은 KCC건설은 시공 리스크를, 시행사인 센트럴허브피에프브이㈜는 사업 전반을 책임진다. 금융 구조 측면에서는 유진투자증권이 대출 유동화와 차환 과정의 유동성 관리를 맡고, 이를 위해 챔피언거제㈜라는 전용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챔피언거제는 사업이나 공사에 관여하지 않고, 금융 구조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장치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과거 기타사업 PF와 달라진 설계…금융 리스크 걷어내
 
그간 KCC건설의 PF 구조는 시공 역할을 넘어 금융 리스크까지 함께 떠안는 방식이 적지 않았다. 주택·기타사업을 중심으로 자금보충이나 채무인수, 분양가 보장성 약정이 반복적으로 포함되며, 사업 성과가 악화될 경우 공사 지연과 무관하게 금융 부담이 곧바로 현실화되는 구조였다. 
 
일단 KCC건설은 전반적으로 PF 보증 부담을 줄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PF 보증금액 총액은 6977억원이었으나, 이번 분기에는 5027억원으로 27% 가량 감소했다. 보증금액이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건설사가 떠안을 수 있는 최대 책임 범위를 의미한다. 특히 단독 기타사업 PF에서 축소 폭이 컸다. 기타사업 PF의 대출잔액은 전기 말 3869억원에서 1870억원으로 줄어들며, 실제로 사업장에서 빌려 쓰고 있는 PF 자금 규모 자체가 크게 축소된 모습이다.
 
KCC건설의 기타사업 PF를 보면, 과거에는 사업장 성격에 따라 금융 리스크를 직접 떠안는 구조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대구 '수성의숲', 광주 '코크렙상무' 공동주택 사업은 자금보충 약정이 붙어 있다. 분양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 집값이 분양가보다 낮아질 경우, 수분양자가 재매입을 요구할 수 있고 시행사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건설사가 대신 분양대금을 보전하는 구조다. 이는 단순 시공 책임을 넘어 분양 성과와 시장 가격 하락 위험까지 건설사가 떠안는 방식이다. 
 
서울 남산PFV, HS도시개발 사업장 역시 채무인수 구조로, 시행사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건설사가 PF 채무를 직접 인수해야 하는 형태였다. 이들 사업에서는 공사 지연 여부와 무관하게, 금융 리스크가 곧바로 KCC건설의 재무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었다. 실제 이 중 일부 기타 PF사업장(대구 PF 등)에서는 금융 리스크가 부각된 사례도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진천 광혜원 물류센터 PF에서 자금보충과 분양가 보장을 배제하고 사실상 책임준공에만 한정한 구조는, 과거 경험을 통해 리스크 노출 범위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으로 읽힌다.
 
KCC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물류센터 PF에서 당사는 사실상 도급 형태의 시공사 역할에 가깝다"며 "자금보충이나 분양가 보장 등 사업 성과와 연동된 금융 약정은 없고, 공사 지연 시에만 제한적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PF 규모도 확대하기보다는 관리·축소하는 기조 속에서, 사업별로 리스크 선을 명확히 구분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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