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넷마블에프앤씨의 완전자본잠식이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메타버스 신사업을 추진하는 자회사들에 대한 자금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메타버스랩스에 운영자금을 대여한 뒤 상환기한을 잇따라 연장하며 연명 지원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더욱이 넷마블에프앤씨 자체도 모회사
넷마블(251270)에 단기 차입을 요청할 만큼 재무 여건이 악화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사업 육성을 위한 계열 지원이 오히려 재무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수익성 개선과 구조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넷마블)
자금지원 이어가는 에프앤씨도 '자본잠식' 수렁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넷마블에프앤씨가 최근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메타랩스로부터 차입금을 돌려 받는 시기를 연장했다. 자금을 지원했던 두 회사 모두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상환기한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넷마블에프앤씨는 메타버스랩스에 자금 30억원을 대여해줬다고 공시했다. 지난 2022년 12월9일 최초 대여해줬지만 이번 공시를 포함해 두 번이나 연장이 미뤄졌다. 이로 인해 자금 대여 기간은 내년 12월까지로 연장했다. 이번 건을 포함해 총 대여금액은 168억원에 달하며 이자율은 4.6%에 이른다.
지난 10월에도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 30억원 규모 자금의 대여기간을 2026년 10월 말로 연장한 바 있다. 지난 2024년 10월30일자로 체결한 금전소비대차계약의 상환기한을 한 차례 늘린 것이다. 이를 포함한 총 대여금액은 65억원으로 이자율은 메타버스랩과 동일한 4.6%가 적용됐다.
넷마블에프앤씨가 메타버스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에 대한 운영금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넷마블에프앤씨 역시 넷마블에서 운영목적으로 자금을 차입해 오는 상황이다. 지난 11월20일에는 넷마블로부터 28억원을 단기 차입해왔다. 앞서 지난 5월(20억원)과 6월(60억원)에만 총 80억원을 차입해왔다. 올해 상반기에 조달한 총 차입규모만 108억원에 달한다.
넷마블에프앤씨는 넷마블로부터, 메타버스랩과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넷마블에프앤씨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넷마블 → 넷마블에프앤씨 → 메타버스랩과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구조다. 현재 넷마블은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FCF) 창출 능력과 재무지표를 유지하고 있지만, 넷마블에프앤씨의 경우 완전자본잠식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신사업 낙점했지만…자회사 부진 지속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의 융합 공간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사회·문화·경제 활동에 대한 디지털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세계 또는 플랫폼이다. 코로나19 상황과 디지털 전환 흐름 속에서 등장한 메타버스는 높은 시장의 기대감을 받았다. 넷마블도 일찌감치 신사업으로 메타버스를 낙점했지만 해당 산업은 서비스 개발을 위한 기술적 한계와 서비스 다양성 부족으로 인한 회의론 등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넷마블에프앤씨는 지난 2021년 메타버스를 신사업으로 삼고 메타버스월드를 비롯해 메타버스게임즈,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랩스 등 자회사를 운영해왔지만 지난해 초 낮은 수익성 등을 이유로 메타버스월드를 해산했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월드 전 직원 70명가량에 권고사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버스월드 청산 전인 지난 2022년 연간 매출액은 6억5401만원에 그친 반면, 당기순손실은 357억원을 넘어섰다. 매출의 50배가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메타버스월드가 운영하던 큐브 플랫폼 사업은 해산 후 넷마블에프엔씨의 다른 자회사 메타버스랩스에서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정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말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메타버스랩스 등 종속회사 실적이 반영된 넷마블에프앤씨의 매출액은 70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02억원) 대비 11.60% 감소했다. 분기순손실은 9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39억원) 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3분기 말 -77억원에 불과했던 자본총계는 올해 3분기 말 -181억원으로 확대됐다.
버추얼 아이돌 매니지먼트 등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를 전개하는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도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 26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28억원) 대비 9배 이상 늘었지만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기타비용이 8억원에서 315억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당기순손실은 72억원에서 267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지난해 말 결손금은 448억원으로 전년(181억원)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넷마블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메타버스엔터와 메타랩스는 운영을 유지하고 있고 각 법인의 향후 사업 추진 상황과 재무 여건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라며 "자회사 간 자금은 내부 재투자라기보다는 운영 자금의 일시적 지원 형태이며 모든 자금은 계약에 따른 상환 조건과 절차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