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CIP 폭증…사업 축 '하이테크'로 이동
CIP 4340억원→6343억원…건설업계 '최상위 수준'
반도체·가스 등 사업축 재편…하이테크 비중 절반 넘어
주택 매출은 솔루션으로 통합하고 산출조차 안 해
공개 2025-12-0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4일 16:5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SK에코플랜트의 건설중인자산(CIP) 잔액이 올해 3분기에 급격히 확대됐다. 올 한 해에만 수천억원이 반영돼, 규모 자체가 다른 대형 건설사를 뚜렷하게 앞선다. 이는 단순한 공정 진행이 아니라, 회사의 사업 무게가 반도체 중심의 하이테크로 완전히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반도체 소재·산업가스·해상풍력 등 고난도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공사 단계에 들어서면서 SK에코플랜트의 핵심 사업 축이 하이테크로 본격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SK에코플랜트 서울 중구 본사(사진=SK에코플랜트)
 
CIP 폭증, 주택 아닌 반도체·해상풍력 자회사 효과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건설중인자산(CIP)은 올해 3분기 말 634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4340억원에서 1년도 되지 않아 2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은 46%를 넘는다. 단일 연도 기준으로 주요 건설사 가운데서도 가장 큰 잔액규모다. 전체 유형자산(1조9129억원) 중에서도 CIP 비중이 33%로 가장 높으며, 다른 유형자산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인 가운데 건설 중인자산만 유독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CIP는 대규모 EPC 공정이 본격화하면 초기 자재·장비 비용이 잔액으로 반영되는 계정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통상적으로 건설 중인자산 규모가 연간 수백억~1천억대 수준에 머문다. 실제 현대건설의 올해 CIP 관련 취득액은 1034억원, 대우건설은 975억원(유형자산 취득액 기준) 수준이었다. SK에코플랜트의 CIP 잔액이 이 범위를 크게 웃도는 것은 업계 평균과 다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이는 회사의 사업 구조 변화와 맞물린 흐름으로 해석된다. 주택·건축 공정은 비용이 단계적으로 반영되지만, 반도체·산업가스·에너지·해상풍력 등 하이테크 공정은 착수 시점에 필요한 설비가 대규모로 계상되면서 건설중인자산 잔액이 크게 불어나는 특징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주택 비중을 20% 안팎으로 낮추고 하이테크 투자를 늘려온 점을 감안하면, CIP 잔액 확대는 이러한 전환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측은 이번 CIP 증가분 대부분이 자회사 SK에어플러스의 설비 투자 확대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용 산업가스 생산라인 증설 과정에서 필요한 설비가 회계상 건설중인자산으로 대거 잡혔다는 것이다. SK에어플러스는 지난해 7월 SK그룹에서 현물출자 방식으로 편입된 반도체용 산업가스 제조 자회사다. 또 현재 SK에코플랜트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반도체 인프라 프로젝트에도 잇달아 참여하고 있어, 향후 관련 공사비가 CIP 잔액에 추가 반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CIP 급증분은 자회사인 SK에어플러스에서 발생한 투자로 반도체용 소재 생산라인 구축 과정에서 초기 설비 투입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며 "또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자회사인 SK오션플랜트 투자도 일부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이테크 부문 매출 절반 이상 차지…주택은 산출도 중단
 
이 같은 변화는 매출 구조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회사는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꾼 이후 주택 부문을 핵심 사업에서 점진적으로 비켜내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건축·주택 매출은 솔루션 부문으로 통합됐다. 실제 건축·주택 매출 비중은 2021년 31.6%에서 2022년 20.7%, 2023년 23.6%, 2024년 21.01%로 낮아지며 주택 중심 구조에서 꾸준히 멀어졌다. 올해 3분기에는 솔루션 부문에서 건축·주택 매출이 아예 별도로 집계되지도 않았다. 회사 내부에서도 주택이 더 이상 주요 사업으로 간주되지 않는 흐름이 자리 잡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신 이번 분기에는 하이테크 부문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3분기 누적 기준 하이테크 매출은 4조7000억원을 넘기며 전체 연결매출(8조7927억원)의 약 54%를 차지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4000억원대에 머물렀던 하이테크 매출이 10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주택·건축 사업이 들어간 솔루션 부문 매출은 4조1227억원대에서 2조5547억원대로 줄며 비중이 30% 아래로 내려앉았다. 하이테크 비중이 단숨에 주력 사업의 위치로 올라서며, SK에코플랜트의 사업 중심이 기술집약형 EPC로 실질적으로 전환됐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SK에코플랜트의 전환은 환경사업을 전면에 세우던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폐기물 소각·처리업체 네 곳을 인수하며 환경 인프라를 주력 사업으로 올려세웠지만, 회수 기간이 길고 수익 속도가 느리다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이후 주택·건축 실적 변동성까지 겹치면서 회사는 새로운 성장축을 다시 모색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환경 중심 구조로는 장기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결정적 변화는 지난 2024년 하반기 부터였다. SK㈜가 보유하던 에센코어(반도체 메모리 모듈·SSD 생산)와 SK에어플러스(반도체 제조용 산업가스)를 SK에코플랜트에 현물출자 형식으로 편입시키면서, 회사의 사업 축이 명확히 하이테크로 기울기 시작했다. 여기에 SK테스(반도체·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와의 협업까지 더해지며, 'EPC·가스·모듈·리사이클링'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밸류체인'이 하나의 축으로 정렬됐다. 이 시기부터 시장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사실상 반도체 중심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하이테크 포트폴리오를 좀 더 촘촘하게 다져가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일 반도체 핵심 공정에 쓰이는 소재 기업 4곳(SK트리켐·SK레조낙·SK머티리얼즈제이엔씨·SK머티리얼즈퍼포먼스)을 추가 편입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등 투자 확대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청주·용인 반도체 공장 라인 확대와 자회사 편입 효과가 본격 반영되면서 하이테크 중심의 수익 구조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 부문에 대해서는 "별도 산정이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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