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그룹, 창업주 별세 후 상속세 폭탄…'고배당 카드' 꺼낼까
정휘동 회장 지분 75.10% 승계…상속세 2000억~3000억원 추산
청호나이스 5년 연속 매출 성장·영업이익 2년 연속 최대치 달성
8년간 무배당 기조에 잉여금 3670억원…재원 활용 주목
공개 2025-09-0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04일 16:4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청호그룹이 창업주였던 고(故) 정휘동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부인인 이경은 박사가 신임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며 다시 오너 경영체제를 굳혔다. 다만 수천억원의 상속세 부담과 지배 구조 안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된 오너일가가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할지가 시장이 이목이 쏠린다. 그룹의 핵심인 청호나이스가 9년 연속 매출 상승에도 8년 동안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며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쌓아온 만큼 향후 오너일가의 재원 마련 차원에서 고배당 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청호나이스)
 
상속세 부담 수천억 원…승계 재원 마련이 최대 과제
 
4일 재계에 따르면 청호그룹은 지난 6월 갑작스럽게 별세한 고(故) 정휘동 회장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논의도 있었으나, 부인인 이경은 박사가 최근 그룹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오너 경영 체제를 이어간다.
 
정휘동 회장은 30년 동안 청호그룹을 이끌어 온 창업주이자 청호나이스 지분 75.10%를 보유한 절대적 지배주주였다. 반면 지기원 청호나이스 대표를 비롯한 전문경영인의 지분율은 사실상 0%에 불과해 독자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제한적인 구조다. 이에 따라 그룹은 무리하게 전문경영인 체제로 선회하기보다는 지분을 승계한 오너일가 중심으로 체제를 정비하는 쪽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호나이스 측은 이경은 회장의 취임과 관련해 "창업주인 고 정휘동 회장 업적과 경영 철학을 계승·발전시켜 경영 연속성과 조직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며 "이 회장을 중심으로 창의적이고 열린 조직 문화를 통해 임직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렌탈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청호나이스는 그동안 정휘동 회장의 강력한 의사결정 경영으로 성장한 곳”이라며 “정 회장은 창업 이후 제품 개발부터 사업 확장까지 직접 의사결정을 주도해왔다. 이러한 문화는 단번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청호그룹은 핵심 계열사 청호나이스를 비롯해, 정수기 필터를 공급 및 판매하는 마이크로필터와 대부업 동그라미대부, 그리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해외 계열사 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창업주인 청휘동 회장은 청호나이스(75.10%)를 비롯해 엠씨엠(100%)·마이크로필터(80%)·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99.7%)의 최대주주였다. 청호그룹은 따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청호나이스 → 마이크로필터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청호나이스의 또 다른 주요 주주는 마이크로필터(12.99%), 정휘동 회장의 동생인 정휘철 부회장(8.18%)다. 현행 지분 상속규정에 따라 부인인 이경은 회장과 아들 정상훈씨가 각각 1.5:1 비율로 지분을 나누게 된다면, 이경은 회장은 45%가까운 지분을 확보해 무리 없이 경영권을 이어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경은 청호그룹 회장과 장남인 정상훈 씨가 정휘동 회장의 보유 지분 상속에 따른 세금 납부액은 약 2000억~3000억원 사이로 추산된다.
 
현행 제도상 상속세는 상속 비율에 따라 공동으로 납부해야 하며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면 최장 5년간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최대 3000억원 상속세를 가정할 경우 매년 약 60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연부연납 이자율(현재 기준 3.1%)까지 더해져 실제 부담은 더 늘어난다. 국세청에 따르면 연부연납의 경우 부동산, 유가증권, 보증보험증권 등 담보제공이 필수다. 이 때문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현금 동원뿐 아니라 주식담보대출이나 계열사 배당 확대 등 복합적인 재원 마련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들이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향후 지배구조 안정성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배당 정책에 대해서는 논의 중인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청호나이스·마이크로필터, 배당 가능 잉여금 수천억…향후 배당 재원 가능
 
특히 그룹의 핵심인 청호나이스와 마이크로필터는 안정적 실적을 바탕으로 상속세 부담을 덜 수 있는 현금 보유력을 갖고 있다.
 
청호나이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4782억원으로 전년 대비 5.5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49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특히 2019년 이후 6년 연속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며 외형 확장을 키우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2016년 이후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며 이익잉여금을 3670억원까지 쌓았다는 것이다. 추후 고배당을 통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오너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 필요한 현금흐름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38.08%에 불과하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코웨이(021240)의 부채비율이 94.3%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는 주담대에서도 금리 부담을 줄이고 추가 차입 여력을 확보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로필터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이 17.87% 늘어난 2010억원, 영업이익이 136.07% 증가한 178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안정적 재무구조가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청호나이스는 오너 지분이 절대적이지만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 배당 확대, 일부 비주력 자산 매각 등 복합적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무리한 차입보다는 배당 확대나 내부자금 활용을 통한 상속세 납부가 일반적으로 거론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내다봤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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