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법 개정으로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권 방어 전략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권한 균형, 경영 투명성 강화,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 확대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법적·전략적 고민은 한층 깊어졌다. 이에 발맞춰 대형 로펌들은 앞다퉈 대응 방안을 모색하며 치열한 법률·자문 경쟁에 나서고 있다. <IB토마토>는 이번 개정이 한국 기업의 지배·경영 환경에 가져올 파장을 대비하는 로펌들의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법무법인 화우가 상법 개정 대응키 위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특히 새정부정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기업 맞춤형 전략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문과 송무, 형사 등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원스톱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왼쪽 위부터)윤영균, 이성주, 황재호, 홍경호, 김형록, 안상현, 이수열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화우)
상법 개정 등 경영환경 변화 선제적 대응
법무법인 화우의 새정부정책 TF는 20여 명의 분야별 전문가로 이뤄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 등 경영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자문은 물론 송무 그룹과 형사, 공정거래 그룹 등이 힘을 모았다. 상법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 전방위적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화우는 그룹 전담팀을 따로 구성해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업 고객 요구에 맞춰 개별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기업 별 상황에 따라 TF를 중심으로 각 그룹 내 전문 연구팀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방식으로 전문성과 네트워킹을 극대화 했다고 화우 측은 설명했다.
화우 측 관계자는 "개정 상법의 경우에도 아직 판례가 없어 전문가들이 모여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관련 지식과 정보를 재빨리 습득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고객사에 양질의 맞춤형 대응책을 제시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IB토마토>는 법무법인 화우의 안상현 변호사, 황재호 변호사, 홍경호 변호사, 김철호 변호사를 만나 전문성 강화 전략을 들어봤다.
-투트랙 전략,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안상현 변호사 : TF와 전문팀의 시너지를 기업 고객이 실감하고 있다. 상법 개정이라고 해서 단순히 상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형사, 민사, 공정거래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강화했다. 전문그룹 간 경계를 넘어 협력하고 있다. 소송 리스크, 공정거래 등 기업별 요구가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기업 고객이 공정거래에 관심이 많다면, TF 공정거래팀 내에서 개정 상법 영향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함께 대응 방안을 연구한다.
-2차 상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
△안상현 변호사 : 첫 상법 개정 후 이사회에 미치는 영향, 회사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집중해 개정 상법에 따른 이사의 법률 리스크를 완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2차 개정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분리 선출 감사위원 2인 확대가 주요 내용이다. 핵심은 이사회 구성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1차에서 개정됐던 합산 3%룰에 집중투표제, 분리선출증원까지 이사회 구성에 관한 위 세 가지 사항이 모두 도입됐다. 상법 개정 이후 이사회 구성 변화에 대한 일반 주주 목소리가 커진 상황으로, 소수 주주들의 제안 등에 대응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사회 프로세스가 더 선진화, 고도화되고 주주 친화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주주 간 이해충돌이 예상되는 거래의 경우 독립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소수주주 다수결까지 진행하는 사례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도 강력한 이해 상충 해결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분리 선출 감사위원 증원 영향은.
△안상현 변호사 : 이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는 통상적으로 이사회를 5명, 7명, 9명 시스템으로 구축한다. 만약 5인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기업에서 이사 2명을 분리 선출한다고 가정하면, 합산 3%과 결합돼 사실상 대주주보다는 소수 주주가 지명한 후보가 분리선출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2명의 이사진이 소수 주주 측 후보로 결정된 후 나머지 3명 중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 1명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게 된 상황이다. 5명 중 총 3명이 일반주주가 지명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자칫 경영권이 바뀔 수 있다. 합산 3%룰은 최대주주에게만 적용이 되고 2대 주주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2대 주주가 소수주주와 결합을 하는 경우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은 이사 수 증원 여부는 물론, 집중 투표제 효과가 2대 주주와의 지분율 차이에 따라 얼마나 나는지 등을 궁금해하고 있다. 기업 이사회 구성 다양성은 필연적이다. 주주 친화 정책을 통해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해 주주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황재호, 안상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소송남발 우려는 없는지.
△황재호 변호사 : 주주대표소송 증가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2대 주주뿐만 아니라 소수 주주나 시민단체가 대표이사나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시례가 많이 늘었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충실의무 규정이 확대 도입되면서 이사들의 책임 범위가 넓어졌는데, 다만 법률 규정이 상세하지 않아 어떤 사안에서 어느 정도로 넓어질 것인지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최종적으로는 법원 판결이 나와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특히 소송 증가 현상이 계속될지는 판결의 방향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본다. 과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필요성은 있으나, 그렇다고 이사들의 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경영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손해 범위에 대한 해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홍경호 변호사 : 손해 범위가 큰 쟁점이다. 직접 손해와 간접 손해가 구별돼야 한다. 과거 법원은 직접 손해 범위를 좁게 봤다. 이전에는 이사 개인에게 직접 주주가 소송할 수 있는 범위를 좁게 봤다면, 현재 직접 손해 범위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법원 판례가 확립되기까지는 많은 소송이 제기되겠으나, 과연 법원이 어떻게 방향성을 잡느냐에 따라 이사 개인에 대한 직접 소송이 가능한 범위가 정해질 것이다. 과도기로서 어느 정도 혼란이 예상된다. 기업 내 이해관계가 모두 다른데, 이사 구성이 다양화되면서 의사 결정에 관한 분쟁 발생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김철호, 홍경호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고소·고발 관련 논란은.
△홍경호 변호사 : 배임죄는 상당히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해석의 여지가 많은 죄다. 이전까지 배임죄는 이사가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키는 경우 처벌됐다. 그러나 주주에 충실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개정돼 이사가 주주의 사무 처리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주주에 대한 배임죄 요건에 해당해 형사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지 등이 현재 해석상 논란이 되고 있고, 법원에 의해 정리가 필요하다. 다만 고소·고발이 굉장히 많아질 것이다. 충실의무가 도입됐다고 해서 회사와 달리 주주와는 계약을 체결한 바가 없는데 이사가 회사와 주주의 이해관계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코퍼레이트 베일(Corporate Veil)'을 뚫고 주주의 직접 사무 처리자로 의제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도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 측면에서 본 개정 상법은.
△김철호 변호사 : 이번 정부에서 대기업 집단 규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도입되면서 주주가 직접 내부 거래에 대해 챌린지 할 수 있게 됐다. 회사와 회사 간에 합리적인 거래여도 주주 간에 합리적이지 않은 요소가 포함돼있다면 소수 주주나 시민단체, 행동주의펀드 등에서 이사에 대해 책임을 묻는 사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계열사 간 자금거래나 상품거래 과정에서 주주 전체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대주주 이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해 민형사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기업들은 준법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본다. 분쟁이 늘고 관리 비용도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준범시스템 항목 깊이와 개수 등을 늘려야 하는데, 단순히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주 간의 비례적 이익이 지켜질 것인가에 대해 살펴야 한다. 기업 내부 거래도 문제다. 내부 거래로 물건을 싸게 공급한 경우, 공급자의 대주주는 손해를 보는 셈이다. 주주 비례적 이익이 지켜지지 않아 공평하게 대우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경영 패러다임에 미칠 영향은.
△안상현 변호사 :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자사주 소각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기보유 물량이다. 현재 기보유 자사주 물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관해 다수의 법률안이 발의돼 있지만, 재계는 기본적으로 곤란해 하고 있다.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외에도 임직원에게 주거나, 스톡옵션, 업무상 제휴를 위한 주식교환 등에 쓰일 수 있다. 무조건 경영권 방어에 악용될 가능성 때문에 소각하라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는 의견도 있다. 자사주 처분은 신주발행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무조건적인 소각보다는 신주 발행과 같이 자사주의 처분 시에도 주주평등 원칙이 구현되도록 규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만약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결정된다면, 기업으로서는 기발행 자사주 처분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기업 성장 저해 가능성도 있다.
△안상현 변호사 :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조업이 중요하다. 서비스업 위주인 미국과는 다르다. 예컨대 설비투자를 단행하거나, 유보금을 쌓는 등 기업 상황마다 자금 운용 방향이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산업 체제에 있어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입장이다. 그룹 체계 재편이나 구조조정, 기업 구조 합병 등을 통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다만 거래 구조 개편에 있어서 건마다 제동이 걸린다면 이전과 같은 대규모 투자, 과감한 결정, 기민한 대응 등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 우려가 크겠지만, 이미 개정 상법은 공포됐고 시행될 예정이다.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고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기업의 의사 결정을 함으로써 지배주주로부터의 독립성, 이사회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다.
-화우가 기업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가진 장점은.
△안상현 변호사 : 화우는 경영권 분쟁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한진칼(180640),
금호석유(011780)화학, 오스템임플란트, 에스엠엔터테인먼트,
한미사이언스(008930) 등 주요 경영권 분쟁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한 팀으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했기에 가능했다.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프로세스나 거버넌스 변경, 컴플라이언스 강화에 있어서도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기에 의뢰를 한다고 생각한다. TF 외에도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인력이 매우 많다. 기존 저력과 연구 시너지로 강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특히 화우는 금융 규제 영역에 강한 로펌이다. 개정 상법의 시행과 관련 합병, 분할, 유상증자와 같은 기업의 구조개편 시 증권신고서나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할 때 금감원에서 1차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 경우 초동 대응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화우는 이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