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메카코리아, 가족경영 투명성 논란…코스피행 무산
오너일가 합산 지분율 40% 육박에 지배구조 우려 '여전'
사외이사 확대했지만 후보추천위원회 박 부회장이 담당
공개 2025-09-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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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코스닥 상장 기업 코스메카코리아(241710)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KOSPI) 이전 상장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한국거래소가 부부 각자 대표 체제라는 가족 경영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지만 끝내 체제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특히 각자 대표 체제는 한 명 단독으로도 의사 결정이 가능해 서로를 견제하기 어려워지고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사진=코스메카)
 
부부 각자대표 체제…낮은 견제기능과 투명성 '발목'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메카코리아는 최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통보를 접수했다고 공시했다. 경영성과 요건과 규모 요건 등은 충족했지만, 조임래 코스메카코리아 회장과 박은희 부회장의 '부부 경영'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이전 상장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조임래 회장과 그의 아내 박은희 대표가 1999년에 설립한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 기업이다. 두 사람은 화장품 제조사 피어리스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 회장은 화장품회사 피어리스 등을 거쳐 한국콜마에서 연구소장으로 근무했던 화장품 개발 전문가다. 박 부회장은 피어리스 경영지원팀 출신으로 조 회장과 함께 코스메카코리아 창립 때부터 회사업무를 맡아왔다. 지난 2017년에는 공동대표로 선임됐다가 지난 2021년부터는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 중이다. 
 
모든 대표이사가 합의해야 의사결정이 가능한 공동 대표 체제와 달리, 각자 대표는 여러 대표이사 각자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 권한을 갖게 되는 체제다. 공동대표 체제는 균형 잡힌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였으나, 주요 의사결정 과정이 공동으로 이뤄지면서 신속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는 이유에서 코스메카코리아는 2021년부터 각자 대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각자 대표 체제는 사업 확장이 필요하거나 사업 영역이 넓을 때 대표이사가 각자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영업부문별로 대표이사를 선임해 각 부문을 나누어 관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내적으로 대표 권한이 구분돼 있더라도 대외적으로는 권한의 제한을 주장할 수 없다. 대표이사 중 일부가 부재하더라도 남은 한 명이 법적인 의사표시를 할 수 있고 외적으로는 다른 영업부문의 대표이사더라도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독단적인 의사결정 가능성, 투명성 저하 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지배구조가 이번 상장 승인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부부뿐 아니라 지분을 보유한 가족 전체가 경영에 참여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주주에 관한 사항을 보면, 최대주주는 지분 25.2%를 보유한 박 부회장이 올라 있다. 이어 조 회장이 지분 7.7%, 장남인 조현석 사장과 차남 조현철 잉글우드랩대표가 각각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잉글우드랩은 코스메카코리아가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법인이다. 특히 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합산 시 약 38.9%로 40%에 육박해 여전히 지배구조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박 부회장이 사외이사후보 추천 
 
이에 코스메카코리아에서는 사외이사 선임 위원회를 구축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중기적 과제로 삼고 구체적인 실행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수를 지난해 6월 말 1명에서 올해 6월 말 4명으로 늘린 가운데 ESG 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수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 등이 그 일환이다. 하지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박 부회장이, ESG위원회 위원을 조임래 회장이 담당하고 있어 실효성이 있었는지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외에도 업체 측은 글로벌 투자자와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등 투명한 정보 공시, 사회적 책임 이행, 내부 통제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연구위원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결정되는 건이고 각자 대표체제라고 해서 상법상이나 자본시장법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각자 대표 체제일 경우 사업 영역에 대한 명확한 공시를 통해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며 "지속적인 공시를 통한 투명성 확보도 지배구조를 평가할 때 중요한 요인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코스피 이전 상장이 무산되면서 코스메카코리아는 공격적인 글로벌 경쟁력 강화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나갈 전망이다. 특히 코스피 상장사로서의 신뢰도는 신규 고객사 확보와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곧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로도 이어진다. 이에 이전 상장 역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코스메카코리아는 향후 유가증권 시장 재도전 여부에 대해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대해서는 "미승인 통보를 받은 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아직 정해진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다만, 조 회장이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을 완료한 만큼,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층 더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언급한 만큼 향후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해갈 것으로 보인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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