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AI 도약)③AI 인재는 빠져나가고…인프라는 제자리
업계 실태 반영한 제도적 개선 필요
인재 유출 한국은 5위·AI 석박사 풀도 6% 수준
AI 생태계 활성화 위해 민·관 함께 노력 목소리
공개 2025-07-2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5일 16:4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임기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챗GPT 등 해외 AI 모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독립적으로 개발한 AI 모델로 '소버린(Sovereign·독립적인) AI(주권형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3~5년이 소버린 AI를 확립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현재 글로벌 AI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지위를 살펴보고 향후 소버린 AI를 위해 나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행보로 네이버(NAVER(035420))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방문해 AI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가운데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업계 실태를 반영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고성능 AI를 개발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AI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됐지만, 우리나라는 AI 인재 유출 국가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AI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AI 데이터센터와 AI 인재 등 인프라 확충이 시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네이버 각세종 현장 간담회 (사진=과학기술정통부, 연합뉴스)
 
현실성·업계 의견 반영한 AI 인프라 정책 '필요'
 
25일 업계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는 AI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인프라인 만큼 업계 실태를 반영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중론이 나온다. 전 정부는 2조원 규모 ‘국가AI 컴퓨팅센터 사업’을 추진했으나 유찰된 바 있다. 민간 지분율이 49%로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것, 운영 법인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는 점 등이 불리한 조건으로 지목됐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이전에 추진됐던 국가 AI 컴퓨팅센터 사업의 경우 민간이 투자한 부분이 아예 회수가 불가능하게 설계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참여를 망설였을 것”이라며 “민간 사업자가 조금 더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된다면 기업들이 참여하는 데 조금 더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근 들어 국가 AI 컴퓨팅센터 사업이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민간 참여를 높이려면 보다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AI 개발을 활성화하려면 데이터센터만이 아니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자유로운 형태의 지원 사업도 필요하다”라며 “데이터센터는 바우처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자율적으로 어디서든지 지을 것이다. 오히려 수요를 잘 못 맞추다 보면 과잉 공급이 되거나 부실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탄탄한 AI 인재 풀 만들려면 "산학 협력 필요"
 
무엇보다 고성능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AI 인재 영입이 필수적이다. 아직 한국의 AI 인재 풀은 다소 제한적인 가운데 유출까지 이어지고 있어 AI 인재 확보는 중장기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의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AI 인재 집중도는 1.06%로 10위에 그쳤다. 이마저도 우리나라는 인재 유출 국가로 분류됐다. 지난해 AI 인재 이동 지수는 룩셈부르크가 8.92, 아랍에미리트가 4.13 등으로 유입 국가로 분류되는 반면, 한국은 이스라엘(-2.1), 인도(-1.55) 등에 이어 인재 이동 지수가 -0.36을 기록해 5번째로 인력 유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023년) 인재 이동 지수가 -0.30을 기록한 것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현재 AI 강국 1위와 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은 각각 비자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고액의 정착금을 지원하는 등 AI 인재를 모으기 위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첨단산업 분야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탑티어(Top-Tier) 비자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허들이 높다. 세계순위 100위 이내 대학의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세계 500대 기업 3년 이상 근무를 포함한 8년 이상 경력자로 제한했다. 해당 혜택은 연간 근로소득이 1인당 GNI 3배인 1억 4000만 원 이상의 보수를 받고 국내 첨단 기업에 근무할 예정인 사람에게 주어진다. 
 
아울러 민간 영역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의 파격적인 영입 조건을 따라가긴 다소 어려워 보인다. 최근 메타는 AI 인재 영입을 위해 고액 연봉을 제시해 경쟁사 인재를 팀 단위로 옮겨오는 등 다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고 수준 인재에게는 4년에 걸쳐 최대 3억달러(약 4171억원)을 제공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에서 최신 추론 모델을 개발한 한국인 정형원 박사도 메타의 초지능 AI 개발 팀으로 이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투자 규모 순위는 세계 11위로 13.3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2023년) 투자 규모가 13.9억원을 기록해 9위를 차지한 것보다 규모와 순위가 모두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글로벌 민간 AI 투자는 1508억달러로 전년 대비 44.5% 증가했지만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 AI 투자액은 1091억달러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은 93억원으로 2위, 영국은 45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신규 투자를 받은 AI 기업 수는 지난해 2049개로 전년 대비 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송 카이스트(KAIST) AI대학원장, 하정우 네이버 AI랩 소장 등이 AI 센터 개관식에 참여했다. (사진=네이버)
 
아울러 한국은 AI 인재 풀이 아직 성장 단계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미래인재특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배출된 이공계 박사는 9247명으로 이 중 인공지능(AI) 분야를 택한 사람은 618명에 불과했다. 한 자릿수에 해당하는 6.68%만 AI 분야 전문가로 불릴만한 학위를 취득한 셈이다. 
 
그나마도 대기업이 아니면 AI 인재를 구하기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AI 인재 5만여 명 중 35%가 네이버 혹은 카카오(035720) 등 대기업 및 협력사에서 채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의 경우 제2사옥 '1784' 4층에 350평 규모로 카이스트와 함께하는 공동 'AI 연구센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공동 연구를 하다 보면 이후에 이 분들이 산업적인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싶을 때 저희를 우선적으로 생각해 주실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외에도 별도의 선행 연구 조직이 있어 글로벌 학회에 논문도 지속적으로 내면서 발표도 하고 있어 해외에 있는 연구자 분들과도 네트워킹할 기회를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대학원 수준의 최정예 AI 인재들은 해외로 나가거나 학계를 선호하지 기업으로 잘 안 나온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필요한 실용적인 기술을 다시 가르쳐야 한다는 면에서 쓸만한 인재를 찾이 어렵다는 말을 한다. 이런 면에서 학계와 기업 간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산학 간 교류가 활발히 돼야 서로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텐데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이런 인재 양성 여력은 대기업에 한정된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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