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 400억 사채 차환에도 여전한 '먹구름'
500억원 상환 후 사업 투자 목적으로 재발행
이자보상배율 5년째 1미만으로 재무부담 심화
9월 킴스클럽·글로벌 흡수합병하며 구조 개편
공개 2025-07-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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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이랜드리테일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보증을 통해 담보부사채 400억원을 발행했다. 해당 비용은 현재 진행 중인 투자 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다. 앞서 이랜드리테일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속적인 외형감소와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왔다. 이에 이랜드리테일은 오는 9월에는 이랜드킴스클럽과 이랜드글로벌을 흡수합병을 완료하고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뉴코아아울렛 울산점. (사진=네이버 지도 갈무리)
 
캠코 보증 통해 400억원 차환 발행…투자 목적
 
2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이 뉴코아아울렛 울산점 필지와 부속 건물을 담보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400억원 규모 담보부사채를 발행했다.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란 부동산의 관리와 처분을 부동산신탁회사에 신탁한 후 수익증권을 발급해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는 제도다. 신탁회사는 국민은행이다. 오는 2027년 7월28일 만기일까지 대출금을 갚으면 신탁계약은 해지되지만, 대출금 미상환 시에는 부동산을 처분해 금융기관에 채무를 대신 갚게 된다. 
 
이번에 발행하는 400억원 규모 제124-1회차는 지난 2023년 발행한 담보부사채를 차환한 것이다. 지난 2023년 이랜드리테일은 뉴코아아울렛 울산점을 담보로 잡고 공모채 400억원, 사모채 100억원 총 500억원 규모의 담보부사채를 2년 만기로 발행한 바 있다. 이자율은 발행일인 28일 이전인 25일자 AAA등급 민평금리에 2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금액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NICE신용평가에서 공개하고 있는 금리를 살펴보면 최근 AAA등급 금리는 2023년 말 3.76%, 2024년 말 3.12%, 2025년 7월14일 2.81%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이랜드리테일의 이자부담도 이전 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3년 발행 당시 이자율은 4.459%에 달했다. 
 
특히 담보부사채는 캠코가 신용공여자로서 보증채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회사채 시장에서 자체 신용등급만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이자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캠코는 지원대상의 자기자본비율을 증대시키거나 부채만기를 조정하는 등 재무구조개선을 도모하는 기업 중 담보권 실행과 처분에 장애가 없는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 심사를 거쳐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랜드리테일의 부채비율은 111.7%로 지난 2020년(157.1%) 대비 약 45.4%포인트 줄었다. 같은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50.3%에서 38.3%로 완화됐다. 
 
 
이랜드파크 자금지원에 사옥 건설로 부담 심화
 
이랜드리테일은 코로나19 확산 첫 해인 2020년 잉여현금흐름(FCF) 1597억원이 유출됐으나,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지속적인 현금 유입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9월 이전 예정인 마곡사옥 건설로 인한 투자 부담과 이랜드파크에 대한 유상증자와 대여금 등으로 인해 차입금 상환 여력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FCF도 325억원이 유출되며 다시 마이너스(-) 전환했다.  
 
NICE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022년과 2024년 이랜드파크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총 1323억원을 출자했으며, 2024년말 기준 748억원의 대여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2022년에는 이랜드월드에 600억원 배당을 지급한 바 있다.
 
외형 축소와 수익성 약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관계사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면서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총차입금(총차입금/EBITDA)은 2022년 11.0배에서 2023년 12.2배, 2024년 13.3배로 확대됐다.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고 이익으로 부채를 갚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된다. 
 
이자보상배율도 지난 2020년부터 5년째 1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2020년 16억원, 2021년 289억원, 2022년 669억원, 2023년 517억원, 2024년 300억원으로 2019년(2126억원)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면서다. 같은기간 이자비용은 854억원, 804억원, 722억원, 1010억원, 1152억원으로 전반적인 우상향세를 보였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되면 잠재적 좀비기업(한계기업)으로 평가된다. 
 
이랜드파크 등 대여금 일부 회수와 유휴 부동산 매각 추진 등으로 차입금 규모를 단기적으로 축소해나갈 것으로 예상되나, 경기둔화로 인한 민간소비 부진이 지속되면서 현금흐름 개선을 통한 재무부담 완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랜드리테일의 실적은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9년까지 2조1067억원을 기록하던 매출액은 2020년 1조7562억원으로 줄면서 처음으로 2조원선이 무너졌고 2021년 1조6402억원, 2022년 1조6161억원, 2023년 1조5713억원, 2024년 1조5649억원으로 지속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은 118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1403억원) 대비 15.56% 감소했다. 같은기간 당기순손실은 85억원에서 346억원으로 약 4배 이상 늘었다. 
 
상황이 이렇자 이달에는 이랜드글로벌과 이랜드킴스클럽을 흡수합병하면서 전면적인 사업 구조개편에도 나섰다. 이를 통해 이랜드리테일은 사업 경쟁력 강화와 기업가치 증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일시적 투자는 모두 마무리 돼 자본적지출(CAPEX)투자가 감소했다"라며 "향후 자산매각과 사업구조 개편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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