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옥죄기)①국민연금, GP 출자 '더 깐깐하게'…가이드라인 바뀌나
위탁운용사 선정공고 지연…정성평가 신설 검토
GP 자율성 침혜 논란…선정결과에 투자자 '촉각'
공개 2025-07-1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09일 17:1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새 정부 출범과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 논의가 다시금 본격화되고 있다. 책임투자와 사회적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 속에 출자 요건 강화 방안이 추진되는 한편, 투자 자율성 위축과 법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주요 LP의 출자 기준과 사모펀드 규제 논의의 흐름, 관련 사례 등을 통해 이번 변화가 투자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민연금의 올해 위탁운용사(GP) 선정 공고가 지연되고 있다. 올해 벌어진 홈플러스 사태를 의식해 출자 요건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일정이 다소 미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GP들의 투자 판단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출자 요건을 확정하려니 국민연금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사모펀드(PEF) 선정 시 성과 중심의 정량평가를 주로 실시했으나, 올해부터는 투자 과정 책임성과 수익 질에 대한 정성평가 항목 신설을 검토 중이다. 
 
앞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지난 5월 말 열린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사모펀드 출자 가이드라인을 손 봐서 6월까지 초안을 만들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사태를 의식해 몇 가지 출자 조건을 추가할 것이란 추측이다. 그 중 하나가 적대적 인수합병(M&A) 투자 금지를 비롯해 과도한 구조조정으로 고용 감소가 예상되는 M&A는 불가하다는 조항 추가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올해 2월에도 MBK파트너스와 JKL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프리미어파트너스에 출자를 확약하며 적대적 M&A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투자확약서(LOC)에 명시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GP 선정 공고, '투자 자율성' 두고 고민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의 6호 블라인드 PEF에 약 3000억원 규모의 LOC를 발급하면서 '적대적 M&A 투자 금지' 조항을 포함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이를 근거로 MBK가 고려아연 인수를 위해 기관투자자에 요청한 자본납입요청(캐피털콜)에 응하지 않았고, 공식적으로도 “국민연금의 운용 방향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당시 GP의 재량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본시장법 제249조에는 "사모펀드 운용사는 정관 및 투자설명서에 따라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단, 법령에서 정한 금지행위는 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블라인드 펀드는 기본적으로 운용사의 ‘투자판단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로, 위법하지 않는 한 투자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LOC가 아닌 정관(LPA)이나 운용사 모집 공고 단계부터 ‘적대적 M&A 투자 금지’ 조항을 추가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LPA와 LOC의 일관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LOC 조건이 LPA와 충돌할 경우엔 어떤 계약이 우선하는지에 대해서도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다소 주관적이거나 해석의 여지가 큰 문구를 실제 포함할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고용 감소가 예상되는 M&A 불가’ 등의 문구는 사회적 분위기나 상황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어서다. 
 
사모펀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GP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조항은 해외에서도 극히 예외적으로 정관에 포함시킨다”며 “GP 입장에선 LOC 조건이 LPA와 충돌할 경우, 어떤 계약이 우선하는 지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 있고, 과도한 구조조정으로 고용 감소가 예상되는 M&A 불가라는 등의 문구가 포함된다면 사실상 GP의 투자 자율성을 크게 침범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정성평가' 대응 전략에 따라 출자 판가름
 
국민연금의 출자 기준 강화 움직임에 국내 주요 GP 반응은 불만을 표하면서도 조심스럽다.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데다 사회적인 반응까지 고려한 투자 전략을 짜야 하는 고민도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기준이 명확한 ESG나 책임투자 요건 등은 충족할 수 있어도, ‘수익의 질’이라는 다소 해석의 여지가 있는 요건이 출자 조건에 포함된다면 펀드 구조와 운용 전략도 수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GP들은 이번 출자 기준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당분간은 고용 보호와 과도한 레버리지 지양을 염두에 두고 운용 계획을 짤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계획이 수반되는 M&A라면 투자 전 노동조합·노동조건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완충장치를 마련하고, LTV나 차입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구조를 보수적으로 설계할 것이란 진단도 뒤따른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에 발표될 국민연금 출자 기준이 추후 다른 LP들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운용 자산 1200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LP의 움직임이 한국교직원공제회나 공무원연금공단, 사학연금·군인공제회·경찰공제회 등 기타 연기금·공제회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투자 운용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GP 평가항목에 ESG·책임투자 요소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지난해 JKL파트너스가 대형 하우스에 비해 바이아웃 트랙 레코드가 약했음에도 국민연금의 출자를 따냈듯이 이번에도 정량평가로 측정될 수 없는 정성평가 항목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따라 운용사 선정도 좌우될 것”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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