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한국산업은행의 동남권 지원에 힘이 실린다. 지난 3년간 꾸준한 투자가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조성 규모를 키우는 한편, 창업 생태계 지원과 부산 외 지역 투자 환경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잠잠해졌으나 새로운 국책은행 출범 가능성에 따른 시너지도 기대를 모은다.
(사진=산업은행)
투자 금액 확대…수도권 벤처 쏠림현상 해소
10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이 조성한 부산지역 모펀드 규모는 1011억원이다. 부산미래성장 벤처펀드로, 산업은행 출자 규모는 500억원이다.
부산미래성장벤처펀드는 부산지역의 혁신기업과 스타트업,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금융 인프라 확충 기반 자금으로 활용된다. 특히 벤처투자 생태계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모펀드에 이어 민간자금 유치를 통해 2589억원 규모로 11개의 자펀드를 추가 조성했다.
산은은 최근에도 KDB 스마트 오션 인프라 펀드 프로그램의 3호 사업으로 부산신항 양곡부두 민간 투자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승인했다. KDB 스마트 오션 인프라 펀드 프로그램은 항만을 디지털화하고 항만 배후단지와 스마트 물류센터 구축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23년 6월 국내 최초로 출시됐다.
총 12억달러 규모(산업은행 8억4000만달러)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사업의 예상 소요액은 2400억원으로, 산업은행은 해양진흥공사와 공동으로 13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참여했다. 이 외에도 지난 2023년 1호 사업으로 부산항 신항에 위치한 동원글로벌터미널 부산의 완전 자동화 항만을 구축하기도 했다.
지난 2023년에는 산업은행이 출범한 국내 최초 지역특화 벤처플랫폼인 KDB V:Launch를 이용해 부산 지역 기업에 설비투자 금융지원을 실시했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산업은행 172억원을 포함해 수도권 투자기관과 공동으로 총 1094억원의 투자금을 지원했다.
이처럼 산업은행은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단행했다. 산업은행 본점을 이전시켜 인력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닌 자금 이동에 집중해 나온 성과다. 금융투자 업권 현장에서도 실감하는 모양새다.
부산지역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산은이 최근 지방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라면서 “윤석열 정부 당시 이전 필요성에 대한 반박이 지방 투자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부산 이전 대신 지방 투자 확대
정권이 바뀌고 산업은행 이전은 사실상 중단된 분위기다. 대신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은 이재명 대통령 공약 중 하나로,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정책금융기관이다. 해양 산업금융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면서, 산업은행과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3년간 산업은행이 부산을 중심으로 동남권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타 지역 투자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9월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부산에 신설, 투자에 힘을 싣고 있다.
산업은행은 꾸준히 부산 등 지방 투자 생태 활성화에 힘써왔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5년 11월 설립된 KIAMCO 부산신항 2-4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을 90.91% 소유하고 있다. 당시 부산 신항의 배후부지를 조성하는 민간투자사업으로, 현대산업개발이 40%, 산은이 참여한 사모신탁이 40% 등을 출자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3년간의 성과가 도드라지는 것은 전 정부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제로 2022년 강석훈 전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하고 이전에 대한 의지를 보이자 노조와의 갈등도 격화되기도 했다.
산은은 지역기업종합지원센터와 서남권투자금융센터(광주)를 새로 설치하고,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남부권투자금융본부로 편입해 총 3개의 센터로 구성된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1200억원 규모로 투자해 천안에 혁신벤처타운도 세운다. 오는 2028년 충청권 투자금융센터도 들어선다.
조진우 산업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IB토마토>에 “부산 지역에 투자금융센터를 만들어서 산업은행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인력보다는 돈이 지역에 모이게 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특히 벤처투자 부문이 부산 등 지방을 지원하고 있으며 투자 환경 조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