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분할 제동…하나마이크론, 파마리서치 전철 밟나
파마리서치, 지배구조 문제로 인적분할 철회
하나마이크론, 비슷한 구조로 수액주주 '반발'
공개 2025-07-1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0일 14:2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파마리서치(214450)가 최근 인적분할을 철회하면서 상법 개정에 따른 여파가 작용하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대주주가 계열사 지배권 강화를 위해 추진되는 각종 분할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파마리서치는 지난 8일 “시장 신뢰와 주주 소통 우선하겠다”며 올해 6월13일 발표했던 인적분할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파마리서치)
 
파마리서치, 지배구조 문제 발목…'주주 우선' 강조
 
앞서 파마리서치는 지주사 전환을 예고하며 그 당위성으로 경영 효율화를 내걸었다.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를 나누고, 지주사 체제를 도입해 그룹 차원의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다. 존속법인은 '파마리서치홀딩스(가칭)'로, 신설법인은 '파마리서치(가칭)'로 분리할 예정이었다.
 
통상 사업회사와 투자를 담당하는 지주사를 분리하면 투자와 운영 기능을 나눌 수 있어 사업 다각화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국내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을 갖춘 셀트리온(068270)의 경우에도 최근 '돈 버는 지주사'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을 중심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 바 있다. 그보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해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파마리서치도 지주사를 통해 외부 바이오벤처나 화장품·필러 제조사 등 전략적 기업을 인수해 사업 다각화를 꾀할 계획이었다. 파마리서치는 4586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유망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을 발굴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톱티어 헬스케어 그룹으로 성장한다는 청사진을 제시, 그 과정에 인적분할이라는 카드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파마리서치가 그룹 지배력 방어를 위해 인적분할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정상수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에 주목했다. 파마리서치의 최대주주인 정 회장의 지분율은 2023년 1분기 35.22%에서 2024년 1분기 34.51%, 2025년 1분기 30.48%로 하락하면서 인적분할 결정이 중장기적으로 지배력 유지 전략과 연계됐다는 의심을 샀다.
 
분할 비율도 발목을 잡았다. 파마리서치는 분할 비율을 존속법인 74.28%, 신설법인 25.72%로 설정했다. 존속법인이 가지게 되는 사업 부문 매출은 32억원, 신설법인이 가지게 되는 사업 부문 매출은 3095억원인데, 기존 주주들은 매출과 성장성이 큰 신설법인 주식을 보다 적게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불만을 표했던 것이다.
 
결국 파마리서치는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와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그리고 소통의 충분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이를 신중히 받아들여 이번 결정을 재검토하게 됐다”며 최종적으로 인적분할 결정을 철회했다.
 
 
 
하나마이크론, 파마리서치 '전철'…소액주주 불만 커져
 
파마리서치의 이 같은 결정은 향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인적분할을 발표한 하나마이크론(067310)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양홀딩스(000070)와 달리 소액주주 반발과 상법 개정의 여파로 파마리서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엔 지난 5월 인적분할을 발표했음에도 시장의 반발이 사실상 전무했다. 소액주주 대상 간담회를 열어 분할 목적과 절차를 상세하게 설명했고, 소액주주라면 누구든지 공간 제약 없이 회사의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소액주주 보호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할비율에 대한 적정성도 긍정적이었다.
 
삼양홀딩스도 인적분할을 계기로 사업 전문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삼양바이오팜은 2021년 삼양홀딩스에 편입되면서 기업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는 분석이 있었다. 이 때문에 주주들은 삼양바이오팜의 독립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해서도 수용적이었다.
 
다만 하나마이크론은 사정이 다르다. 파마리서치 사례처럼 분할비율 편중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마이크론은 올해 1월 반도체 후공정(OSAT) 사업과 투자·지주 기능을 분리해 존속법인인 하나반도체홀딩스와 신설법인인 하나마이크론으로 인적분할한다고 발표했다. 분할기일은 다음달 1일이다.
 
분할비율은 하나마이크론 67.5%, 하나반도체홀딩스 32.5%로, 기존 주주는 하나마이크론 분할 비율에 따라 두 회사의 주식을 동일한 지분율로 배분받게 된다. 분할 후 하나반도체홀딩스는 하나마이크론 지분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 형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나설 계획이다. 최소 30%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나마이크론을 종속회사로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수주주 플랫폼 액트 이상목 대표는 “하나마이크론 인적분할은 지배주주가 자기의 자회사 지분을 모회사로 현물 출자해 문제가 크다”며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대폭 커지고 모회사 주가가 중복상장 디스카운트 때문에 폭락해 다른 주주들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주요 사업 부문을 분리해 자회사를 만들고 이를 재상장하려는 계획이 형식만 바꾼 물적분할이고 중복상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의 평가는 주가에 반영됐다. 하나마이크론 주가는 인적분할 소식 발표 이후 13.82% 하락하며 1만660원에 마감했고, 매수세가 감소하면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이탈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경영진에 대한 실망과 함께 이번 인적분할 결정이 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불만이 쌓여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마이크론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적분할 철회 가능성은 “확인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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