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캐피탈, 부실화에 유동성 악화…신용등급 '경고음'
1분기 PF 사업성 악화로 고정이하여신비율 크게 늘어
충당금 적립 부담 커진 가운데 수익성·유동성 전반 부진
피어 그룹에서 신용도 하향 조정…"관리 추이 지켜봐야"
공개 2025-07-1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09일 16:2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무림캐피탈이 부동산금융 대출의 부실화가 커지면서 자산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됐다. 건전성 저하 여파가 수익성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달 여건이 좋지 못해 계열사 의존도도 그대로인 데다 유동성 지표 전반 역시 부진한 상태다. 최근 비슷한 규모의 캐피탈사 일부가 신용등급이 떨어짐에 따라 무림캐피탈 변동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린다.
 
부실채권 분류 확대로 건전성 부진…PF 질도 미흡
 
9일 여신전문금융 업계에 따르면 무림캐피탈은 지난 1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부실채권 비율)이 13.3%로 지난해 말 5.8% 대비 7.5%p 상승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해당 비율이 전년도 대비 5.3%p 하락한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저하됐다. 고정이하여신 금액은 242억원이다.
 
무림캐피탈이 쌓아놓은 대손충당금 잔액은 133억원이다. 이는 건전성 저하에 따른 수익성 영향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해둔 수단이다.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은 고정이하여신 대비 비율로 나타내는데, 지난해 129.1%로 100%를 상회하고 있었지만 1분기 부실채권 분류 확대로 54.8%까지 쪼그라들었다. 충당금 확충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
 
 
고정이하여신 증가는 건전성 분류에서 한 단계 아래인 요주의이하여신의 연체가 계속 길어지면서 악화된 결과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해진 것인데, 무림캐피탈은 해당 자산의 양적 부담은 없지만 질적으로는 미흡한 상태다.
 
부동산 PF 관련 여신은 총 471억원으로 영업자산(3367억원) 내 비중이 14.0% 정도에 불과하다. PF 자산 구성은 본PF 대출이 228억원, 브릿지론이 243억원인데 여기서 브릿지론 7건이 모두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됐다. 본PF로 전환돼야 하는데 부동산 경기와 사업장 여건이 좋지 못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정이하여신 자산을 회수하려면 부실채권 경·공매나 채권 매각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변제순위 측면에서 브릿지론의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37%로 높은 편이라 엑시트(자산 회수)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다. 브릿지론 취급 지역도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비수도권 비중이 38%로 높게 나온다.
 
PF 사업장 정리를 위한 시장 환경도 부정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수의 PF 사업장이 정리됐는데, 현재 남은 물건에 대한 격차가 커지고 있어서다. 양호한 사업장은 정리나 재구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지방 중심의 부실 사업장은 정리가 어려워지고 있다. 구조조정 속도가 더욱 둔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무림캐피탈은 건전성 저하가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다. 대손충당금을 쌓는 과정에서 과중한 대손비용이 들어갔다. 지난해는 대손비용 36억원을 인식하면서 영업이익이 25억원까지 줄어들었고, 올 1분기는 –19억원 적자를 냈다. 이자마진과 기타수익 등 이익창출 기반이 부진한 상황에서 비용 부담까지 확대된 결과다.
 
무림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고정이하로 잡혀 있는 브릿지론은 사업장 2개를 제외하면 모두 선순위며 그럼에도 충당금을 30%로 쌓아뒀다”라면서 “선순위 건들은 먼저 공매되는 진행 절차를 보고 진행이 안되면 채권을 매각할 예정이다. 할인율 20%~30% 정도를 고려하면 충당금을 더 쌓을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후순위 브릿지론 2건은 지난해 말 충당금을 이미 다 쌓아놨고 3분기 중에 상각할 계획”이라며 “연말 쯤에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5%~7%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조달 어렵고 유동성도 저하…경쟁사 등급 하향에 ‘긴장’
 
건전성 외에 조달과 유동성 상황도 부진한 모습이다. 무림캐피탈은 신용등급이 낮아 공모 시장에서는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계열사 지급보증 기반으로 차입하고 있다. 계열사 보증은 최대주주인 무림피앤피 250억원과 무림페이퍼(009200) 600억원으로 총 850억원이다. 이는 차입부채 2269억원 대비 37.5% 정도다. 계열사 지급보증을 받으면 신용등급(기업어음, A2-)을 더 높게 받을 수 있지만, 무림캐피탈은 계열사 보증 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1분기 유동성 지표는 단기성 차입부채 비율이 97.0%로 지난해 말 대비 10.3%p 상승했다. 이는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부채 물량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무림캐피탈은 단기차입의존도가 48.5%로 높은데, 애초에 조달할 때부터 1년 단위의 짧은 기간으로 차입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조달 구조의 안정성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요인이다.
 
(사진=무림캐피탈 홈페이지)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은 101.6%에서 88.1%로 떨어졌다. 자산 부문에서는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투자금융 비중(45.8%)이 높은 가운데 차입부채 만기는 계속 짧아져서다. 이처럼 유동성 불균형이 심화되면 자금을 조달하고 차환하며 운용하는 전 과정에서 시점이 서로 맞지 않는 등 구조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무림캐피탈은 재무 전반의 안정성이 떨어짐에 따라 신용도 전망도 불안정해지게 됐다. 최근 무림캐피탈과 외형이 비슷한 농심캐피탈(단기사채, A3)과 에코캐피탈(단기사채, A3-)의 신용등급이 각각 한 단계씩 하향 조정된 바 있다. PF 부실에 따른 건전성 저하, 투자금융 변동성과 수익성 저하, 열위한 조달 구조 등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계열사 권면보증이 없는 무림캐피탈의 신용등급은 단기사채 A3로 농심캐피탈과 같다. 신용등급 하향 배경 역시 대부분이 무림캐피탈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다른 두 곳과 비교해도 재무 여건 자체가 좋지 못하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용등급이 조정될 때는 특정한 트리거가 발생한다든가 혹은 종합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식”이라며 “무림캐피탈은 1분기 재무 지표가 저하됐지만 현재까지는 해당 등급 안에서 어느 정도 감내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느냐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무림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동안 조달비용을 낮추는 것에 주력하면서 1년 만기 위주로 차입했는데, 현재 금리가 많이 낮아진 상태라 향후에는 장기로 차입하려는 계획”이라며 “연말 정도에는 자산과 부채 만기 1년 기준 비율이 다시 100%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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