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지분 84% 보유…잔여 2317만 매수 후 상폐 추진폐쇄형 경영 활동으로 장기적 경쟁력 확보 추진 배경정보 비대칭에 소액주주 보호 위한 조치로 도입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패션 브랜드 ‘지오지아’, ‘올젠’ 등을 보유한
신성통상(005390)이 자발적 상장폐지(상폐)를 위한 공개매수를 다시 추진한다. 이미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가 소유한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84%에 가까운 최대지분을 확보한 가운데 이번 공개매수가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상폐요건을 갖추게 된다. 신성통상은 장기 실적 부진과 업황 침체 속에서 무리한 상장 유지보다는 상폐 이후에 폐쇄형 경영 활동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신성통상은 최대주주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자사 주식 2317만8102주(발행 주식의 16.13%)를 주당 41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이날 종가(3925원)보다 4.45% 높은 금액이다.
공개매수신고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33조에 따라 기업지배권, 지분 획득 등을 목적으로 증권시장 밖에서 주식 등을 취득하여 보유비율이 5% 이상이 되려는 경우 그 주식 등을 공개적인 방법을 통해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공정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한 제도적 장치로 꼽힌다.
원칙적으로는 공개매수 공고 이후 철회, 별도매수, 매수조건 변경 등 제한된다. 공개매수신고서에는 △ 매수자의 신원 및 특수관계인 정보 △ 공개매수 목적 (예: 경영권 확보, 상장폐지 등) △ 매수 대상 주식의 수량과 가격 △ 매수 기간 및 결제일 △ 자금조달 방식 및 매수 조건 △ 과거 지분 취득 내역과 향후 계획 △ 상장폐지 등 중대한 사안일 경우 이후 절차 예상 등 내용을 담아야 한다. 특히 금융당국이 투자자와 시장참여자들에게 해당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전공시가 의무다.
만약 경영권이 변동될 경우 일반투자자는 불리한 지위에 처할 가능성을 우려해 저가에 보유지분을 매도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으나 공개매수를 통해 해당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대주주가 경영권을 강화하거나 상장폐지를 시도할 때, 소액주주는 상대적으로 정보에 취약한 위치에 있어 공개매수신고서를 통해 거래 조건과 의도를 명확히 공시해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로 도입됐다.
또한 대량 지분 매입은 주가에 상당한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비밀리에 진행하거나 불공정하게 처리할 경우 시장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이러한 사전 신고 의무를 통해 부작용을 방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신성통상이 공개한 이번 문서에 따르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으로 본 공개매수를 통해 현재 이들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신성통상의 잔여주식 전부를 취득하고 관련 법령 및 규정상 요건 및 절차 등을 충족하는 경우 자발적인 상장폐지를 신청한다고 그 목적을 밝혔다.
공개매수 주체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과 염 회장 장남인 염상원 씨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들이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 오너 일가 등이 가진 신성통상 지분은 83.87%(올 1분기 말 기준)다. 현행법상 상장폐지를 위해서는 지분을 95% 이상 확보해야 한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11.13%를 매입하면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6월 1차 공개매수를 추진했으나 그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반발로 충분한 지분을 사들이는데 실패한 바 있다. 이번 공개매수가(4100원)는 지난 1차 공개매수 당시 주당 2300원보다 약 78% 높은 수준이다. 주가 기준으로도 직전 1개월 평균 주가 대비 약 25% 이상의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신성통상의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가치(BPS)는 1주당 3372원이다.
신성통상이 상장폐지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지속된 실적 부진과 유통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깔려 있다. 국내 패션시장은 1인당 의류 구매량 감소와 온라인 플랫폼 경쟁 심화로 성장성이 제한되고 있다. 신성통상 역시 매출이 정체 상태에 놓여 있으며,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망을 유지하는 데 따른 고정비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번 공개매수자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모두 비상장사다. 해외 위탁생상(OEM) 제조 기반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를 비상장 계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외부 간섭 없이 내부 구조조정과 장기 전략을 추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회계·공시 등 상장사 규제를 벗어나게 되면 연간 수억원 수준의 비용 절감 효과도 예상된다.
이번 공개매수는 응모율이 낮더라도 상폐 요건 충족에는 무리가 없는 구조다. 이미 84%에 육박하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공정공시 요건상 지분 95%를 넘기거나 자발적 상장폐지를 신청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면 상폐가 가능하다.
한편, 이번 최대주주 측의 공개매수는 이날부터 다음달 9일까지 한 달간 이뤄질 예정이다. 응모 비율에 관계없이 응모 주식 전량을 매수할 계획이다. 매수 이후 보유 지분율이 100%에 달하면 신성통상은 자발적 상장폐지를 신청하게 된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