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한화에어로 유증 성공…밸류업 충돌로 '당정 눈치'
세 차례 정정 끝에 1차 유상증자 발행가액 확정
고난도 유증 성공, 다음은 1조 퓨처엠 유증 주관
밸류업 기조와 충돌 우려…여야 후보 눈치도 봐야
공개 2025-05-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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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유상증자가 고비를 넘겼다. 세 차례의 정정 신고 끝에 발행조건이 결정됐다. 기존 발행 보다 증액된 규모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과 투자계획이 호응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유상증자를 주관한 NH투자증권(005940)은 이번 고난도 유상증자 주관 성공으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당국과 정치권에서 앞세우는 밸류업과 배치돼 마냥 기뻐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잇단 정정 끝에 유상증자 조건 확정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차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68만4000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유상증자의 규모는 기존 2조3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2차 발행가액은 26일 산정 뒤 1차와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발행가액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월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냉담한 시장 반응과 금융당국 견제에 지난 4월 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여야 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정정 요구를 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 차례 정정 끝에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유상증자는 규모뿐 아니라 흑자를 내는 유망 대기업 계열사의 유상증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통상 국내 대기업 계열사는 자금조달에 있어 1차적으론 은행권 대출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채권은 그 다음이다. 특히 유상증자는 경영 환경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의 불가피한 선택지로 여겨져왔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두고 일각에선 경영권 승계 자금 부담을 일반 주주들에 전가시키려는 의도라는 주장이 제기된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 주요 대기업들도 속속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업 자금조달 전략의 변화로 읽히기 시작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대형 유상증자가 진행됐지만 목적과 세부사항에 따라 향후 주가 흐름은 엇갈렸다”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K방산의 성장성과 투자의지가 주가 희석 우려를 상쇄시켰다”라고 분석했다.
 
고난도 유상증자 실력 입증…대형 딜 이어져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성공으로 NH투자증권은 올해 주식자본시장(ECM) 강화전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장 이번 유상증자로 NH투자증권이 얻을 수수료 수익은 모집총액의 0.25%, 인수액 1조7513억원 기준 26억2700만원 수준이다. 중형급 기업공개(IPO) 주관 수수료 수익의 3배 정도다.
 
이뿐만 아니라 유상증자 진행 초기 당시 우려됐던 실권주 리스크도 줄어들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에 앞서 진행된 삼성SDI(006400) 유상증자의 경우 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우리사주 사전 청약이 완판됐기 때문이다. 우리사주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호응과 신규 투자자 선호도의 바로미터로 읽힌다. 
 
(사진=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이번 성공을 발판 삼아 조 단위급 유상증자를 준비 중이다. 포스코(005490)그룹의 이차전지 계열사 포스코퓨처엠(003670) 건으로 NH투자증권이 대표 주관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13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발행가액은 오는 7월16일 확정되며 8월 내 신주 상장을 목표로 한다. 
 
이번 유상증자 역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기 위한 선제 투자를 위해 기획됐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에 제출된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유상증자 금액 중 6307억원은 GM과 함께 짓고 있는 캐나다 양극재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어 시설자금 1810억원은 포항과 광양에 위치한 양극재 공장 증설에 투입되고 나머지 2884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밸류업 기조에 '표정관리'
 
NH투자증권은 기록적인 딜을 성공적으로 주관했음에도 내부에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분위기기 감지된다.
 
유상증자 주관이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벨류업과 다소 배치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여기에 더해 정권 교체기 주요 대권 주자들이 소액주주 보호와 증시 부양을 공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13일 '2025년 제2차 밸류업 자문단 회의'를 열었다. 이날 당국은 업계와 학계, 연구계 전문가들과 밸류업 정책 관련 의견을 수렴했다. 이는 밸류업이란 당국의 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형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은 증권사에는 좋은 실적이 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 금융당국이 대형 유상증자에 대해서 견제하는 입장이고 정권교체기에 소액주주 보호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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