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색조 화장품 제조 기업
씨앤씨인터내셔널(352480)이 최근 발행주식 3분의 1에 해당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을 두고 업계 이목이 쏠린다. 이번 유증으로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인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어센트EP)로 바뀌는 한편,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까지 더해져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 자본이 투자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 투자가 아닌 중장기 성장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앤씨인터는 최근 신주 361만5960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 자금은 시설 투자에 약 450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에 1000억원 사용할 예정이다. 납입일은 8월29일, 상장 예정일은 9월12일이다. 유상증자 물량은 상장 후 1년간 의무보호예수(락업)를 가진다. 유증 대상은 어센트EP다.
(사진=씨앤씨인터내셔널)
대규모 유증으로 어센트EP 최대주주 등극…지분희석 등 우려
씨앤씨인터는 지난 23일 유상증자 결정과 함께 "회사는 포괄적 경영권 양수도 거래를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고 밝혔다. 어센트EP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최대주주 일가 지분 200만주를 1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대상 주식은 배은철 씨앤씨인터내셔널 회장 보유주식 98만165주, 배우자 최혜원씨 72만2623주, 배수아 대표 30만주 등이다.
지분 인수 후 기존 최대주주였던 오너일가 지분은 기존 66%에서 34%로 축소, 어센트EP가 전체 지분의 41%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할 예정이다. 즉, 씨앤씨인터는 유상증자와 함께 경영권 자체를 외부에 넘기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 제3자 배정 방식은 경영권 변동 등 특수한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어 절차상 요건이 까다로운데, 이번처럼 대규모 신주 발행과 함께 오너일가의 엑시트가 병행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과 기업 지배력에 대한 의구심이 동시에 부각된다.
실제로 씨앤씨인터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 급락했다. 23일 공시 직후부터 이틀간 하락세를 보였고, 26일 종가는 3만8200원으로 23일 종가(4만3350원) 대비 11.88%나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유증에 따른 희석 우려 외에도 실적 둔화와 기업의 장기적 전략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DB(012030)증권에서는 씨앤씨인터를 두고 국내 주요 고객사 물량 감소로 인해 1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시장전망치)를 밑돌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허제나 DB증권 연구원은 “씨앤씨인터내셔널이 거래하는 국내 주 고객사는 대부분 색조 카테고리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매출 기여도 높은 상위권 고객사의 전방 시장 내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후속 신규 히트제품 부재로 동사에 유입되는 오더 흐름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최근 “어센트EP가 업무집행사원으로 참여하는 사모투자 합자회사 또는 해당 법인이 지배하는 SPC가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합의가 이뤄졌다”며 “신주 발행에 따른 희석 효과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4만원에서 3만7000원으로 하향,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보유로 내려 잡았다”고 밝혔다.

전략적 투자 가능성…신세계 참전 소식 '호재'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자금 유입이 아닌 '전략적 투자 유치'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발행 대상이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닌 경영권 인수를 동반한 PEF라는 점에서 자금 지원과 경영 체질 개선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예수 1년 조건도 걸어 단기 차익실현 우려를 최소화했다.
특히 어센트EP가 설립하는 SPC에 신세계 측이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장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씨앤씨인터내셔널 측은 신세계가 보유한 그룹 유통망과 어센트EP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전망이다.
유증 자금 중 400억원을 투자할 청주 신공장은 생산 자동화와 글로벌 수출 대응력을 강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씨앤씨인터는 2013년 설립된 색조화장품 주문자개발생산(ODM) 전문 기업으로 국내외 로드샵, 고급 브랜드 등 100여 곳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최근 해외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스킨케어 등 신규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흐름은 다소 둔화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은 2022년 1306억원에서 2023년 2203억원, 2024년 2829억원으로 2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크게 늘었다.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54.37%로 지난해 말 43.39% 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재무건전성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다.
<IB토마토>는 어센트EP 측에 씨앤씨인터 투자 관련 질의를 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