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삼보모터스(053700)가 수년간 이어온 공격적인 투자 끝에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최근 미주 시장에서 첫 매출을 인식한 신규 멕시코 법인을 통해 외형 성장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회사가 대규모 투자 마무리로 수익성 회수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저하된 유동성 회복과 함께 회사가 퀀텀점프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삼보모터스)
1분기 매출 4000억원 첫 돌파…해외법인 투자금 회수 시작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보모터스의 연결기준 매출은 4122억원, 영업이익은 2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매출 3705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와 비교해 각각 11.2%, 16.4% 성장한 수치다. 특히 1분기 기준으로 4000억원대 매출을 처음 돌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동차 부품업계 특성상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 실적이 이 정도 규모라는 것은 연간 전망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연간 기준으로도 수익성 회복세가 뚜렷하다. 2020년 흑자 전환 이후에도 안정적인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2023년부터는 영업이익률도 3% 중반대로 상승하며 본격적인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률 5.7%, EBITDA 마진 9.4%를 기록하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삼보모터스는 대규모 투자 지속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다소 악화된 바 있다. 2021년부터 이어진 당진공장과 멕시코공장 등 대규모 설비 투자가 지속되며 자본적지출(CAPEX)을 증가시켜, 순영업현금흐름(NCF)을 지속적으로 상회했다. 이에 따라 잉여현금흐름(FCF)은 장기간 적자를 기록했다. 삼보모터스는 지난해에만 약 1548억원의 CAPEX를 집행했고, 이로 인해 순차입금은 2022년 2183억원에서 올 1분기 기준 2918억원으로 8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다만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투자금 회수가 시작되고 있는 점 등은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최근까지 투자를 이어온 멕시코 제2법인이 올해 첫 매출 75억원을 인식하면서 본격적인 전기차 부품 생산이 시작됐다. 삼보모터스의 1분기 미주 매출은 총 2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1% 급증했다.
해당 공장은
현대모비스(012330) 등 완성차 1차 협력사로부터 수주한 전기차 고전압 버스바 및 내·외장재 부품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기존 파이프와 플레이트 등 내연기관 제품에 의존했던 사업구조를 친환경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재무안정성 지표 회복세지만…유동성 회복은 ‘숙제’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도 회복세다. 올 1분기 기준 삼보모터스의 부채비율은 207.9%로, 지난해 말 216.96% 대비 약 9%포인트 하락했다.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1.9배로 낮아졌고, EBIT/금융비용 커버리지도 3.5배까지 상승하면서 이자상환 능력도 향상됐다.
수주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보모터스의 완성차 기준 수주잔고는 약 1억8000만대, 금액으로 보면 약 1조6475억원에 달한다. 올 하반기부터는 북미 전략 차종인
기아(000270) 텔룰라이드와 EV3가 양산에 들어가면서 해당 물량의 납품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다만 유동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만기 도래가 임박한 차입금 규모가 크고, 자체 현금창출력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1분기 삼보모터스의 총차입금은 4471억원으로, 이 가운데 단기성부채는 3516억원으로 전체의 78.6%에 달한다. 차입 구조가 단기 위주로 형성돼 있는 만큼, 유동성 관리가 삼보모터스에 당면한 주요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삼보모터스가 보유 중인 현금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1분기 삼보모터스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2054억원으로 단기성부채 총액(2707억원)을 하회하고 있다. 사실상 자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자금만으로는 단기 채무상환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삼보모터스는 일정 수준의 담보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토지 및 건물 등 유형자산 중 2469억원 규모가 이미 담보로 제공된 상태지만, 이는 전체 유형자산 장부가액의 42.7% 수준으로 추가 담보 제공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보모터스가 그간의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하고 수익성 회수 국면에 접어들면서 재무구조가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친환경차 부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북미 시장 등 해외법인의 실적 본격화가 기대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외형성장세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B토마토>는 삼보모터스 측 향후 남아 있는 300억원 규모의 북미 투자 외에 추가적인 투자 계획은 더 이상 없는 건지, 단기성부채 상환 계획 등은 어떻게 되는지 질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