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미용 의료기기 기업
클래시스(214150) 매각이 어려워지자 시간 외 매매(블록딜)로 방향을 선회했다.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에 지분 일부를 먼저 매각해 투자금회수(엑시트)에 나선 것이다. 이에 투자 원금 3분의 1가량을 회수, 인수 이후 높아진 주가 이득을 톡톡히 누렸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지난해부터 추진한 클래시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희망 매각가 3조원대를 고수하며 원매자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인캐피탈은 지난해 말 JP모간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이후 올해 초 예비입찰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칼라일, 힐하우스캐피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각가 협상 과정에서 원매자 측이 2조원대 초반을 요구, 몸값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클래시스 미용의료기기(사진=클래시스)
블록딜로 2276억원 회수…3조원대 몸값 고수할까
당장 경영권 매각이 쉽지 않자 베인캐피탈은 지난 16일 클래시스 주식 393만339주(6.00%)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베인캐피탈이 조성한 투자조합 ‘BCPE LP’의 지분율은 60.16%에서 54.16%로 감소했다. 주당 처분 단가는 5만7915원으로, 약 2276억원을 회수했다.
이는 보유 지분 중 10분의 1가량을 팔아 투자 원금 대비 약 34%를 회수한 셈으로, 인수 이후 주가 상승에 따른 막대한 차익을 거두게 됐다. 앞서 베인캐피탈은 2022년 4월 6700억원을 투자해 클래시스 지분 60.8%를 사들였다. 당시 클래시스의 시가총액은 1조4000억원 안팎이었지만, 현재는 3조8000억원(20일 종가 기준)을 웃돌고 있다.
베인캐피탈이 높은 몸값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보유 지분 가치만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인수 당시 적용했던 약 4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하면 3조원대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297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멀티플 20배를 웃돌지만, 클래시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베인캐피탈 측에서도 쉽게 몸값을 내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최근 양호한 실적 흐름도 3조원대 몸값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올해 1분기 클래시스 매출은 연결 기준 771억원으로 전년 동기(504억원) 대비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5억원에서 388억원으로 46% 늘었으며, 분기순이익도 261억원에서 297억원으로 14% 증가했다. 이에 따른 주당순이익(EPS)도 408원에서 454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수출 실적이 2023년 1171억원에서 지난해 1638억원으로 늘어난 가운데 올해 1분기에만 525억원의 수출을 달성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도 기대된다. 실제로 1분기 수출 비중은 68.1%로, 국내 매출 비중 31.9%와 비교해 2배에 달한다. 클래시스는 이에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44% 증가한 3500억원으로 제시, IB업계에선 올해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클래시스 측은 “비침습 시술 방식인 미용 에너지기반기기(EBD) 글로벌 시장은 지난해 33억 달러에서 2030년 97억 달러로 연평균성장률 20%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라며 “전세계 80여 개국에 달하는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고 지속적인 제품 업그레이드와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통해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성장세도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25% 상호관세 부과로 제동이 걸렸다. 당장 수출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에선 집속초음파에너지(HIFU) 장비 ‘슈링크’의 판매로 시장 점유율 55%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독일 멀츠에스테틱의 ‘울쎄라’와 미국 솔타메디칼의 ‘써마지’가 각각 HIFU 시장과 고주파(RF)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클래시스는 브라질과 태국 등지에선 슈링크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향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미국 시장 개척은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패런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미용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137억 달러(약 18조원)로 유럽, 중국과 더불어 글로벌 최대 미용 의료기기 시장으로 꼽힌다. 클래시스는 올해 평균 판매 가격(ASP) 5000만원 수준인 RF 장비 ‘볼뉴머’ 판매를 시작으로 기존 주력 제품인 슈링크 판매를 내년부터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25% 추가 상호관세 적용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상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다.
의료기기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추가적인 정책 변화가 없는 한 미용 의료기기에는 기본관세 10%에 상호관세 25%가 적용되어 총 35%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비교적 관세율이 낮은 멕시코나 캐나다를 통해 우회 수출하거나 정부 정책 지원에 대한 논의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