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이 자산관리 센터에 힘을 싣는다. 이종 업권의 전문가를 영입하고 조직규모를 키우는 등 확대일로다. 통상적으로 자산관리(WM)는 은행, 증권사 등 금융 업권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법무법인도 각 사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단순 송무와 자문업무를 넘어 고령화 시대를 대비할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IB토마토>는 법무법인과 은행권의 자산관리 차별점과 각 사의 전략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법무법인 바른은 Estate Planning Center(EPC)를 중심으로 자산관리의 심리적 벽을 허물고 있다. 로펌 내 조직을 꾸려 신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한편, 일반인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정보 교류의 장도 마련했다. 신뢰 관계를 구축해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관리 계획을 제공하겠다는 명확한 지향점도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최영노 변호사, 이동훈·김도형 대표변호사, 정재희 변호사, 김현석 세무사, 김지은·김병일·김경수·조웅규·김현경·정경호·박상오 변호사(사진=법무법인 바른)
자산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 2022년 4월 EPC를 최초로 설립해 상속과 기업 승계, 자산 관리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개념을 첫 선보였다. 특히 자산관리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상속신탁연구회를 통해 신탁선언 방식의 유언대용신탁도 최초 설계했다.
EPC는 절세뿐만 아니라 피상속인의 의지 관철하고 분쟁을 예방하는 게 목표로 유언장·신탁을 활용한 개인·기업 승계 플랜에 주력한다.
자산 관리와 관련해 지속적인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업승계와 상속설계 분야 강점을 키우고 있다. 금융사와의 협력도 이어가고 있는데, 특히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은행,
삼성생명(032830) 등과의 업무협력(MOU)을 통해 고객의 자산관리도 심층 논의한다.
특히 고액자산가나 전문가 외에도 일반인들의 선제적 자산관리 필요성 등에 관한 내용을 세미나에서 논하고 있으며, 유튜브를 통해서도 전달해 자산관리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
신뢰 기반의 글로벌 자산관리 '강점'
<IB토마토>는 법무법인 바른 EPC 조웅규 변호사, 한승엽 변호사, 김지은 변호사, 김현경 변호사를 만나 EPC의 역할과 세미나 개최의 효과를 들었다.
-자산관리 서비스의 성장성은.
△조웅규 변호사 : 앞으로 자산관리 시장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올드리치와 영리치가 증가하면서 법률 전문가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과거 무료 자문에 의존하던 자산가들이 이제는 복잡한 자산 유형과 관리 방안을 요구한다. EPC의 경우 전통적인 절세뿐만 아니라 사후 분쟁 예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유언장이나 신탁을 활용한 개인자산 승계, 중소·중견 기업의 승계 계획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자산 승계 플랜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해외 부동산과 금융자산 보유자, 디지털자산을 보유한 고객 등 유형에 따라 선제적인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세미나를 개최했다. 자문으로도 이어지나.
△조웅규 변호사 : 바른 EPC는 일반인, 고액자산가를 비롯해 기업 오너, 패밀리오피스 관계자, 금융권 PB 등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자산관리를 이해하고 앞서 고민을 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상속을 준비할 필요성이 있다. 자산관리나 자산 승계는 보통의 신뢰 관계로 진행하기는 힘들다. 세미나는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 중 하나로, 좋은 결과를 보인 사례와 역량을 발표하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자 중 상당수가 추가 상담을 요청해 실제 자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올드리치와 영리치의 차이점은.
△조웅규 변호사 : 올드리치는 주로 자산 보존과 기업 승계, 가족 내 분쟁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영리치는 자산 증식과 해외 진출, 디지털 자산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자산 유형의 차이도 있다. 올드리치는 고정자산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해외 이주가 제한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자산 승계 플랜 수립 시 영리치에 비해 제약이 있는 편이다. 영리치의 경우 현금화 가능한 재산 비중이 높다. 블록체인이나 코인,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재산 등 현금화 부담이 적다. 실제로 벤처기업 창업자 고객에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창업자 본인 지분의 매각과 M&A, 해당 자금의 분배와 해외 이민 및 패밀리오피스 설립 등까지 전 과정을 도왔다. EPC에서 담당하는 전형적인 업무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 보람을 느꼈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사진=법무법인 바른)
-해외 네트워크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면.
△조웅규 변호사 : 싱가포르에 위치한 바른 사무소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과 홍콩, 호주, 아랍에미리트(UAE) 등 현지 주요 법무법인, 회계법인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고객이 해외로 이주할 경우 해당 국가에 맞춰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거주 재외동포와 상장사 대주주의 해외 자산 이전에 대한 자문 수요가 급증해 글로벌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승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절세안은.
△한승엽 변호사 : 30억원을 초과한 상속세 과세 표준에 적용되는 세율은 50%,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20% 할증평가가 적용된다. 상속 시 실제 부담 세율이 60%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주식양도 세율은 25%(1년 미만 보유)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식매매거래를 통한 승계도 대안이다. 또한 합병과 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 회사 조직 개편의 경우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이 부여돼 기업 승계 과정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고, 전환사채를 통환 승계도 종종 활용된다.
-상속세 개편안이 자산관리 플랜에 미칠 영향은.
△김지은 변호사 :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유산취득세 방식 전환이 논의 중인데, 공평 과세 측면에서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정이 된다면 각자 받는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하게 돼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다만 아직 확정된 방식이 아니고, 논의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 할 문제다. 다만 초고액자산가의 경우 50% 공제 구간이 높아지거나, 상속 세율이 대폭 낮아져야 실질적인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현재 논의 중인 안 대로 진행된다면 중산층의 절세효과가 기대된다.
-공익사단법인 정 후견업무를 맡고 있는데, 성년후견제도에서 신탁 활용도는.
△김현경 변호사 : 성년후견제도는 대부분 가족 간 재산 관리문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자산이 매우 많은 경우는 흔치 않다. 법정후견제도 안에서 신탁을 활용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있는 편이다. 법정 후견도 보수가 있는 데다, 신탁을 활용하게 되면 2중 지출이 발생해 섣불리 활용하기 쉽지 않다. 다만 미성년후견의 경우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은 재산을 성년이 될 때까지 신탁을 통해 활용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후견제도에서 신탁이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임의후견 제도가 활성화 돼야 한다. 신탁 설계 시 임의 후견 계약도 함께 체결해 정신적 제약 등으로 인해 신탁 수익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됐을 때 후견인을 통해 신탁 수익을 활용하는 서비스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법인 내 상속신탁연구회가 있던데.
△조웅규 변호사 : 바른의 상속신탁연구회는 변호사와 세무사 등 20명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2012년 이후 100회 이상의 정기 세미나와 연구 활동을 진행했으며, 논문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주요 활동으로는 상속과 증여, 신탁 분야의 최신 판례 연구와 실무 분석이 있다. 신탁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유언대용신탁, 가업승계신탁, 자산관리신탁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신탁연구회를 통해 금융기관이 아닌 스스로 수탁자가 되는 방식을 취하는 방식의 유언대용신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최초로 발표했고, 가족법학회 논문에 게재돼 실제 자문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바른 EPC의 목표는.
△조웅규 변호사 : 단순한 법률 자문을 넘어 고객의 자산 승계와 보호, 성장이라는 전 과정을 함께 하는 토털 솔루션을 지향한다. 특히 누구나 자산의 관리와 승계 자문을 요청할 수 있는 로펌이 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 EPC는 상속과 증여, 국제 이전 등 전 과정을 아울러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내외 금융기관과 회계법인, 패밀리오피스 등과 협업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