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적자 1조 축소…D램에 웃고·낸드에 울고
AI용 고성능 메모리 제품 등 호황으로 D램 흑자 전환
낸드, '솔리다임' 적자에 실적 악화…보수적인 기조 유지
공개 2023-10-26 17:56:19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6일 17:5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4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3분기는 영업손실이 1.8조원으로 확 줄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면서 매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올해 적극적인 감산 효과로 재고자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D램 투자는 늘리고 낸드는 투입 비용을 조정하면서 실적을 개선시켜 나갈 방침이다. 
 
 
AI용 D램 등 고부가 제품 판매 증가에 영업적자 축소
 
26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9조662억원, 영업손실 1조79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10조9829억원) 대비 17.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1조6605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로 전환, 영업손실률은 -25%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3조4023억원, 영업손실률은 -67%로 저점을 기록했지만, 2분기부터 영업적자 폭이 줄면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대비 각각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38% 증가했다.
 
이번 3분기에는 D램과 낸드 모두 판매량이 모두 증가했다. 3분기 매출 점유율은 D램이 67%, 낸드가 27%로 각각 6조742억원, 2조447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매출 7조3059억원과 비교하면 D램(62%)은 4조4141억원 대비 37.6%, 낸드(30%)는 2조2402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특히 D램은 인공지능(AI) 등 고성능 서버용 제품 판매가 늘어나면서 2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 초부터 챗GPT가 주목받으면서 AI용 메모리인 HBM3과 고용량 DDR5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이 주요했다. 또한 스마트폰 플래그십 신제품 모델이 출시되면서 고성능·고용량 모바일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 것이 실적 호조에 기여했다.
 
D램 출하량은 지난 2분기 대비 약 20% 신장했고, 평균판매가격(ASP)도 10%가량 올랐다. 낸드의 경우 고용량 모바일 제품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olid State Drive) 제품 중심으로 출하량은 증가했으나 ASP는 감소해 영업적자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와 HBM3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 8월 HBM3의 확장 버전인 HBM3E 개발을 마쳤으며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또한 내년에는 HBM과 DDR5, 저전력 D램(LPDDR5) 등 고부가 주력 제품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는 “당사는 고성능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면서 미래 AI 인프라의 핵심이 될 회사로 탄탄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HBM, DDR5 등 당사가 글로벌 수위를 점한 제품들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HBM3E (사진=SK하이닉스)
 
CAPEX 축소에 재고자산 감소…낸드는 ‘애물단지’
 
SK하이닉스는 투자 규모(CAPEX)를 지난해 19조원에서 올해 50% 이상 감축했다. 내년에도 투자효율성 및 재무건정성을 고려해 투자 규모 증가분은 최소화할 전망이다. 
 
감산에 따른 효과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1조5665억원에서 올 1분기 1조7182억원으로 불어났던 재고자산은 감산 효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재고자산은 지난 2분기 1조6420억원에서 이번 3분기 1조4948억원으로 확연히 감소했다.
 
또한 이번 3분기에는 D램 가격이 오르면서 600억원 수준의 재고평가손실충당금이 환입됐다. 재고평가손실충당금은 가치가 떨어진 만큼 매출원가에 재고자산평가손실로 더해지고 영업비용에 반영되는데, 재고 가치가 오르면서 매출원가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덕분에 3분기 영업손실(1조7920억원)은 지난 2분기(2조8821억원) 대비 1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말 재고수준은 전분기 대비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D램을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재고수준이 정상화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낸드의 경우 D램 대비 재고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보수적인 낸드 생산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년 전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90억달러(약 10조원)을 들여 인수해 솔리다임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솔리다임은 올 상반기 순손실 2조2423억원을 기록하며 SK하이닉스의 영업적자만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SK하이닉스 측은 감산 및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HBM3E는 현재 고객사와 호환성을 검증하고 있는 단계다. 내년 상반기에 양산을 시작하게 되면 판매로 이어져서 매출에 포함이 될 것”이라며 “낸드의 경우 저희만이 아니라 많은 낸드 공급자들이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솔리다임 적자 영향까지 실적에 더해지면서 손실이 조금 더 커보이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