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을 레미콘)①공장 넘치는데 강자는 없다…규모화 막힌 시장
전국 1075개 공장…지역 분절에 규모의 경제 실종
중소업체 보호 기조 속 공급 과잉·재편 지연
유진·삼표도 한계…지역 분절에 영세구조 고착
공개 2026-08-12 06:3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07일 19:5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건설경기 침체로 레미콘 업계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업황 부진은 단순히 건설 수요 감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레미콘 산업은 지역 공급 중심의 시장 구조와 중소업체 보호 정책, 제한적인 인수합병(M&A), 운송 의존도가 맞물리면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 결과 전국에 1000개가 넘는 공장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산업 재편은 지연되고, 제조사는 생산과 품질을 책임지면서도 운송 단계에서는 협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슈퍼을'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IB토마토>는 이번 기획을 통해 레미콘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시장·정책·운송·재무 측면에서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위한 해법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전국에 1000개가 넘는 레미콘 공장이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시장을 주도할 '대형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제품 특성상 영업권역이 지역별로 나뉘는 데다 중소업체 보호 정책과 제한적인 인수·합병(M&A) 환경까지 겹치면서 외형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 수요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공급 구조는 좀처럼 바뀌지 않으면서 레미콘 산업은 '공장은 많지만 강한 기업은 없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유진기업 레미콘 (사진=유진기업)
 
지역 분절이 막은 규모의 경제
 
7일 한국레미콘공업협회가 집계한 '전국 레미콘 업체 공장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레미콘 업체는 958개, 공장은 1075개다. 배처플랜트는 1516기, 시간당 생산능력은 20만 966㎥, 연간 생산능력은 10억 9770만㎥이다. 지역별로는 서울·경인에 가장 많은 138개 업체와 195개 공장이 몰려 있다. 이어 경북 144개, 강원 140개, 대전·세종·충남과 광주·전남이 각각 124개, 경남 109개 순으로 나타났다.
 
공장 수가 전국적으로 1000곳을 넘지만, 업체당 보유 공장 수는 평균 1.12개 수준에 그쳤다. 958개 업체가 1075개 공장을 나눠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업자가 특정 지역에 한두 곳의 생산 거점을 두고 영업한다.
 
시장 수요도 빠르게 위축됐다. 지난해 전국 레미콘 출하량은 9765만 8201㎥로 전년(1억 1443만 7978㎥)보다 14.7% 감소했다. 2021년(1억 4591만 3497㎥)과 비교하면 약 33% 줄었다. 반면 전국 공장 수는 2024년 1088개에서 지난해 1075개로 13개 감소하는 데 그쳤다. 수요 감소 속도에 비해 생산설비 조정이 더디면서 업체 간 가동률과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공급 경직성이 나타났다.
 
레미콘 산업 특성과 시장 구조는 맞닿아 있다. 레미콘은 생산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굳기 시작해 통상 90분 이내 현장에 공급해야 하는 만큼 공장별 영업권역이 제한된다. 일반 제조업처럼 생산시설을 한곳에 집중한 뒤 전국으로 공급하거나, 특정 지역의 생산능력을 다른 권역으로 돌리는 방식이 어렵다. 공장을 늘리더라도 전국 시장점유율 확대나 규모의 경제로 이어지기 어렵다.
 
한일산업 레미콘 사업장 전경 (사진=한일산업)
 
유진, 삼표 등 상위사도 규모의 경제 불가
 
실제 상위 업체들의 공장 보유 규모도 전체 시장과 비교하면 제한적이다. 유진기업(023410)은 계열사 동양을 포함해 전국에 40개의 레미콘 공장을 운영한다. 삼표산업은 안양·인천·송도·화성·양주·용인 등을 포함해 12개 공장을 보유했다. 한일시멘트와 한일산업 또한 각각 7개, 10개로 그룹 기준 17개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이다. 이들 3개 그룹의 공장 총합은 69개로 전국 1075개 공장의 6.4% 수준이다. 레미콘 산업에서는 단순한 공장 수 확대보다 각 권역의 수요 기반과 운송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대형 업체 역시 전국 단위 생산망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고, 개별 공장은 사실상 독립된 지역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역 분절 구조가 대형화와 산업 재편을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수요 감소기에는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를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중소업체 보호는 성공…산업 재편은 숙제로 
 
레미콘 산업 재편이 더디게 진행된 배경 중 하나로 '정책 환경'도 꼽힌다. 지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는 레미콘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하고, 기존 대·중소기업의 사업 확장 자제와 대기업 신규 진입 자제를 권고했다. 당시 정책은 공급과잉을 억제하는 동시에 지역 중소업체의 생존 기반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적합 업종 권고는 법적 강제력을 갖는 규제는 아니었고, 인수·합병(M&A)을 제한한 것 또한 아니었다. 업계에서는 대형 업체의 신규 공장 신설이나 지역 거점 확대가 단순한 투자 문제가 아니라 지역 중소업체 보호와 지역 경제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안으로 인식돼 산업 재편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고 본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공공 조달 제도 역시 지역 중심 시장 구조를 유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레미콘은 2027년까지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과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 대상 품목으로 지정됐다. 조달청 다수공급자계약(MAS)도 시·군·구 단위 시장 권역을 기준으로 운영한다. 해당 제도는 지역 중소업체의 판로 안정에는 기여했지만, 공급 과잉 국면에서 산업 재편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라고 평가받는다.
 
한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레미콘은 공장이 많다고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제품 특성상 각 공장이 담당하는 영업권역이 정해져 있어 수도권 공장이 지방 물량을 가져갈 수도 없고, 반대로 지방 공장이 수도권 시장에 진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제조업처럼 공장을 통합하거나 생산을 집중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정책은 지역 중소업체의 경영 안정과 판로 보호에 상당한 역할을 해온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 이제는 보호와 함께 산업 경쟁력과 구조 개선까지 함께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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