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그랩 2400억 회수전…해외투자 성적표 가른다
2억달러 베팅 후 6년…스틱 해외투자 상징 된 그랩
적자 성장주서 현금창출 기업으로…달라진 엑시트 환경
공개 2026-08-12 07:4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10일 18:2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026890)가 6년 전 2억달러를 베팅한 동남아시아 슈퍼앱 그랩(Grab)의 투자금 회수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나스닥 상장 이후 주가 부진으로 엑시트가 지연됐지만 최근 그랩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현금창출력을 키우면서 회수 여건이 달라지고 있어서다. 그랩은 스틱의 아시아 확장 전략을 상징하는 투자이자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공동으로 참여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향후 회수 성과는 스틱 해외투자 전략의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의 차량공유 서비스 그랩 (사진=그랩)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그랩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총 3억5100만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다. 나아가 지난 4일엔 최대 7억5000만달러 규모의 클래스A 보통주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추가로 승인하면서 2024년 이후 그랩 이사회가 승인한 자사주 매입 한도는 누적 17억5000만달러로 확대됐다.
 
올해 집행된 자사주 매입에는 투자은행을 활용한 가속 자사주 매입(ASR)과 조건부 선도매입(CFP)이 활용됐다. ASR은 기업이 투자은행에 매입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대규모 주식을 곧바로 넘겨받아 빠르게 소각하는 방식이며, CFP는 주가가 사전에 약속한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만 투자은행을 통해 주식을 사들이는 조건부 예약 매수 방식이다.
 
그랩은 지난 3월 JP모건과 2억5000만달러 규모의 ASR 계약을 체결하고 약 5490만주의 클래스A 보통주를 우선 인도받았다. 이와 별도로 모건스탠리와 체결한 CFP를 통해서도 1억100만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2억달러 베팅 후 6년…스틱의 해외투자 상징인 그랩
 
이처럼 그랩이 실제 자사주 취득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스틱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0년 당시 스틱은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 2호 등을 활용해 그랩에 총 2억달러, 당시 환율 기준 약 2400억원을 투자했다. 2019년 약 1조 2200억원 규모로 조성한 SSF 2호의 세 번째 투자였다.
 
스틱은 SSF 2호에서 총 2억달러 가운데 7500만달러를 우선 투입하고 나머지 1억2500만달러는 브릿지론으로 조달해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후 약 1583억원 규모의 공동투자 펀드를 조성해 브릿지론을 대체했다. 해당 공동투자에는 교직원공제회가 933억원, 국민연금이 500억원, 농협상호금융이 150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투자 당시 그랩의 기업가치는 약 150억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2021년 미국 알티미터캐피털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을 추진하면서 기업가치는 396억달러까지 치솟았다. 불과 1년여 만에 몸값이 두 배 넘게 뛰면서 당시에는 그랩이 스틱의 대표적인 해외 성장투자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도 컸다.
 
그러나 상장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성장성을 앞세워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그랩은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금리 상승과 성장주 투자심리 악화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상장을 통해 회수 통로는 열렸지만, 대규모 투자금을 본격적으로 현금화하기에는 시장 여건이 악화하면서 회수도 지연됐다.
 
스틱은 그랩에 앞서 인도 배달업체 던조, 인도 병원체인 사히아드리병원, 중국 디디추싱의 공유자전거 사업 등 아시아 성장기업에 잇따라 투자했지만, 개별 투자 규모는 1000만달러 안팎이었다. 그에 비해 그랩에 대한 투자 규모는 2억달러로, 당시 스틱이 추진하던 아시아 성장투자 확대 전략 가운데 가장 과감한 베팅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스틱은 2023년 인도네시아 사무소를 폐쇄한 데 이어 2024년에는 16년간 운영했던 대만 사무소를 정리하는 등 해외 성과가 좋지 않은 분위기다. 이후 싱가포르 현지 인력도 서울로 복귀시키는 등 현지 조직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상에는 지점·사무소 현황에는 서울 본점과 베트남 사무소만 기재돼 있다. 그랩의 엑시트 성과에 따라 그동안 스틱이 추진해온 'Pan-Asia' 전략의 성적표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적자 성장주서 현금창출 기업으로…달라진 엑시트 환경
 
최근 그랩의 실적 변화는 스틱 입장에서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랩은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2억달러를 기록했다. 조정 EBITDA(상각전영업이익) 역시 2024년 3억1300만달러에서 지난해 5억달러로 약 60% 증가했다. 지난 2023년까지만 해도 조정 EBITDA가 2200만달러 적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구조가 빠르게 개선된 셈이다.
 
 
올해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2분기 매출은 9억9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고 조정 EBITDA는 1억6800만달러로 같은 기간 54% 늘었다. 조정 EBITDA 마진도 지난해 2분기 13.3%에서 올해 16.9%로 높아졌다. 최근 12개월 기준 조정 잉여현금흐름(FCF)은 4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실제 현금유입도 든든해진 상황이다.
 
이 같은 실적 개선에 그랩은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를 41억~41억5000만달러로 높였다. 조정 EBITDA 전망치도 7억2000만~7억4000만달러로 상향했다. 2분기 말 기준 총 현금 유동성은 74억달러,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 유동성은 54억달러에 달한다.
 
스틱이 그랩 투자에 활용된 SSF 2호는 2019년 결성돼 약 7년이 흐른 상황이다. 회수 시점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그랩의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스틱의 엑시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랩은 스틱이 국내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외연을 넓히던 시기에 집행한 대표적인 크로스보더 투자"라며 "당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까지 공동투자자로 끌어들였던 만큼, 이번 회수 성과는 단순히 개별 포트폴리오의 엑시트를 넘어 스틱이 추진해온 아시아 투자 전략의 성적표라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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