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겐코리아, 배당성향으로 예고된 '어닝쇼크'
배당성향 20% 역산… 실적전망치 컨센서스 대비 10% 감소
공개 2019-12-23 09:3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배당성향 20%'를 공언한 슈피겐코리아의 배당총액이 발표되면서 올해 어닝쇼크가 예고됐다. 당기순이익이 컨센서스 대비 축소된 것으로 예상되며 투자심리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다만 슈피겐코리아 측은 실적을 보수적으로 전망했다는 입장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슈피겐코리아(192440)는 올해 배당총액을 전년 대비 13% 증가한 78억원으로 공시했다.
 
슈피겐코리아가 올해 11월 오픈한 가로수길 직영점. 사진/슈피겐코리아
 
올해 배당락일은 12월27일이다. 즉, 슈피겐코리아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기한이 수일 가량 주어졌지만, 투자심리는 오히려 이를 외면하는 모습이다. 실제 슈피겐코리아의 20일 종가는 전일 대비 1.58% 하락했다.
 
2018년 말 슈피겐코리아는 배당성향을 매년 5%p 늘려 중기적으로 30%까지 확대하겠다는 주주가치 제고정책을 결의했다. 계획에 따르면 슈피겐코리아의 배당성향은 지난해의 경우 연결 기준 순이익의 15%, 올해는 20%로 확대돼야 한다.
 
실제로 슈피겐코리아는 지난해 배당성향을 약 16%로 늘렸다. 즉, 슈피겐코리아가 올해도 약속을 이행했다고 가정하면, 올해 당기순이익은 약 392억원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지난해 실적 대비 약 8%, 증권가 컨센서스 대비 약 10% 감소한 값이다.
 
투자업계는 슈피겐코리아의 마진율 하락세가 수년 동안 지속된 만큼, 판매량 확대가 실적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슈피겐코리아는 B2B로 시장 트렌드를 파악한 후 B2C로 전환해 실적을 본격적으로 창출하는 전략을 썼다. 그 결과 매출비중은 B2B 25%, B2C 75%로 재편됐고, 이 과정에서 지급수수료 및 인건비가 증가해 결과적으로 연결 기준 판관비 등의 비중이 2014년 32%에서 2016년 44%, 올해 53%로 확대됐다. 영업이익률도 동 기간 33%→24%→15%로 급감했다.
 
슈피겐코리아 연결기준 판관비, 영업이익률.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물론 슈피겐코리아의 매출 자체는 아마존 활용 등에 힘입어 성장이 지속돼왔다. 2014년부터 연평균 13% 성장했고, 올해도 단순 연 환산 실적 대비로는 전년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올해만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는 매출이 마진율 축소에 따른 순이익 하락분 등을 메울 만큼 확대되지 못했으므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됐다.
 
1000억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의 활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성장성에 일부 의구심을 자아냈다. 슈피겐코리아는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 케이스 전량을 외주 생산하고 있으므로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이 적어 잉여현금흐름을 매년 300억원 가량 창출하고 있다. 슈피겐코리아의 근 몇 년 간 최대 현금지출은 본사이전을 위한 강남구 일대 빌딩 매입이다. 매입가 약 475억원이다.
 
슈피겐코리아 측은 일단 올해 실적 전망을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입장이다. 즉, 회계감사가 끝나면 순이익이 보정 받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배당총액도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슈피겐코리아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회계감사가 끝나야 알겠지만 올해 신규시장 진입에 따른 추가 인력채용이 이뤄졌고 관련 비용도 지출되다 보니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은 점이 있다”라며 “결국 배당성향 20%는 맞추게 될 것이며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총액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슈피겐코리아는 지난해 말 배당총액을 60억원으로 설정했지만 주주총회 이후 이후 69억원으로 늘린 바 있다. 다만, 현금성자산 사용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올해 6월 미국 기업의 케이스 사업부도 인수한 만큼 일단은 이를 안정화시키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아직까지는 현금성자산을 활용한 인수합병(M&A) 계획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슈피겐코리아가 투자자들로부터 수차례 지적받아온 주식 유통물량 부족 문제는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슈피겐코리아의 올해 3분기 기준 유통 주식수는 603만주며, 이 중 약 41%를 최대주주 김대영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다. 1% 미만을 보유한 소액주주 주식 비중은 전체의 23.7%인 147만주 가량 된다. 슈피겐코리아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주식발행초과금 493억원, 이익잉여금 2089억원을 쌓아두고 있으므로 일단은 무상증자 및 주식배당 여력 등을 확보한 상태다.
 
슈피겐코리아 관계자는 “무상증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