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현금적자' 스튜디오드래곤…탈출구 있나?
물적분할 이후 잉여현금흐름 적자 지속 중
공개 2019-12-20 09:2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스튜디오드래곤(253450)이 판권확보 경영전략 등으로 만성적인 현금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대작 드라마 제작기조 등으로 지출비용이 늘어나 스튜디오드래곤의 현금적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기대감이 예열되고 있다. 확보한 판권을 이용한 리메이크판 수출 등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수익 확대 가능성을 키운다.
 
17일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143억원을 기록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물적분할로 설립된 2016년 이후 FCF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30%가 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마진율이 무색할 만큼 만성적 현금손실이 지속되는 셈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연결기준 잉여현금흐름.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적자 기조는 수익구조에서 비롯된다. 기존 드라마 제작사가 방송국 등 플랫폼에서 약 80% 내외의 제작비를 방영권료 명목으로 지원받고 방영권·지적재산권(판권)을 넘겼다면, 스튜디오드래곤은 제작비 절반가량을 동반 지출하고 대신 판권을 가져온다. CJ ENM(035760)이라는 든든한 모회사를 둔 덕분이다.
 
이로 인해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총 제작비 중 플랫폼에서 받는 방영권료를 매출원가로 처리하고, 이후 남은 30~50%가량의 비용을 무형자산(판권)으로 인식한다.
 
판권은 스튜디오드래곤의 영업활동의 원천이므로 그 증가분이 현금흐름표상 운전자본 명목으로 계상된다. 물론 스튜디오드래곤은 변화주기가 빠른 드라마 시장 특성 등을 반영해 드라마 상각기한을 1.5년으로 잡으므로 매년 현금흐름에 거액의 무형자산 상각비용을 더하지만, 그만큼 투자를 지속하므로 결과적으로 매출채권 등이 반영된 운전자본 부담이 더욱 커져 현금흐름을 압박하고 있다.
 
일례로 스튜디오드래곤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무형자산상각비 873억원이 현금흐름에 더해졌지만, 동시에 판권 등 무형자산 증가분을 포함한 자산변동분이 1232억원 계상됐다. 지난해에도 1394억원의 자산변동분이 749억원의 상각비를 상쇄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만성적 현금적자는 유상증자 등으로 축적해 둔 현금성자산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실제 스튜디오드래곤은 2017년 모회사 CJ E&M 등으로부터 2078억원을 조달 받았는데,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1176억원에 불과하다.
 
스튜디오드래곤의 현금 적자는 중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거액의 투자비용 지출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는 드라마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에서 기인한다. 종편·OTT 등의 등장으로 채널이 다변화되고 이른바 ‘구독경제’라 일컬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소비자는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되는 ‘미드’(미국드라마) 등을 접하기 쉬워졌다.
 
잠재 소비자가 늘어나자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은 콘텐츠 제작에 점점 더 많은 자본을 쏟아부었고, 그 여파로 국내 드라마 산업에도 ‘대작’ 수요가 커졌다.
 
기존 드라마 제작비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항목은 흥행을 좌우할 수 있는 스타의 출연료였다. 그러나 거대 자본 투입으로 제작비가 증가하자 출연료 외의 투자가 가능해졌고, 이는 드라마 퀄리티 향상으로 이어지며 나아가 대작 수요를 다시 환기시키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회당 1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한국 드라마는 2015년 한 편도 없었지만 올해 8편으로 증가했다.
 
한류 첨병에 선 스튜디오드래곤은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 편승하며 투자비용을 확대, 다량의 대작을 제작하고 있다. 일례로 스튜디오드래곤이 올해 6월 선보인 ‘아스달 연대기’ 총 제작비는 540억원이나 됐고, 지난해 제작한 '미스터 선샤인' 제작비도 약 430억원 가량 됐다. 대작은 제작비가 크므로 판권 규모가 비례 증가하는데, 이는 수익성과는 별개로 운전자본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최경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이 향후 연간 3500억~4000억원 수준의 제작투자를 계획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 현금 부족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장면 일부. 사진/스튜디오드래곤
 
결국 스튜디오드래곤이 만성 현금적자를 해소하려면 해외 판권 판매 확대 등으로 투자비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거의 모든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상각기한과는 별개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실제로 스튜디오드래곤은 '미생', '응답하라 시리즈' 등이 방영 종료된 후 넷플릭스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보이스’가 일본에서 리메이크 돼 호평을 받았고 ‘라이브’의 미국 리메이크도 앞두고 있다. 그 영향 등으로 실제로 스튜디오드래곤의 드라마 판매 매출 비중은 2016년 40%에서 올해 약 45%로 증가했다.
 
그 외 호재도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11월에 넷플릭스와 3년 동안 총 21편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고 방영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신 스튜디오드래곤은 판권을 확보한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와의 계약 체결로 스튜디오드래곤이 확보하는 방영권료율과 오리지널 제작 마진이 기존보다 높은 수준에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프로젝트 마진 상향 평준화가 기대된다”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