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엘로 아스턴'마저 흔들…강남 고급주거 퇴각 도미노
신유씨앤디 개발 강남 논현동 부지 매각 작업 진행 중
'포도 바이 펜디 까사' 등 강남권 사업지들 줄줄이 공매 진행
높은 기대 수익률에도 안정성 담보되지 않아 PF 어려움 지속
공개 2025-06-20 06:00:00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강남권에서 추진 중인 고급주거 개발사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개발업계는 수년 전부터 강남구 논현동과 청담동 등지에 30가구 미만 고급주거 상품 개발에 나섰지만,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사업지 정리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카엘로 아스턴 논현' 조감도.(사진=엔에이치씨앤디)
 
'분양가만 100억원'…논현동 고급주거 부지 매물로
 
18일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엔에이치씨앤디(옛 아스터개발제9호강남논현)이 보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56-21 소재 대지면적 1624.2㎡ 규모 토지의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해당 부지는 신유씨앤디(옛 아스터개발)가 고급주거시설 개발을 위해 지난 2023년 약 620억원에 매입했다. 토지주인 엔에이치씨앤디는 지난 2023년 12월 기준 신유씨앤디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완전자회사다. 당시 이 사업지와 인접한 부지들의 호가는 3.3㎡당 약 2억5000만원이었지만, 크게 저렴한 3.3㎡당 1억2000만원대에 매입한 바 있다.
 
신유씨앤디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된 이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 아파트 21가구와 오피스텔 7실 등 총 28가구를 조성할 계획을 수립했다. 모든 가구가 대형 평형으로 구성되고, 1가구당 엘리베이터 1대가 제공돼 세대 간 간섭을 최소화됐다. 또한 수분양자들에게는 멤버십 서비스인 ‘디아드’를 제공키로 해 자산가들의 관심을 끈 바 있다. 회사는 이 사업의 단지명을 ‘카엘로 아스턴 논현’으로 정했고, 각 세대 분양가는 100억원 내외로 거론됐다.
 
지난 2020년대 초 서울 고급주거 개발사업의 수익률은 평균 20~25% 선으로 평가받았다. 같은 서울 기준 공동주택 개발사업의 수익률이 통상 10% 미만인 것을 고려할 때, 분양을 담보할 수만 있다면 높은 차입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회사는 토지 매입 등을 위해 연 10% 이상의 금리로 대규모 브릿지론을 조달했다. 지난 2023년 말 별도 기준 엔에이치씨앤디는 KB자산운용(200억원), 웰컴캐피탈(70억원) 등으로부터 799억원 규모 차입금을 조달했는데, 연 이자율은 11~16%에 달했다. 신유씨앤디와 엔에이치씨앤디는 모두 2024년도 재무제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고급주거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카엘로 아스턴 논현’ 분양을 위해 지난 2023년부터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 실제 계약률은 알 수 없지만,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에 어려움을 겪은 듯 보인다”면서 “논현동 부지의 매각 주관사가 희망 매수자들에게 투자안내서(IM)을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IB토마토>는 이와 관련해 신유씨앤디 측에 접촉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무너지는 강남 고급주거 개발사업…부실 사례 속출
 
최근 매물로 나온 ‘카엘로 아스턴 논현’ 부지 외에도 강남권의 고급주거 개발사업지들의 어려움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온비드에 따르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현재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4에 위치한 ‘포도 바이 펜디 까사’의 공매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초 해당 토지와 건물에 대한 1차 공매를 진행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고, 2차 입찰이 예정돼 있다.
 
이 사업의 시행은 논현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맡고 있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논현PFV의 지분은 △신한은행 68.7% △골든트리바이포도 25.3% △한국투자부동산신탁 5% △디에스네트웍스자산운용 1% 등이 보유하고 있다. 해당 PFV 역시 지난해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SK에코플랜트와 DS네트웍스가 각각 출자한 ‘디에스네트웍스SK-ECO주거개발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1호’의 신탁업자로 PFV에 참여하고 있다.
 
논현PFV는 이 부지를 지하 7층, 지상 20층, 아파트 29가구와 오피스텔 6실 규모 고급주거시설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특히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를, 명품 브랜드 ‘펜디’의 인테리어·가구 브랜드인 펜디 까사가 주택 내부 인테리어 등을 각각 맡기로 하며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가구당 분양가는 2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시행사는 당초 지난해 9월 착공, 2028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수립했다.
 
그러나 논현PFV가 매년 약 150억원 이상인 브릿지론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7월 이 사업장의 기한이익상실(EOD)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대주단은 올해 5월 논현동 사업장의 공매에 착수한 것이다.
 
 
아울러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들어선 고급 도시형생활주택 ‘오데뜨오드 도곡’과 강남구 청담동 소재 고급 오피스텔인 ‘청담501’ 부지도 각각 공매에 부쳐진 바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PF에 대한 금융사들의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높은 기대 수익률에도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업장들의 본PF 전환이 무산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고급주거 개발사업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본PF 전환에 성공한 사업지일지라도 100억원 이상의 주택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등 리스크가 존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권성중 IB토마토 권성중 기자입니다. 어려운 사실도 쉽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