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존폐기로)③미래차 비전 실종…생존 리스크 현실화
전기차 등 생산 전력 제시 못하고 있어
미국 본사는 북미 중심으로 재편 가속화
사업 지속 가능성 확대 전략 등 셈법 복잡
공개 2025-06-19 06:00:00
한국GM이 전국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과 부평공장 유휴 부지 정리에 나서면서 단순한 구조조정인지 아니면 국내 사업 철수의 전조인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 수출 중심 전략 전환, 전기차 전환 지연, 노사 갈등 등 복합적인 변수들도 작용하고 있다. <IB토마토>는 이번 기획을 통해 한국GM의 전략 변화 배경과 향후 행보를 면밀히 들여다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국GM이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사업 존속 여부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미래차 전환에 나서는 것과 달리, 한국GM은 전기차 생산 계획조차 없는 유일한 사업장으로 남아 있는 데다 생산량의 대부분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어 언제든 GM 본사의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GM이 자산 매각 계획 등을 밝히면서 노조와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과 철수 수순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GM의 사업지속 여부를 둘러싼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이번 협상을 통해 한국GM에 일방적인 ‘퍼주기’ 대신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 (사진=연합뉴스)
 
국내서 전기차 생산 계획 없는 유일한 기업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는 사업장이다.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KG모빌리티(003620) 등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이 미래차 전환 전략을 내놓지 못한다면 본사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내 입지가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한국GM 노조는 전기차 생산을 포함한 미래차 전략 수립을 사측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과의 단체협상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개발 재개와 신규 차종 배정, 내연기관 엔진 국내 생산 확대 등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전기차 생산 유치를 통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고용안정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GM 본사는 아직까지 한국 내 전기차 생산 계획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한국GM 측은 “본사에 전기차 사업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노조 측에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보여주기식’ 제스처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한국GM의 자산 매각 움직임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한국GM은 부평공장의 일부 토지 및 설비,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GM 노조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GM 본사가 2028년까지 생산 유지 및 고용 보장을 약속한 산업은행과의 협약 종료를 앞두고 자금 지원을 해달라고 협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전기차 등 미래차 사업을 국내에 유치해야 궁극적으로 고용 안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사업 유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 만드는 게 '중요'
 
이러한 가운데 GM 본사는 최근 멕시코 생산기지를 줄이고 미국 내 생산기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 현지에 4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CAPA)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북미 중심 재편 흐름 속에서 한국GM이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이 미래차 생산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GM 본사의 글로벌 재편 과정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GM은 2018년 구조조정 당시 “우리는 이기기 위한 곳에만 남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이후 수익성이 낮은 시장에서는 과감히 철수를 결정해 왔다.
 
앞서 GM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생산라인을 철수했다. 심지어 독일과 호주, 벨기에, 스웨덴 등에서는 철수설을 부정하다가 고용 문제를 내세워 정부 지원만 챙긴 뒤 철수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에도 GM은 한국에서의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철수 또는 법정관리를 앞세워 정부를 압박해 산업은행으로부터 7.5억 달러(약 81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챙긴 바 있다.
 
문제는 한국GM이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GM이 창출하는 직간접 일자리는 약 15만개에 이르며 부품사와 물류업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한 상황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경우 적지 않은 규모의 국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의 수익성은 내수 경쟁력이 아닌, 본사의 생산물량 배정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다. 한국GM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1.8%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독자 생존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전기차 생산 등 미래차 전략 부재는 사업 지속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와 산업은행 역시 GM 측에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고용유지 방안, 전기차 라인업 도입 등 실질적인 조건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이 한국GM의 2대 주주인 만큼 2028년 협약 종료 이전까지 보다 적극적인 견제와 역할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GM이 철수를 시사하면서 정부로부터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정부도 일방적인 지원보다는 사업규모 유지와 고용 안정 등의 조건은 물론 국내에 미래차 생산을 유치할 수 있도록 협상해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유지하는 구조가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권영지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