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적자전환에도…SK케미칼의 견고한 재무안정성
1분기 292억원 적자 '쇼크'…케미칼 호조에도 아쉬운 연결 실적
현금 등 재무안정성 높아…채무상환으로 능력 입증
SK바사, 5년 간 2.4조 투자…JV 및 외부 지원으로 부담 최소화
공개 2023-05-26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5일 09: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SK케미칼(285130)이 연결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적자전환에도 재무안정성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결 기준 실적 하향세는 아쉬움으로 남지만, SK바사의 자금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4% 감소했고 영업적자 29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 4월21일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89억원임을 고려하면 어닝 쇼크를 기록한 셈이다.
 
SK바사 실적 악화는 SK케미칼 연결 기준 손익계산서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SK케미칼의 그린소재나 의약품은 견조한 수익성과 실적을 내고 있지만, 연결 실적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다만, 재무안정성 우려에 대해 안재용 SK바사 사장이 직접 나서서 일축하고 있다. 향후 3년 동안 연구개발(R&D) 비용에 따른 숨고르기가 있을 수 있으나, 백신 사업 특성상 현지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재무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SK바사 실적 부진 아쉽지만…끄떡없는 재무구조
 
SK케미칼의 연결 기준 재무구조는 2021년 3월 SK바사의 기업공개(IPO)로 9851억원의 현금이 유입되면서 대폭 개선됐다. 2021년 기준 순차입금이 -1조5630억원으로 전환되면서 무차입 경영에 돌입했고, 지난해 신용등급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조정됐다.
 
무차입 경영은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SK멀티유틸리티의 열병합소 건설에 따라 잉여현금흐름(FCF)이 2458억원 빠져나갔지만, 현금성자산만 1조7745억원으로 튼튼한 상황이다.
 
별도 기준으로만 봐도 SK케미칼의 재무구조는 안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분기 순차입금 의존도는 19.0%, 부채비율은 82.9% 수준이다. 주력 사업인 친환경 코폴리에스터(PETG) 자체가 고부가 사업임과 동시에 글로벌 경쟁사가 이스트만 외에는 부재한 이유가 크다. 의약품도 국내 시장 기준 30~40% 수준의 점유율을 나타내며 우수한 시장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별도 기준 실적과 재무구조가 우수하다 보니 자회사 SK바사의 실적 부진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SK바사 역시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7.1%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장은 실적 부진 여파가 재무부담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바사의 투자비용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영지속을 위해 코로나19 백신 외에도 먹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SK바사의 1분기 기준 FCF는 808억원이 유출됐다. 삼성증권(016360)에 따르면 SK바사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약 1조원의 FCF 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순차입금이 -1조3000억원에 가깝기 때문에 당분간 버틸 체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5년 간 2.4조 투자 밝힌 SK바사, JV 및 외부 지원으로 부담 최소화
 
다만, SK바사는 지난 4월 향후 5년 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세부 전략으로 △해외사업 확대 △백신사업 강화 △신규 플랫폼 확보 △엔데믹(Endemic) 대응 포트폴리오 및 인프라 확장 등을 제시했다. R&D 비용 및 설비 투자에 각각 1조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됨과 동시에 투자비용이 늘어날 경우 SK바사는 물론 SK케미칼의 재무부담 확대는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안재용 사장은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면서 우려를 일축했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SK바사의 CDMO 역량을 해외 정부 및 파트너사에 이전해 각 지역의 요구사항에 맞는 생산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현지 정부와의 조인트벤처(JV)로 진행될 예정이다.
 
안재용 사장은 "백신 공장 건설에 약 3000억~5000억원이 투입되는데, 토지 등 일부 비용은 현지 정부가 지원할 예정"이라며 "회사는 일정 부분만 현금이 들어갈 듯해 부담이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안에 두 건의 계약 체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R&D 비용 가운데 일부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지원받는 등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본업 집중한 SK케미칼, 채무상환으로 능력 입증
 
SK케미칼과 SK바사는 각자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분 관계상 SK바사 실적이 연결 기준 영향을 받고 있지만, SK바사 별도의 경영 전략에는 관여할 수 없다"라며 "SK케미칼 본연의 화학과 제약 사업은 견고하게 유지되어 본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바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투자 비용은 회사가 갖고 있는 재무 여력을 활용할 것"이라면서 "3~5년 투자를 진행할 동안 글로컬라이제이션이나 자체 개발 백신을 통해 매출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달 초 머크(MSD)와의 차세대 자이르 에볼라 백신 후보물질의 신규 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은 "연내 글로컬라이제이션, 스카이팩 3상 진입 여부 결정 등 연이은 성과들을 통한 재평가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SK케미칼은 이미 올해 초 발행한 무보증사채 흥행에 성공하며 당초 조달 계획이었던 1000억원을 2000억원으로 증액하기도 했다. 조달한 금액 대부분을 올해 만기였던 사채, 기업어음(CP), 일반 대출금 상환에 모두 썼고, 남은 금액으로 원재료까지 매입했다. 지난해 SK바사의 실적 부진 여부와 관계없이 재무능력을 입증한 셈이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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