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사고 급증…흔들리는 'HUG'
지난해 대위변제액 9241억원…실적 13년 만에 '적자'
보증배수 올해 말 59.7배…법정 한도 '60배' 임박
공개 2023-03-30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09:0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보증사고 증가에 따라 재무여력이 약해지고 있다. 매년 대위변제액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올해는 2조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보증배수도 법정 한도에 근접해 있어 정부의 지원에 기대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28일 HUG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대위변제액 규모는 924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5040억원) 대비 무려 83.4% 증가한 금액이다. 이는 그만큼 전세보증사고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2799건에서 지난해 5443건까지 늘어났다. 전세사기가 매년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빌라왕 사태' 등 대규모 사건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와 비교해 보면 대위변제액 규모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5년 보증사고 건수는 단 1건에 불과했고, 대위변제액도 1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2016년 26억원, 2017년 34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후로는 증가 폭도 훨씬 커졌다. 2018년 583억원, 2019년 2837억원, 2020년 4415억원을 대위변제액으로 지출했다.
 
이에 따라 HUG의 영업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HUG가 보증금비용으로 쓴 금액은 2135억원으로, 전년 동기(1044억원) 대비 104.5% 불어난 금액을 지출했다.
 
 
지출 비용 증가에 따라 HUG의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HUG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5131억원, 영업이익 4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2.5% 급감했다. 당기순이익도 82% 감소한 357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1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지난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또한 '빌라왕 사태' 등 전세사기 여파가 지속되는 등의 영향을 고려해 HUG가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에는 적자 폭이 더 커진 271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올해 1~2월 두 달간 대위변제한 금액만 3605억원에 달해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총 대위변제액 규모는 2조원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대위변제액은 968억원에 불과했다. 전셋값이 계약 당시보다 내려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지는 '역전세난'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HUG의 재무여력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역전세난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라며 "보증보험에 가입된 경우 HUG가 먼저 대위변제 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경매 등을 통해 감가상각을 거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도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된 물건이 대부분 빌라인 경우가 많은데 빌라에 대한 수요가 적음에 따라 경매에 넘어가도 낮은 금액에 낙찰되거나, 유찰될 가능성도 크다"라며 "이럴 경우 이는 온전히 HUG의 손실로 인식된다"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 올해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HUG에서 받은 '공사 보증배수 현황 및 추정치'(지난해 9월 말 기준)에 따르면 한도사용액(보증잔액-담보부보증금액)을 전년도 자기자본으로 나눈 보증배수는 올해 말 59.7배로 추정됐다. 법정 한도인 60배에 육박한 수치며, 오는 2024년 전망치는 66.5배에 달했다.
 
현행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공사의 보증 총액이 자기자본의 60배를 초과하면 HUG는 그 시점부터 어떠한 보증상품도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정부 출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가운데 위기를 타개할 '리더십'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권형택 전 사장이 중도 사임한 후 최근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이 신임 사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됐다. 그러나 지난달 돌연 자진사퇴해 다시 사장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신임 사장 선임에 최소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HUG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그동안의 수익을 사내 유보금으로 충분히 쌓아뒀기 때문에 현 재무상황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면서 "출자와 관련해서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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