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드비젼, 현대차 외면에도 '승승장구'…IPO까지 가나
현대차, 2019년 '포티투닷'과 함께 투자…지난해 포티투닷만 직접 인수
CES2023 등 참가해 투자자 관심 이끌어…지난해까지 1518억원 투자 받아
업계서 현대차 판담 미스 평가도…포티투닷 추가 지원 '지지부진'
공개 2023-01-17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3일 19:1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지난 2019년 현대차(005380)그룹이 110억원을 투자했던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이 홀로서기에 한창이다. 현대차그룹이 같은 시기 투자했던 또 다른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지난 2019년 직접 인수하면서 더 이상 스트라드비젼에 대한 지원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스트라드비젼은 지난해 시리즈C로 1000억원 넘게 자금을 유치한 데 이어 CES 2023에 공개되며 글로벌 투자자들에도 러브콜을 받고 있어 홀로서기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스트라드비젼은 최근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인 'CES2023'에 참여해 다양한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기술력을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프라이빗 데모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회사는 현재 다양한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추가 투자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트라드비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예시.(사진=스트라드비젼)
 
스트라드비젼은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차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객체 인식 솔루션 ‘SVNet(SV넷)’을 공급하는 AI 기술 기업이다.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ADAS를 활용 가능하다는 평가다. 특히 스트라드비젼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글로벌 누적 55만9967대의 차량에 주력제품 SV넷을 탑재했다. 아울러 2032년까지 글로벌 신차의 절반 이상에 자사 자율주행 SW를 도입한다는 목표다. SV넷은 글로벌 자율주행업계 선도기업에 수상하는 ‘오토센스 어워드’에서 객체 인식 소프트웨어 부문 최고상을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수상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2014년 설립된 스트라드비젼은 월등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까지 총 1518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진행된 시리즈C 투자금은 1076억원으로 총액의 71%를 차지할 정도다. 가장 통 큰 투자는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부품계열사를 모태로 하는 기업 앱티브는 약 500억원을 들여 지분 15%를 확보해 단숨에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앱티브는 현대차그룹과 절반씩 지분을 투입해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위한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해 운영 중이기도 하다.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독일의 ZF도 지난해 3월 약 180억원을 들여 스트라드비젼 지분 6%를 확보했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들의 투자자 합류로 스트라드비젼의 향후 수주 전망도 밝다. 현재 해당 부품사들이 제품을 납품하는 GM이나 BMW 등에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통상 비상장사 투자유치에서 시리즈C 이후는 기업공개(IPO) 수순이다. 스트라드비젼은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나 시리즈D 등으로 비상장 상태에서 투자유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회사는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향후 자본시장의 분위기와 향후 사업수주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상장 시점을 찾겠다는 목표다. 
 
 
다만, 스타트업이라 실적이 양호하지는 못하다. 스트라드비젼은 지난 2021년 매출액 4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52억원) 보다 12억원 감소한 수치다. 영업손실도 132억원에서 262억원으로 손실 폭이 2배 늘었다. 최근 2~3년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제품 판매는 축소된 상황에서 연구개발비는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자금을 통해 당분간 실적 악화를 방어하며 개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스트라드비젼을 인수하지 않고, 포티투닷을 인수한 것에 대해 판단 미스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스트라드비젼과 동시기 투자한 자율주행회사 포티투닷을 약 4200억원에 인수했다. 포티투닷은 인수 당시부터 스트라드비젼보다 낮은 자율주행 기술력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스트라드비젼이 딥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테슬라와 동급 기술에 범용성 가격까지 자신한 것과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에 대한 추가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부터 조단위 투자 소문만 무성할 뿐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모빌리티화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를 선언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과학기술의 종합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등 센서도 여러 가지가 필요하고 알고리즘도 복잡하다”라며 “스타트업 인수는 자율주행 곳곳에 비어 있는 공간을 메꾸는 작업이라고 봐야 한다. 기업의 역량에 따라 투자를 더 할지 멈출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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