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022)글로벌 경제 위기에 쪼그라든 M&A 시장
지난해 M&A 빅딜 잇따라 나와…올 초 기대감 이어져
올해 경제 위기로 M&A 시장 축소…거래액 3분의 1 토막
대기업도 빅딜 무소식…정부 지원 확대 방침 기대감
공개 2022-12-27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6일 18:1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글로벌 경제위기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M&A(인수·합병) 시장도 움츠러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이 확대되자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이 매물로 나왔고, 기회를 엿보던 기업들이 새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위축되면서 업황이 축소된 기업들은 투자 및 신사업 진출 계획을 철회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넘치는 유동성…코로나19가 몰고 온 M&A 바람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국내 산업 흐름은 역변의 시기를 겪었다. 코로나19로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매각을 점치고 있거나, 자금난에 빠져 있던 기업들이 M&A 시장에 앞다퉈 등장했다. 저금리 기조로 기업들이 보유한 자금이 풍부해지면서 대형 매물에 넉넉히 배팅할 여력이 커졌고, 대형 딜이 꾸준히 성사됐다. 매도하는 입장에서도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 발맞춰 매각을 진행해야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시장 활성화를 뒷받침했다. 실제 지난해 M&A 시장에서는 2조원이 넘는 굵직한 빅딜은 총 11건이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M&A 열기는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지는 듯했다. 업계는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M&A 추진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SK에코플랜트, DL케미칼 대한항공(003490) 등은 조 단위 이상의 투자금을 해외 M&A에 투입했고, 카카오(035720), 네이버(NAVER(035420)) CJ ENM(035760) 등의 IT·콘텐츠 기업도 소규모 M&A를 진행하며 신사업 진출 및 경쟁력 확보에 돌입했다.
 
PI첨단소재 전경(사진=PI첨단소재)
 
세계 경제 위기 도래…1년 만에 줄어든 M&A 거래액
 
그러나 하반기 들어 전 세계 경제 상황은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된 글로벌 공급망 대란에 의해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OECD는 내년 세계 경제가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1971년 이후 오일쇼크,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등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정부와 주요 기관들은 올해 닥친 경제 위기가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이어지자 M&A 시장도 축소되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M&A 거래액은 전년동기 대비 약 3분의 1 수준인 2조7000억달러(3444조39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매각에 나선 기업이 기업가치를 입증하지 못하거나, 매수자와의 가격 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M&A 무산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앞서 여의도IFC빌딩(약 4조원) 매입협상이 결렬됐고, 디오(3064억원) 주식 매매계약이 취소되는 한편, 약 600억원 규모로 추진됐던 메가스터디교육의 지분매각 협상도 결렬됐다.
 
최근에는 1.3조원의 빅딜이었던 PI첨단소재의 M&A도 이달 결국 무산됐다. 글로벌 PEF 운용사인 베어링PEA는 지난 6월 글랜우드PE가 보유한 PI첨단소재 지분 54%를 1조2750억원에 거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잇따른 경제위기로 PI첨단소재의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2차 협상기한을 앞두고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빅딜’ 없는 국내 M&A 시장…삼성전자도 무소식
 
시장에선 현금 보유고가 풍부한 국내 대기업들의 M&A 추진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M&A 등 투자보다 생존에 중점을 두며 위기돌파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현금 보유액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005930) 또한 역대급 실적 부진에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빅딜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2017년 미국 전장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뒤 빅딜 이력이 전무한 삼성전자 또한 지난해부터 M&A 가능성을 점쳤다.
 
실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은 올해 초 국제 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대형 M&A는 부품, 세트 부문에서 모두 가능성을 열고 있다”라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이재용 회장은 M&A 전문가를 영입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며 시장 기대감을 높였다. 이 회장은 올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메릴린치 M&A 담당 임원을 연달아 영입했고,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M&A 빅딜을 이끌어 온 다니엘 아라우조(Daniel Araujo) DX부문 사업지원T/F 상무를 승진시켰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내년 하반기까지 부진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대규모 M&A에 나서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투자 실탄 지원도…M&A 살아날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투자를 늘리는 기업에 대해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2023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내년부터 투자 증가분의 10%만큼 세금을 감면하고, M&A 신고 시 독점 우려가 낮은 경우에 한해 신고 면제 대상을 늘려주기로 했다. 또 PEF에 대한 추가 출자 등 단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 '패스트트랙'에 해당하는 간이심사 절차를 적용한다. 경쟁 제한 우려가 없는 M&A를 신속히 승인해 기업 활동과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 신고·심사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심사기준·신고요령 고시 개정안을 오는 30일부터 시행한다.
 
업계는 국내 M&A 시장이 일부 수혜 업종을 중심으로 되살아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현금을 풍부하게 쌓은 제약·바이오 업종을 비롯해 일부 기업들이 M&A 시장 부활을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도 크지 않은 M&A 딜을 중심으로 거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내년에도 제약·바이오 업계를 비롯해 일부 수혜업종을 중심으로 M&A는 성사될 것”이라며 “다만 시장에서 매물을 좀 더 까다롭게 보는 경향이 생겼고, 이에 따라 거래규모나 거래건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