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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환 VIG얼터너티브크레딧 전무
골드만삭스서 10년 간 스페셜시추에이션 투자
"자본시장법 개정…크레딧펀드 성장 잠재력 높여"
연초 VAC1호 투자…10%대 중후반 수익률 목표
공개 2022-03-21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6일 11:3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비행기가 영공을 지나갈 때 항공사들이 국가에 지불하는 통행료를 기반으로 펀드를 만들 수 있을까. 정답은 (O)다. 주권과 관련한 자산도 대출·회사채·구조화 상품 등에 투자하는 크레딧 펀드를 통해 유동화할 수 있어서다.
 
올해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군 화두는 단연 크레딧펀드다. 지난해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대출형 펀드 조성과 운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기업의 지분이나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 투자만 가능했다면 이제는 PEF도 뱅크론(Bank Loan)이나 다이렉트 랜딩(Direct Lending) 등 기업대출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는 물론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메자닌 투자를 비롯해 사모신용펀드(PCF·Private Credit Fund), 사모대출펀드(PDF·Private Debt Fund)를 포괄하는 크레딧펀드를 조성하고 대출형 상품을 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국내 PEF들은 크레딧부문을 잇달아 신설하고 나선 상황이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은 VIG파트너스다.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골드만삭스 아시안스페셜시추에이션스그룹(ASSG)에서 한국 투자를 담당했던 한영환 전무를 영입, 크레딧부문인 VIG얼터너티브크레딧(VIG Alternative Credit·이하 VAC)을 출범시키며 투자저변 확대에 승부수를 띄웠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원금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으면서 10% 중후반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추구형 크레딧 전략(Opportunistic Credit)을 통해 투자 기회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한영환 전무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크레딧펀드 시장은 어떤 산업, 자본구조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성장 잠재력까지 높다"라며 "투자기회를 적극 탐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영환 VIG얼터너티브크레딧 전무. (출처=VAC)
 
다음은 한영환 VIG얼터너티브크레딧 전무와의 일문일답이다.
 
-바이아웃에 주력하는 VIG파트너스와 달리 크레딧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사모신용펀드(PCF)와 사모대출펀드(PDF)가 니치 마켓이라고 해석할 수 있나? 성장 잠재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니치마켓이라고 한정하기 보다는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크고 앞으로 성장 잠재력까지 높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시장이 정교해질수록 심플한 구조의 대출로는 해결이 안 되는 영역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PCF의 경우 선순위대출부터 중순위 메자닌, 우선주 등 다룰 수 있는 상품이 굉장히 많고, 크레딧 펀드의 수익률 구간도 은행 대출과 같이 적게는 5·6%부터 20~25% 구간까지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제도적인 한계 등으로 관련 니즈를 외국계 운용사에서 소화했지만,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이제는 국내 운용사도 크레딧 시장에서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있다.
 
-연초 VAC 1호 펀드 첫 투자를 집행했다. 자금 조달 과정과 유한책임사원(LP)들의 반응은 어땠나?
△작년 말 3600억원 규모 1호 펀드를 결성했고 (이천 지역 물류센터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이익을 유동화하는 대출에) 첫 투자를 집행했다. 기회추구형 크레딧(Opportunistic Credit)투자로 VAC팀의 트랙레코드를 믿어줘서 다행히 수월하게 모집이 됐다. LP 대부분은 해외기관투자자로 구성됐고, 해외에서는 크레딧펀드나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가 생소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LP의 이해가 빨랐다.
(투자회수 기간에 대해서는) 투자 초기 단계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특정 기간을 두고 빨리 소진하는데만 몰두하고 싶지 않다. 우선 리스크 대비 얼마만큼의 기대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현재로서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잘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펀드 타깃 수익률은 현재 15% 이상으로 잡고 있다. 다만 크레딧의 영역은 워낙 다양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놓치기 어려운 기회가 온다면 어떤 프로젝트 펀드 형태로 만들어질 수는 있을 것 같다.
 
-최근 투자한 물류센터의 경우 상대적으로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라고 보인다. 반면 IP(지적재산권) 투자 등 현금흐름이 불명확한 것도 존재한다. 차후 투자 스펙트럼은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가?
△광의의 의미에서 크레딧 펀드라고 하면 보통주를 제외한 모든 투자를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주부터 선순위 대출까지 수익률과 리스크를 고려해서 니즈가 맞으면 대상이 된다. VAC1호의 경우 물류센터가 첫 대상이 됐지만 차후에는 IP가 될 수도 있고, 부동산이나 인프라 자산뿐만 아니라 하이일드, 메자닌까지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는 항공기가 지나가는 영공과 관련해 투자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대출펀드 뿐만 아니라 다운사이드 프로텍션이 있다면 모두 투자 대상이 되는 셈이다. 만약 구조조정이나 회생에 직면한 회사가 있다면 필요한 자금의 성격이 무엇이고 투자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따라 바이아웃이 될 수가 있고, 크레딧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운영 전략도 VIG파트너스와 차별화 된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상반기 중 임원급 인력을 충원해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다. 
 
-만약 올해 한곳만 투자할 수 있다면, ①물류센터 ②클라우드·데이터센터 ③플랫폼 ④ESG ⑤금융사 ⑥전기차 ⑦암호화폐 ⑧반도체 ⑨강남 아파트 ⑩해운·조선 가운데 어느 곳에 투자하고자 하나?
△ 다 중요하다고 보지만 굳이 고른다면 물류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플랫폼을 꼽고 싶다. 물류는 국내 부동산 섹터에서 상승여력이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의 경우 IDC(Internet Data Center), 즉 디지털 인프라(Digital Infrastructure)에 가까울 텐데 해당 부분이 제2의 물류가 될 것 같다. 
다만 어디에 어떤 형태의 투자가 좋을지는 이견이 있고 고민이 있다. 플랫폼 기업의 경우 여전히 대세 중 하나다. 기업 투자를 하게 된다면 전통 산업보다는 성장 잠재력이 있는 부분에서 기회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물론 무엇 하나 무시할 수가 없다. 금리 상승기에는 금융에 대한 전망이 있고, ESG의 경우 모든 투자자들이 다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골드만삭스에서 스페셜시츄에이션(SS)투자를 맡다가 VIG파트너스로 다시 돌아왔다. 투자를 집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기억에 남는 딜은 무엇인가?
△ 골드만삭스 ASSG에서 10년간 약 12억달러의 투자를 진행했다. 개인적으로는 일산 아파트 담보 부실채권(NPL) 관련 투자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미분양 아파트가 NPL로 나온 건인데, 분양가가 100원이라 가정하면 시가가 70원까지 떨어졌고 이를 50원에 샀다가 시가에 팔려고 했는데 부동산 가격이 오르며 80원, 90원대 수익으로 엑시트를 할 수 있었다. 스페셜시츄에이션의 경우 일반 PEF보다 상대적으로 특수하고 다양한 상황을 보게 된다. 
이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빠르게 포착하고 투자할 수 있는 그런 역량도 필요하다. 골드만삭스에서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신속한 의사결정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마침 국내에서 자본시장법이 개정이 되고, 과거 일했던 VIG파트너스(구 보고펀드)에서 크레딧부문을 만들게 되면서 타이밍이 서로 맞아 돌아오게 됐다. 
투자 집행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원금 손실 방지다. 수익을 냈을 때 기분 좋은 것보다 잃었을 때의 고통이 훨씬 크고, 크레딧펀드를 운영하는 매니저라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케이스를 최대한 막는 게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기업의 가장 큰 경영환경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나.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투자기업 형태를 보이는 모습도 있는데 올해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나?
△ 지난해까지 시장을 놓고 보면 저금리 그리고 높은 자산 가치였다. 크레딧 펀드 입장에서 보면 금리가 타이트하게 붙어있다 보니 적정 가치를 찾는 것이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이제는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어 자산가치도 상승할 가능성보다는 유지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경기 전반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 고민이 있겠지만, 투자할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쁜 상황만은 아닌 것 같다. 대기업들이 투자기업 형태를 보이는 현상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것이 경쟁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시장 확장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 본다. 경제 전반적으로 봤을 때도 재무적투자자(FI)가 할 수 있는 투자가 있고 전략적투자자(SI)가 할 수 있는 투자 영역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같이 협업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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