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자본잠식에 수익성도 '뚝'…세정, 적자 늪 탈출구 있나
지난해 세정 매출 2963억원, 영업손실 408억원
2017년부터 영업손실 지속…자본총계 반 토막
가두점 위주 영업으로 온라인화 부족
공개 2021-07-12 09:40:00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7일 11:1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세정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중견 패션기업 세정이 30년 이상의 업력을 뒤로한 채 침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미 자회사 세정과미래는 적자누적으로 자본잠식에 접어든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세정의 주요 라인 자체가 오프라인 위주의 수익구조가 대부분이다 보니 확장되는 온라인 소비문화에 업황 회복이 어려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짙어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세정은 지난해 전년 대비 25% 하락한 매출 2963억원, 영업손실은 전년 50억원 대비 8배가량 늘어난 408억원을 입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의류 소비량이 줄자 패션업계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따져볼 부분은 세정의 영업악화가 단기간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정은 연결기준 지난 2017년부터 줄곧 영업손실을 보면서 자본총계가 4431억원에서 2748억원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1974년 섬유공업사로 출범한 세정은 본업 패션을 필두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한다. 세정의 연결대상 종속기업(지분 58.4%)은 창업주 박순호 회장의 삼녀인 박이라 대표가 이끄는 세정과미래(의류제조 및 판매업) 관계회사로는 세정I&C 등을 두고 있다. 패션 부문을 살펴보면 남성복 인디안, 여성복 올리비아로렌, 쥬얼리 디디에두보, 일리앤 등 굵직한 뿌리를 가진다. 지난 1998년 설립한 자회사 세정과미래를 통해 캐주얼 브랜드(NII)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12& 롯데몰 수원점. 출처/세정
 
세정은 2011년 매출 1조원 클럽에 들어서며 절정을 맞았지만 이후 악화일로에 들어서 매출은 10년 만에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의류 등 판매실적이 저조해지자 지난해 세정은 재고자산평가손실(평가충당금계정)로만 839억원을 인식했다. 이는 재고자산의 시가가 원가보다 하락했을 때 적용하는 것으로 향후 실현가능 매출액이 낮아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설상가상 미래를 위한 투자여력도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세정의 현금성자산은 2017년 30억원에서 지난해 4억원으로 줄었고 투자 등을 영위할 수 있는 자금여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잉여현금흐름(FCF)도 같은 기간 517억원에서 33억원으로 축소됐다.
 
자회사 세정과미래는 상황이 더 안 좋다. 부진을 거듭해온 세정과미래는 2018년 매출 629억원에서 지난해 300억원으로 떨어졌다. 당기순손실도 2019년 130억원에서 지난해 222억원으로 확대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결국 세정과미래는 20년 넘게 품어온 캐주얼 브랜드 '니(NII)'를 매각하기로 했는데, 사실상 자회사가 청산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과거 세정은 올리비아로렌, 인디안, 종합편집숍 웰메이드 등 오프라인을 필두로 성장해왔다. 주 대상층 자체가 중장년층이다 보니 매장은 아울렛, 백화점 입점 외에도 직가맹 가두점 형태로 영업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 2010년대부터 오프라인 파이가 작아지면서 세정도 덩달아 수익성이 쪼그라들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오프라인 복합생활쇼핑몰 사업도 지지부진했다. 지난 2018년 세정은 아울렛 공간을 리모델링해 ‘동춘175’를 선보였다. 세정 패션매장과 지역 맛집 등을 입점시키며 쇼핑몰 활성화를 꾀했지만, 소비자 이목을 끌지 못하고 이달 초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세정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동춘175 공간은 코로나19 등 영향을 받아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용도변경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 '세정과미래'와 관련해서는 “전개하는 브랜드 니(NII)가 유일하긴 했지만 향후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할지, (회사를) 청산할지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라고 말했다.
 
세정이 전개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동춘상회에서 판매하는 식품. 출처/동춘상회
 
업계에서는 세정이 온라인 대응에 부족하고 소비의 패권이 MZ세대로 넘어오는 트렌드에 뒤쳐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그룹차원 세정 온라인 통합 공식몰을 운영하며 매출구조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같은 업황을 전개하는 LF몰, SSF샵(삼성물산 패션몰) 등과 비교해 제품군도 부족할뿐더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전략도 역부족인 상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안드로이드)에 따르면 코오롱몰, SSF몰이 누적 100만회 이상 이용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세정몰 앱은 다운로드 숫자가 1만회 미만이다. 더군다나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과 연결하며 시너지를 꾀하는 O4O(Online for Offline) 전략 등도 부족해 사실상 온라인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정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동춘상회와 쥬얼리 라인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동춘상회는 유니크한 소품과 생활용품 등을 선보이며 기존 라이프스타일 숍과 차별화를 뒀다. 최근에는 유명 셰프와 협업해 식품을 출시하는 것은 물론, 자체브랜드(PB) 식품까지 선보이며 토탈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추구하고 있다. 쥬얼리는 10대 일리앤, MZ세대 디디에누보 등 라인을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PPL이나 온라인 광고 등을 전개하며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세정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동안 패션의 경우 전화주문, 온라인몰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브랜드 주 고객층이 중장년층이다 보니 아직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출이 견고한 상황이다”라면서 “MZ세대를 타깃하는 쥬얼리와 중장년층 올리비아로렌 등 라인별 다른 전략으로 차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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