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남사, 상폐 위기 모면했지만 체질 개선은 '글쎄'
부채비율 급증·차입금 단기화
손에 쥐는 돈 없이 8~10% 이자 부담
공개 2019-12-24 09:05:00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9일 16:5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심수진 기자] 상장폐지 위기를 간신히 피한 행남사(008800)가 새 최대주주 이연에프엔씨를 만나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고율의 이자와 높은 부채비율 등 악화된 재무 상황에 난항이 예상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행남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52억원, 영업손실은 31억원으로 2016년부터 수년째 적자가 지속됐다. 당기순이익 또한 마이너스 상태다.
 
행남사는 1942년부터 도자기 제조업을 해온 국내 1세대 도자기 업체다. 행남자기로 오랜 시간 인지도를 쌓았지만 사업이 기울면서 김 제조업과 영화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지난해 사나이픽쳐스와 영화사 월광을 인수해 영화 제작 및 배급업에 뛰어들었다. 영화사업 시작 후 올해 초 '돈'을 개봉했고, 3분기까지 전체 매출의 65%를 이끌었다. 그러나 행남사가 지난 2016~2017년 회계처리 기준 위반 문제로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되면서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 9월 행남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영화사 월광(820주)과 사나이픽처스(820주) 주식을 각각 카카오엠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최대주주 자리를 내놓은 행남사는 '스튜디오썸머'로 바꿨던 사명을 다시 '행남사'로 변경하고, 영화부문 사업을 중단했다.
 
행남사는 도자기와 식품(김) 등 제조부문으로 회사를 살려야 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3분기 기준 행남사의 도자기 국내시장 점유율은 약 2%다. 수입도자기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와 소규모 업체들이 진출하면서 1세대 업체였던 행남사가 설자리는 계속 좁아지고 있다. 조미김 사업 또한 국내 점유율은 1.4%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영화를 제외한 제조부문 매출액은 44억원, 영업손실이 17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지난 10월 외식기업 이연에프엔씨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행남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연에프엔씨는 '한촌설렁탕'과 '육수당'등을 운영 중이다. 행남사가 영화사업을 접고 제조부문에 집중하는 만큼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지만 재무적 숙제를 안고 사업을 끌어가야 한다. 현재 행남사의 최대주주는 이연에프엔씨지만, 정보연 이연에프엔씨 최대주주가 행남사의 이전 최대주주인 마크투인베스트먼트, 마크원인베스트먼트도 사실상 지배하고 있어 정보연씨가 전체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행남사의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22.7%로, 지난해 75.3% 대비 높아졌다. 차입금 만기구조 또한 단기화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유동성장기부채 5600만원을 제외한 총차입금 147억원 전체가 단기차입금이다. 현금성자산은 65억원에 불과하고,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마이너스(-) 71억원으로, 2016년부터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됐다.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이 수년째 없다는 의미다.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해 이미 지난해 관리종목에도 지정됐다.
 
이 가운데 주식담보대출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행남사의 주식 소유권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날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채무자의 대출 기한이익 상실로 행남사 주식에 대한 처분 권한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기한이익상실은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 금융기관이 만기 전에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연체하거나, 담보가치 하락 및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앞서 지난 11월25일에도 상상인저축은행은 채무자의 기한이익 상실로 인해 행남사 주식 약 1055만주(23.12%)에 대한 담보처분권을 취득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틀 뒤인 11월27일에 채무자가 기한이익을 회복하면서 담보처분권한이 없어졌다고 밝혔으나, 이번에는 약 386만주(7.82%)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마크투인베스트먼트(행남사의 전 최대주주)의 특별관계자인 마크원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8년 11월 상상인저축은행과 세종상호저축은행에 총 626만주에 대한 담보대출을 받았다. 마크원인베스트먼트는 해당 대출의 만기를 수차례 연장, 주식과 전환사채권을 포함해 총 1567만주(41.94%)에 대해 대출을 받은 상황이다. 이후 행남사의 최대주주가 이연에프엔씨로 변경되면서 마크원인베스트먼트, 마크투인베스트먼트는 이연에프엔씨의 특수관계인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3분기 기준 행남사 단기차입금의 이자율은 8~10% 수준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에 고율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1월에 이어 또다시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했다는 것은 행남사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의 이자를 연체했거나, 담보물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행남사의 주식은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되면서 지난 7월부터 거래 정지 상태인 가운데, 행남사와 최대주주인 이연에프엔씨 측은 이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진/행남사(행남자기) 홈페이지 캡쳐.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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