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 데자뷔?'…시그넷이브이 관계사 '계속기업 의문'
대규모 유상증자, 관계사로 빠져나가
시그넷시스템 지원 우려에 신용등급 하락
웅진에너지 감사보고서와 같은 문구 '계속기업 의문'
공개 2019-07-25 09:30:00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3일 16:2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심수진 기자] 몸집을 키운 코넥스 상장사 시그넷이브이가 겉은 화려해졌지만 속은 곪고 있다. 회계법인이 관계사인 시그넷시스템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며 시그넷이브이의 신용등급도 두 단계 추락했다.
 
22일 시그넷시스템의 감사를 맡았던 인덕회계법인은 "(시그넷시스템의)재무적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감사보고서에 기재했다. 이는 청산가치가 계속기업의 가치보다 높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회사 문을 닫는 것이 사업을 계속하는 것보다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에너지 감사보고서에도 같은 의견을 찾을 수 있다. 감사를 맡았던 EY한영 회계법인은 웅진에너지에 대해 "보고기간(2018년 말) 현재 누적결손금이 3642억원이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226억원만큼 초과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시그넷이브이는 현재 관계사인 시그넷시스템 지분 49.99%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말 130억원을 출자해 지분을 취득했다. 
 
시그넷이브이는 지난 2016년 시그넷시스템으로부터 인적분할로 설립된 분할신설회사다. 분할을 통해 설립된 신설회사가 역으로 모회사의 지분을 취득한 모양새가 됐다. 이후 리오제일호사모투자합자회사가 시그넷이브이에 대규모 출자를 하면서 최대주주가 황호철 대표에서 리오제일호사모투자합자회사(35.51%)로 변경됐다.  
 
 
시그넷이브이는 시그넷시스템, 이에스티(지난달 시그넷시스템에 피합병) 등 관계사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재무와 손익에 영향을 받고 있다. 시그넷시스템 우선주 취득에 130억원, 이에스티의 유형자산 매입에 72억원이 들어갔고, 지난 5월에도 시그넷시스템의 산업재산권 양수에 78억원을 투입했다.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로 확보한 300억원이 대부분 관계사에 흘러들어간 것이다.  
 
황용주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유증으로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 등은 상당 수준 개선됐으나 시그넷시스템 우선주 지분 등 회사가 취득한 자산의 질,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한 전환사채 위주의 차입금 조달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재무안정성은 지표 수준을 하회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그넷이브이의 지난해 매출은 459억원으로 전년(2017년)의 317억원과 비교해 44.7% 증가했다. 이 기간 총자산은 247억원에서 607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외형상으로는 시그넷시스템에 대한 지분매입으로 총자산이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우선주 출자에 따른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잡힌 자산 130억원을 제외하면 총자산 규모는 매출 증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시그넷이브이가 계열 내 주력회사인데다 시그넷시스템의 실적이 저조해 추가적인 자금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그넷시스템은 2015년 적자전환 이후 2017년부터 2년 연속 영업손실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시그넷이브이와 지주사 시그넷홀딩스로부터 각각 13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겨우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했다. 
 
나신평은 이 같은 요인을 반영해 시그넷이브이의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B-로 하향 조정했다. B+에서 B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B-로 하향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향후의 전망도 부정적이다. 
 
황 연구원은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이 시그넷시스템 지원에 투입된 가운데, 시그넷시스템이 보유한 산업재산권 양수 외에도 추가적인 자금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기업평가는 시그넷이브이의 신용등급을 기존 B+로 유지했다. 하지만 시그넷이브이의 사업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높은 해외 의존도 △단기 위주의 수주 △거래 규모가 작은점 등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급속충전기 시장은 아직까지 국내시장의 저변이 넓지 않고 국내 완속·중속충전기 시장은 상대적으로 경쟁업체, 최저입찰제 등 경쟁강도가 높아 해외 프로젝트 부재에 따른 매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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