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적신호 켜진 하이트진로…구원투수는 '테라'
한기평,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평가… “하향 트리거 충족 예상”
신제품 맥주 '테라' 돌풍에 실적 반등 기대
공개 2019-07-24 09:30:00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6일 11:2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맥주사업 적자 지속, 이연된 주세 납부 영향 등으로 하이트진로의 장기 신용등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다만 신제품 맥주 '테라'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주세법 개편이 거들며 하이트진로는 재무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 끌어올리기에 한창이다.
  
12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장기신용등급은 A/부정적을, 하이트진로홀딩스는 A-/부정적을 기록하고 있다. ‘부정적’은 향후 신용등급이 1단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등급 전망은 등급의 하향에 관한 조건이 충족되는지 여부를 예상한 선제적 평가다. 한국기업평가는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를 경제적 단일체로 가정해 평가하고 있으며,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올해부터 3년 동안 등급 하향 트리거인 7배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가 올해 7.8배를, 이후 2020년, 2021년 각각 7.2배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에는 5.8배. 올해 1분기에는 13.8배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 변동 추이 및 전망. 출처/한국기업평가
 
파업 나비효과…주세 이연으로 순차입금 증가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하이트진로의 순차입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1조167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73.9% 늘어났다.
 
‘파업’이 쏘아올린 공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7년 10월 발생한 파업으로 회계처리를 늦출 수밖에 없었고, 이에 당해 3분기 주세 납부를 이연하게 됐다. 하이트진로는 분기마다 약 3000억원의 주세를 낸다.
 
주세 납부가 한 분기씩 뒤로 밀리다보니 미지급주세액도 커졌다. 결국 이연분을 지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하이트진로는 올해 1분기에 추가 주세 3338억원을 지불하기 위해 차입을 해야했다. 하이트진로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직전년도 말 대비 3503억원 증가했다. 추가 납부한 미지급주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파업 영향으로 이월된 주세 일부를 올해 1분기 지불하다보니 차입금이 증가했다”라며 “남은 미지급 주세도 지불해야 하지만 신제품 출시 등에 따른 투자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에 처리하기는 다소 어렵다”라고 말했다.
 
맥주부문 실적 감소도 신용등급 전망 하향에 영향을 미쳤다. 맥주 사업 부문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올해 1분기 손실 폭은 더욱 커졌다. 영업손실 20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손실 규모와 큰 차이가 없다.
 
낮은 세금으로 ‘4캔 만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수입맥주 시장의 확대 영향 등이 컸다. 닐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산맥주 판매량은 발포주를 포함해도 마이너스(-) 6.4%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오히려 시장규모가 축소됐다. 반면, 수입맥주 판매량은 같은 기간 11.9% 늘었다.
 
결국 하이트진로의 신용등급이 ‘안정적’으로 복귀하려면 차입금이 줄고 EBITDA가 늘어나야 한다.
 
다만 차입금을 줄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이트진로가 지주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를 사실상 혼자 떠맡고 있어 고배당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에 현금 확보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배당액은 559억원으로 당기순이익보다 약 2.5배나 많았다. 하이트진로의 지분 50.86%는 지주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염재화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하이트진로는 주주사에 대해 당기순이익을 상회하는 배당지급을 매년 이어오고 있으므로, 이를 감안하면 단기간 내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하이트진로 맥주부문 실적 변동 추이. 출처/DART
 
'테라' 하이트진로의 구원투수되나?
 
결국 하이트진로의 신용등급 안정화 키워드는 맥주 실적 회복이 되는 셈이다. 올해 3월 말 출시된 신제품 맥주 ‘테라’가 구원투수로 떠오르는 이유다.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는 테라 출시 당시 “필사즉생”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현재 ‘테라’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출시 100일만에 1억병 넘게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테라 매출액은 6월부터 하이트의 판매 감소액을 넘어섰다. 다만, 3월 말에 출시된 만큼 1분기 실적에는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호주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생산된 ‘청정맥아’를 이용하고, 맥아 발효 과정 중 발생한 탄산을 100% 사용했다는 점 등을 강조한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하이트진로의 최고 주력상품인 소주 ‘참이슬’과 ‘테라’를 조합한 이른바 ‘테슬라’가 유행한 점도 의미있게 작용했다.
 
‘테슬라’는 하이트진로가 기획한 마케팅은 아니지만, 증권업계 등에서 자연발생하며 테라 소비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어 영업사원들이 판매전략으로 쓰고 있다. 당초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새로 출시한 소주 ‘진로’를 조합한 ‘테라로’를 기획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기존에 없는 제품을 선보였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라며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기존 시장을 점유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올해 3월 말 하이트진로가 새로 출시한 맥주 '테라' 포스터. 사진/하이트진로
 
여기에 ▲주세법 개편 검토 ▲한-일 무역분쟁 등으로 국산맥주 수요 확대 기대감이 증가했다는 점 등도 긍정적인 분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주세법에서 국산맥주는 원가에 판매관리비, 마진 등을 더한 출고가에 72%의 세금이 붙는다. 하지만 수입맥주는 세관신고가와 관세, 마진 등을 합친 금액에 세금이 붙는다. 때문에 국산맥주 판매가격은 자연히 비싸질 수 밖에 없었다.
 
주세법이 개정되면 종가세로 측정되며 이에 알코올 도수 및 용량에 따라 세금이 붙게 된다. 단순 계산하면 국산 캔맥주는 기존 대비 리터 당 415원의 세금이 내려가게 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외부 이슈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면 좋지만, 큰 기대를 걸기보다는 본연의 마케팅에 집중할 것”이라며 “테라가 신제품인 만큼 일단은 인지도 확대 및 브랜드 가치 제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테라 영향 등으로 하이트진로의 2분기 맥주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2% 증가할 것”이라며 “3분기부터 테라 매출액이 더 크게 증가해 전년 동기대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하이트진로의 신용등급 전망은 현재 엇갈린 상태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장기신용등급에 A/안정적을 부여하고 있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모회사에 대한 지원부담, 과중한 차입규모는 신용도에 부담요인이 되지만 자금소요 대부분을 자체 충당 가능해 급격한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주세법 개정 가시화 등 우호적 영업여건이 조성되는 중에 신제품 판매 호조가 있어 점진적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라고 등급유지 사유를 밝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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