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현대제철(004020)이 미국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공식화하면서 위기 타개에 본격 나선다. 현대제철은 그룹사
현대차(005380)의 미국 생산 증가와 대미 수출 관세 부과가 맞물려 관세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고, 주력 사업인 자동차용 강판 사업의 판매량 증가율도 1%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하다. 현대제철은 미국 제철소를 통해 관세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자동차용 강판 판매량도 큰 폭으로 확대할 수 있다. 이에 미국 제철소가 현대제철에게 다방면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사진=현대제철)
관세 부담에 원가 증가 전망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그룹사로부터 발생한 현대제철의 자동차용 강판 등 매출은 6226억원 이상이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 현대제철의 미국 코일센터인 현대제철 아메리카, 현대제철 조지아로부터 발생한 매출의 합이다.
이 중 일부 철강은 올해부터 대미 수출 관세를 부과 받는다. 지난 3월 미국 정부가 모든 수입 철강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수출 시 부과되는 관세는 매출원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고율의 관세 부과는 영업이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현대제철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500억원 수준(영업이익률 0.84%)으로 예상되는데 관세라는 비용 증가 변수가 있어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대미 철강 수출 관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개별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미국 정부의 입장이 강하고,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이 연간 200만톤 이상이기 때문에 양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이에 신속히 관세 문제를 풀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출이 늘수록 비용이 증가한다. 높은 대미수출 관세는 고수익 자동차용 강판 판매를 늘리려는 현대제철의 전략과 상충한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 등 그룹사의 소재 공급 확대 기조와 별개로 자동차용 강판 수출 확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1000만대 내외로 높은 철강 제품 가격과 맞물려 핵심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의 관세 장벽이 허물어지지 않을 경우 이익 감소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제철의 대미 수출은 늘어날 전망이다. 그룹사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0월 미국 공장(메타플랜트) 가동을 시작했고, 지난 3월 생산 차종을 늘리고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메타플랜트 가동을 계기로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자동차용 강판도 더 늘어난다.
현대제철은 연간 자동차용 판재 판매량(지난해 기준 530만톤)의 80%가량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사의 수요 증가에 부응해야 하지만 관세 부담에 따른 수익성 저하 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제철소로 체급 확대
연간 500만톤 수준에 머무르는 자동차용 강판 판매량도 미국 제철소 건설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꾸준히 자동차용 강판 사업 강화를 추진해왔다. 다만, 자동차용 강판 판매량은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자동차용 강판 판매량은 531만톤으로 2023년(526만톤)에서 1%가량 늘었다.
현대제철 미국 제철소는 연간 자동차용 강판 180만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해당 자동차용 강판은 그룹사 등에 공급된다. 이에 연간 500만톤 내외에서 머무르던 연간 자동차용 강판 판매량이 30~40%가량 늘어난다. 전체 판재 판매량의 50% 이하였던 자동차용 강판 비중도 미국 제철소 건설을 계기로 50% 중반 이상으로 상승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미국 제철소를 가동해도 국내 제철소의 생산량을 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대제철이 자동차용 강판 사업을 꾸준히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총 투자액 8조원이 넘는 건설 자금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미국 생산 확대를 본격화한 현대차그룹의 전략을 고려했을 때 미국 현지 제철소 건설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확실하다는 평가다.
한편 미국 제철소는 전기로 중심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전기로는 철스크랩(고철)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 감축에 효과적인 생산 수단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향후 미국 제철소를 통해 생산되는 저탄소 철강 제품을 인근 국가 등에 수출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해진다.
현대제철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미국 제철소 건설은 공식화된 상태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