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쇼크, 자본조달 '불똥'…한투, 주관 역량 '시험대'
간암 치료제 FDA의 보완요구로 허가 지연
주가 폭락 등 예기치 못한 암초에 실권주 부담
한투, ECM 새 먹거리 '유상증자'에 안간힘
공개 2024-05-2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1일 15:2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HLB의 신약 허가가 난항을 겪으면서 그 불똥이 자본시장까지 튀고 있다. 가장 노심초사하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HLB(028300) 자회사 HLB생명과학(067630)의 1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대표 주관하고 있다. 문제는 신약 허가 기대감 소멸로 주가가 곤두박칠치면서 주주들이 굳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심지어 최대주주인 HBL도 배정 물량 중 절반만 청약할 예정이라 자칫 주주나 투자자들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할 물량은 900억원이 넘는다. 한국투자증권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던 빅딜이 예기치 못한 실권주 부담과 마주하게 됐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유튜브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HLB 공식유튜브)
 
신약 허가 지연 소식에 주가 폭락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기업 HLB는 전날 대비 29.96% 하락한 4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중국 항서제약 '캄렐리주맙'(면역항암제)과의 병용요법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 신청한 '리보세라닙'(표적항암제)에 대해 보완요구서한(CRL)을 요구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앞서 해당 소식이 알려진 17일에도 HLB를 비롯한 그룹 전 계열사는 대폭락을 경험했다.
 
시장을 뒤흔든 악재에 17일 진양곤 HLB 회장이 직접 “FDA의 CRL 요구는 리보세라닙이 아닌 캄렐리주맙과 관련한 이슈고, 항서제약 측에 수정 보완을 요청해 협의를 빨리 마무리하겠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초 HLB은 "신약 리보세라닙의 FDA 허가가 사실상 확정됐다"며 FDA의 공장실사가 완료되는 대로 국내 품목허가와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현재 발등에 떨어진 불은 HLB생명과학의 유상증자다. HLB생명과학은 HLB그룹 내에서 신약물질 개발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로 리보세라닙의 국내 판권과 일본, 유럽에 대한 수익권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암초에 부딪힌 유상증자…한투, 실권주 부담 커
 
HLB생명과학이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지난 3월22일 당시 회사 주가는 전날 대비 5.99% 하락한 1만993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FDA의 신약 허가 기대감으로 26일에는 장중 한때 2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상증자가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신약 허가 지연과 더불어 계속되는 K-바이오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으로 증자 규모도 운영자금을 줄여 1308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HBL생명과학은 FDA 신약 허가 기대감이 고무됐을 당시인 지난 3월 15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채무상환 981억원, 시설자금 60억원, 운영자금 443억원, 기타자금 15억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최대주주인 HLB도 보유 지분에서 절반만 청약할 예정이다. 총 발행 물량인 1100만5125주에서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100만7054주를 인수한다. 나머지 1089만8071주는 일반 주주 대상으로 구주청약을 받은 뒤 나머지 실권주는 일반 청약을 진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발행 대표 주관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KB증권과 대표 주관을 맡았지만 인수 물량이 더 많다. 한국투자증권이 959억원, KB증권이 349억원 가량을 책임져야 한다.
 
HLB가 인수하는 물량을 제외하더라도 한국투자증권의 인수 물량은 900억원대로 추정된다. 기존 주주들이 유상증자 참여하고, 실권주도 일반 투자자들이 가져가만 금상첨화지만 신약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상증자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사진=연합뉴스)
 
유상증자 능력 시험대 올라
 
예기치 못한 난관에 한국투자증권의 유상증자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IB토마토> 4월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4월까지 한국투자증권의 유상증자 주관 실적은 총 4422억원으로 4위를 기록 중이다. 진행 중인 딜이 예정대로 상반기 내 마무리된다면 선두권 진입도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HLB생명과학 건 외에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62억원)와 샤페론(378800)(350억원), 삼보산업(009620)(104억원), 캐스텍코리아(110억원)의 유상증자를 대표 주관한다.
 
문제는 최근 들어 유상증자 시장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들어 기업들의 유상증자 계획이 잇달아 발표됐지만 난항을 겪었다. 금융당국 기준도 엄격해져 성공적인 마무리가 까다로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신라젠(215600) 사례다. 신라젠은 지난 4월19일 발행주식수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계획 발표 후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주주 사이에 불만도 터져나왔다. 김재경 신라젠 대표가 해명에 나서고 대표주관사와 인수회사가 최종 실권주를 책임지기로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한국투자증권으로서는 주식자본시장(ECM)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유상증자에 힘을 싣는터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예상치 못한 사태인 만큼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며 “향후 임상 결론이 나오는대로 그간의 유상증자에서의 역량을 동원해 리스크를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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