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괴리율 20%, 전망 왜 하나"…리서치 역량 재조명
국내 증권사 리서치 실적전망 평균 괴리율 19.84%
전통IB 강화 기조 속 다시 주목받는 리서치 역량
개별 기업 분석은 한계…거시 매크로 분석 대안될까
공개 2024-04-11 09:2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올 1분기 국민주 삼성전자(005930)의 실적발표에선 반도체 실적 반등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가 발생했다. 실적발표일인 지난 5일 이전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낸 증권사는 총 23곳이다. 하지만 이들 중 실적을 맞춘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었고 평균  괴리율은 20%에 달했다.
 
어닝 서프라이즈 속 실적 전망 엇갈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1.37% 증가한 71조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31.25% 감소한 6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 실적은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했던 메모리 반도체의 흑자전환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작년부터 이어진 감산과 AI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의 영향으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1조원 후반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됐고, 모바일경험(MX) 사업부에서도 갤럭시S24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약 4조원대 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삼성전자의 실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총 5조5025억원 매수하며 주가상승을 이끌었고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잇달아 기존 1분기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 4월5일 이전까지 삼성전자 실적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는 총 23곳이다. 하지만 1분기 실적을 정확히 예측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국내 증권사에서는 KB증권이 가장 근접했다. KB증권은 지난 3일 발행한 리포트에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5조9000억원으로 내다봤다. 괴리율 10.61%가 그나마 정확했다. KB증권 이외 증권사들의 평균 괴리율은 19.84%에 달했다. 교보증권의 경우 괴리율이 50%에 달하기도 했다.
 
반면 외국계증권사인 맥쿼리증권은 이번 실적전망에서 가장 정확한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맥쿼리증권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6조7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실제 영업이익률과 불과 1.56% 차이가 났을 뿐이다. 
 
리서치센터 다시 주목, 역량 강화해야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기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실제 증시 불황과 실적 부진이 찾아오면 증권가에선 1순위 구조조정 대상으로 리서치센터를 올릴 정도였다. 하지만 부동산금융과 같은 대체투자시장 침체에 주식발행시장과 채권발행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다시금 리서치센터의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주식발행과 채권발행에서 산업 현황 파악과 분석이 성공적인 딜 주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국내 증권업계 기업전략부문과 전통IB부문에선 리서치센터 출신 인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 1월 김지산 키움증권(039490) 리서치센터장은 키움증권의 전략기획부문장으로 이동했다. 키움증권의 차기 대표로 선임된 엄주성 대표의 후임으로 전략기획본부는 키움증권의 사업전략과 기획을 총괄하는 부서다. 리테일을 넘어 IB부문의 사업역량 확대를 모색 중인 키움증권에 있어 김 부문장의 산업 전반에 대한 분석 능력이 높게 평가받았다는 평가다.
 
앞서 KB증권도 주식자본시장(ECM)사업을 총괄하는 ECM부문장으로 리서치센터장 출신의 유승창 상무를 선임해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영업 업무를 하는 홀세일이나 리테일이 리서치센터장이 아닌 IB부문 사업본부의 수장으로 가는 것은 드문 사례다. 기업공개(IPO) 등 ECM 부문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서치센터, 거시적 분석으로 무게중심 이동
 
IB부문에서의 리서치센터 역량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점점 열악해지는 업무 환경을 두고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석 대상이 되는 기업들의 경우 보안상의 이유로 정보 공개를 꺼려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이에 업계에선 기업별 분석보다는 거시적인 환경에 초점을 맞춘 매크로 분석이 리서치 역량 강화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익명의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민감한 이슈의 당사자일 경우 정보 공개나 자료 요구를 꺼리는 면이 강하고 이런 추세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내부자가 아닌 이상 정확한 가치 판단을 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대신증권(003540)도 리서치센터장으로 김영일 대신증권 상무를 선임했다. 김 신임 센터장은 장기전략을 제시하고 국내외 매크로 투자전략 등을 담당해왔다. 이번 발탁은 기존 개별 기업분석이 아닌 거시적 관점에서 산업을 평가하는 역량 강화에 나섰다는 평가다.
 
KB증권은 주요 증권사로서는 유일하게 공동 리서치센터장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초부터 각각 기업분석과 매크로 자산배분 전문가를 부서의 장으로 뽑아 개별 기업 분석과 거시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KB증권에서 김상훈 공동 리서치센터장은 매크로 부문을 담당하고, 김동원 센터장은 기업분석 부문을 맡고 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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