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솔루션, IPO 구주매출 부담…고배당 정책 성공할까
구주매출 비중 50%에 투자자 우려 커
높은 수익성 바탕으로 배당성향 50~70% 유지 계획
공개 2024-04-0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3일 17:2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마린솔루션(이하 마린솔루션)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구주매출 부담을 고배당 정책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의 주식을 공개 모집으로 매각하는 절차라 신규 주식 매각처럼 매각 대금이 회사에 들어오지 않고 기존 주주에게 흘러간다. 이에 마린솔루션은 고배당 정책을 통해 IPO 수요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구주매출 우려 고배당으로 ‘돌파’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린솔루션은 총 890만주를 오는 5월9일 상장할 예정이다. 현재 모집가액은 1주당 7만3300원으로 이에 따른 모집 총액은 6524억원이다. 향후 수요에 따라 모집 총액은 변동될 수 있다. 마린솔루션이 기업 공개에 내놓는 지분 890만주 중 50%인 445만주는 2대 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KKR의 구주매출분이다. KKR은 지난 2021년 마린솔루션에 투자해 지난해 말 기준 지분 38%(1520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KKR은 마린솔루션 상장 후 보유 지분의 29.2%를 매도한다.
 
판매 지분의 절반이 구주매출로 구성된 까닭에 마린솔루션은 추정 상장 대금 6524억원 중 절반인 3262억원을 투자 재원으로 확보하게 된다. 나머지 절반은 KKR이 가져간다. 통상 높은 구주매출은 투자자들에게 있어 부담으로 작용한다. 구주매출은 상장 자금을 회사에 재투자하는 게 아니라 기존 주주의 수익으로 돌어간다는 인식이 강해 흥행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난 2022년 SK쉴더스 상장 사례를 보면 구주매출 비중은 46.7%에 달했다. 이에 지분 판매 수요가 낮았고 결국 SK쉴더스 상장은 철회된 바 있다.
 
이에 마린솔루션은 높은 구주 매출 비중에 대한 투자자들로부터 수요를 끌어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에 마린솔루션은 높은 배당성향 등을 무기로 투자자들의 수요를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린솔루션은 상장 추진 이전에도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마린솔루션의 연간 현금배당성향은 2021년 122.82%, 2022년 76.24%, 지난해 66.17%를 기록했다. 2020년 이후 국내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이 30%대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배당성향이다.
 
현대마린솔루션 등에 따르면 앞으로도 높은 배당성향은 유지될 전망이다. 마린솔루션은 향후 3년간 50~70%대의 배당성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이후에도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 투자자들의 수요를 끌어모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친환경 개조 수요로 수익성 확보
 
높은 배당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익잉여금, 순이익 성장이 중요하다. 지난해 마린솔루션은 1000억원의 배당금을 지출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1511억원)의 66.2%에 달한다. 마린솔루션의 순이익이 성장해야 공언한 50~70%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면서 배당금도 확대하고 이익잉여금도 쌓을 수 있다.
 
마린솔루션이 속한 선박 수리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대상인 선박 수 증가와 친환경 선박으로 개조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산업이 회복기에 진입하면서 인도되는 선박수가 증가하고 있다. 선박 수리 사업은 운항 중인 선박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인도 선박이 증가할수록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아울러 환경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으로 개조 수요도 높다. 지난 2020년 IMO(국제해사기구)의 탄소 중립 규제에 따라 해운업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규제 이전 인도된 선박들은 친환경 엔진 개조 작업을 통해 규제 기준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친환경 엔진으로의 교체 등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 선박 비중은 전체 선박의 10% 이하지만 2050년에는 친환경 선박 비중이 80%로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친환경 선박 개조 수요가 포함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마린솔루션은 부담이 덜하다. 고정비 부담이 낮은 사업구조이기 때문이다. 마린솔루션은 HD현대중공업(329180)과 공급망을 공유한다. 보통 선박 수리업체는 엔진 제조사로부터 기자재·부품 등을 구매해 사업에 활용하지만 마린솔루션은 엔진 제조사인 HD현대중공업과 같은 단계에서 기자재와 부품을 확보할 수 있다. 유통 단계를 줄여 매출원가율을 낮출 수 있다. 아울러 수리 조선소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임대하기 때문에 설비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도 적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린솔루션의 원가율은 2022년 85.3%에서 지난해 80.9%로 4.4%P(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마린솔루션은 수익성이 높은 친환경 엔진 개조 등 수주를 확대해야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친환경 선박 개조 시장의 수요가 배기가스 탈황장치(EGCS)와 평형수 처리 시스템(BWTS)에서 친환경 엔진 개조 및 노후 LNG선의 FRSU(LNG 저장 설비) 개조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향후 수요가 증가하는 영역에 투자를 확대해야 수익성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마린솔루션 측은 향후 수익성 확대 방안을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상장 이후 투자 자금을 활용해 성장하는 FSRU와 이중 연료 장치 엔진 개조 등 성장성이 높은 친환경 선박 개조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 밝혔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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