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족쇄 풀렸다…'뉴 우리금융' 시동거나
26년 지난한 상환 끝 완전민영화 달성
눈치만 보던 인수합병 등 공격적 영업 추진
"비은행·비이자이익 확대 원년 삼아"
공개 2024-03-15 18: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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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가 26년 만에 공적 자금 잔여 지분을 털어내면서 공격적 영업이 예상된다. 공적 자금으로 인해 눈치만 보던 인수·합병(M&A)도 가능해졌다. 특히 자사주 소각을 통해 오버행 우려도 없애 주주 친화 정책에도 힘을 쏟는다.
 
우리금융그룹. (사진=우리금융그룹)
 
완전 민영화 26년 여정 마침표
 
15일 우리금융지주의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공적 자금을 전액 상환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전신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지난 1998년 공적자금 12조7663억원을 지원받았다.
 
우리금융지주는 14일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던 지분 1.24%, 935만7960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 완료했다. 거래가는 13일 종가인 1만4600원에 결정됐다. 완전민영화에 성공한 후 자사주 매각 발표를 통해 잠재적 매도물량(오버행)이 사라져 우리금융지주는 14일 전일 대비 560원(3.48%) 오른 1만516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 10월 우리금융이 예금보험공사와 체결한 주식양수도에 관한 기본협약에 따랐다.
 
우리금융은 지난 1998년 공적자금 지원 이후 7차례의 블록 세일과 2016년 현 과점주주 체제 도입을 위한 매각 등을 진행해왔다. 이번 매각이 마무리되면서 예금보험공사의 보유지분은 전소됐으며 2년간 2400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하게 됐다. 지난 2021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9.3%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완전 민영화라고 봤으나, 잔여 지분으로 오버행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사업 확장 장애물 없어져
 
우리금융은 지난 26년 동안 공적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이유로 내부의 힘이 약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사업 확장과 지배구조 변화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완전 민영화를 결정한 후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인수합병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조직 개편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우리금융지주는 자회사인 우리FIS의 인력을 우리은행과 우리카드에 배치했다. 디지털 그룹을 일원화해 속도감 있는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우리은행 자산운용팀도 새로 꾸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을 영입해 부동산리서치랩을 맡겼고, 업권별 전문가를 채용해 자산관리 드림팀을 구성했다. IT 개발도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투자상품 평가모델인 와이즈(WISE)로 과거 데이터와 전망을 아울러 상품 추천에도 활용하고 있다.
 
완전 민영화와 함께 비이자이익까지 강화한 우리금융은 올해를 그룹 경쟁력 강화 원년으로 삼았다. 우리종합금융과 증권사 인수합병을 통해 중대형 증권사로 키울 예정이다. 우리글로벌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 합병도 완료했으며, 우리종합금융과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새로 선임하고 자본시장영업에 힘을 싣고 있다.
 
대출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15일 우리은행은 대구·경북 지점을 비롯해 울산과 호남지역에 비즈(BIZ)프라임센터를 추가로 개설했다. 기업금융 재건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진행되는 중소기업 특화채널인 비즈프라임센터를 통해 대출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기업대출 성장률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증권사 등 자회사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마무리까지 가지못했지만 우리금융은 지난해 9월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공격적인인수합병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위해 물밑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도 사실 증권사를 보유했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정부 주도의 공적 자금 회수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을 농협금융지주에 팔았다. 2014년 민영화를 추진한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 자회사를 분리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농협금융지주에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이 패키지로 매각됐고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에 넘겨지면서 우리금융 자회사는 뿔뿔이 흩어졌다. 덕분에 농협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을 품어 자산 규모를 키우고 5대 금융지주 중 한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처럼 우리금융은 예보 잔여 지분을 털어내면서 지배구조에도 변화를 줄 수 있게 됐다. 오버행 이슈를 없애 주가가 떨어질 우려를 완전히 해소했기 때문이다. 외인 등 투자자는 주가하락 위험요소를 없앤 우리금융지주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해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자금이 풍부해지고 이에 따라 건전성 이슈가 해소되면 대출 증대와 자회사 인수에도 이롭다. 특히 자회사 인수합병을 위한 자본적정성도 꾸준히 해소해온 만큼 조건을 차근차근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지난 2019년 8.4%에서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말 11.9%로 5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한국포스증권 인수는 현재 검토 중에 있으나 세부적인 진행과정은 밝힐 수 없다"라면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우리금융의 의지이며, 앞으로 주주환원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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