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 화물 인수' 가능성 낮은 이유
1.5조원 예상되는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가 고가 지적도
항공기 투자에 수조원 지출하는데…추가 지출 어려울 듯
공개 2024-03-1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1일 16:3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제주항공(089590)아시아나항공(020560)의 화물사업부 인수 유력 후보로 주목받고 있지만, 인수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은 인수후보 중 가장 탄탄한 재무 체력을 갖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가가 높아 인수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여기에 현재 제주항공이 수조원대의 항공기 기체 변경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또다시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하기엔 무리가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사모펀드 등과 손잡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A 규모 1조원 훌쩍 넘는 대어 '고가격' 지적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적격인수후보로 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인천 4곳이 선정됐다. 4곳의 회사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예비입찰에서 인수 의사가 있음을 밝힌 회사들이다. 매각을 주도하는 대한항공(003490)과 산업은행 등은 향후 4개사를 대상으로 실사 절차를 거친 후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인수 후보 4곳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재무구조도 탄탄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총 자산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8483억원이다. 뒤이어 에어프레미아(3817억원), 에어인천(352억원), 이스타항공(234억원)순이다. 제주항공 외 3곳은 비상장사인 관계로 2022년 기준 자산규모만 공개된 상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다소 비싸게 매각가격이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제주항공이 인수에 힘을 쏟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 전망하는 매각가가 높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매각가가 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가진 부채 추정액 1조원을 더한 금액이 최종 인수가다.
 
시장에서는 5000억원 이상의 매각가에 대해 다소 비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보다 매각가가 낮아야 원활한 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해외 항공사 매각 사례 등을 살펴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가치는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에 일정 배수를 곱해서 추정할 수 있다. 배수는 4배 내지 5배 정도가 사용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연간 EBITDA는 500억~550억원 사이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화물사업부의 가치는 2000억~2700억원으로 산정할 수 있다. 부채는 제외한 사업부 자체의 가치만 측정한 값이다. 현재 거론되는 매각가보다 싼 2000억~3000억원 싼 가격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항공기들이 노후화된 상태라 인수 후 항공기 교체 비용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이 겹쳐지며 제주항공이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참전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제주항공이 현재 5조8000억원에 달하는 항공기 교체 사업(B737-8 맥스 40대 구매)을 진행하고 있는 점도 인수를 망설이는 요소로 지적된다. 실제 구매가는 5조8000억원보다 낮을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 평가지만 그래도 수 조원이 들어가는 프로젝트 진행 중에 또다시 1조원이 넘는 프로젝트에 돈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제주항공이 많은 돈을 들여 항공기를 교체하는 이유는 단일 기종을 운용하면서 비용 효율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인수할 경우 다른 기종의 항공기가 들어와 단일 기종 운용에 따른 비용 효율 흐름이 깨진다. 비용이 증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FI와 손잡을 가능성 ‘안갯속’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잡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예상하고 있다. 다만 현재 제주항공의 상황상 FI의 몫을 제외하더라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화물사업 인수에 붓는 결단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관점이다. 향후 화물사업부의 부채를 떠안아야 하는 것도 부담으로 꼽힌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제주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3543억원이다. 현재 거론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추정가 5000억원을 감당하기 힘든 현금성자산 규모다. FI와의 연합하는 경우를 가정해도 현금성자산을 상당 부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감당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모회사 AK홀딩스(006840)의 지원을 바라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AK홀딩스의 지난해 3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78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AK홀딩스는 교환사채,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으로 제주항공을 지원하면서 추가적인 자금 조달 여력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제주항공이 업황 개선을 바탕으로 AK홀딩스를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자 한다면 FI와 손을 잡고 인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제주항공은 아직 FI와의 연합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로 전해진다. 높은 인수 가격, 인수 후에도 계속 투입될 비용 등이 인수를 주저하게 하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을 인수할 경우 단일 기종으로 운영해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제주항공의 방향성도 바뀔 수밖에 없다. 인수 후 노후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를 B737-8기로 교체할 바엔 현재 화물 사업을 차근차근 키우는 게 더 낫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시아나 화물사업 인수 관련해서 입장이 없다”라고 밝혔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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