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 지분 싸움 본격화…정관 변경 놓고 '격돌' 예고
최 회장 측 정관 변경 시도…신사업 관련 제3자 배정 유증 확대
제3자 배정 유증 늘어날 경우 최 회장 우호 지분 늘어날 듯
영풍, 고려아연 배당금 의존도 높아 지분율 희석 시 재무구조 악화
고려아연 배당금 의존도 높은 영풍, 지분율 희석되면 재무구조 악화 가능성
공개 2024-03-0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16:0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최윤범 회장 측이 이끄는 고려아연(010130) 이사회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정관 개정을 안건에 올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000670)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 회장 측이 추진하는 정관 개정안은 신기술 도입 등 경영상 필요가 있을 때 이사회 의결로 제3자 유상증자 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해당 조항은 최 회장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호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 정관 개정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할 경우 최대주주인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분율 감소 효과는 결국 영풍이 고려아연으로부터 받는 배당금 감소로 나타난다. 현재 영풍은 실적이 악화되며 고려아연 배당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유상증자로 영풍의 지분율을 희석시킬 경우 영풍의 재무구조 악화도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영풍)
 
분쟁의 핵심 ‘정관 개정’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오는 3월19일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예고했다. 추진하는 정관 개정안은 주식 발행에 관한 건 등이다. 기존 정관 17조 2항 4조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외국 합작법인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개정안은 17조 2항 4조를 삭제하고 더 세밀하게 주식 발행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다.
 
개정 정관 17조 1항 2조는 신기술 도입을 목적으로 기존 주주 등에게 400억원 이내의 범위에서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제시됐다. 아울러 17조 1항 3조는 이사회 결의로 발행주식총수의 20% 범위 안에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제외한 다른 방법으로 신주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주식발행 대상자는 17조 2항 4조에 따라 특정인에게 신주 인수 청약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신주발행에 대한 규정을 신기술 등으로 명확하게 함으로써 최 회장 측은 향후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다른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철금속 업계에서는 정관 개정안이 최 회장 측 우호 지분 확대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 측이 배터리 소재·에너지 등 신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필요한 사업 자금 마련과 관련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하기 위해서는 신사업 관련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 측은 이를 유상증자를 통해 해결해 왔다. 2022년 한화 그룹 계열사인 한화(000880) H2 에너지 USA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지분율 4.75%), 지난해 9월 현대차(005380) 계열사 HMG 글로벌 LLC를 상대로 한 유상증자(지분율 5%)도 최 회장 측의 우호 지분 확대와 신사업 진출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얻는 데 기여했다. 최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은 지난해 1분기 28% 수준에서 지난해 말 32%까지 늘었다.
 
기존 정관에서도 이사회 결의로 주주가 아닌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는 규정이 있었지만 비교적 조항이 포괄적이었다. 이를 시대에 맞춰 실질적 내용 변경 없이 표준정관에 따라 손질했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설명이다.
 
고려아연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향후 신사업에 관련된 증자 규정을 명확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현재 추진하는 에너지 및 소재 사업이 규모가 큰 만큼 독자적으로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유상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며 정관을 개정한다 해도 당장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당 의존도 커지는데 지분율 지속 감소
 
최 회장 측이 안건에 올린 정관 개정안이 3월19일 주주총회를 통과할 경우 향후 영풍이 고려아연 내에서 차지하는 지분율 감소가 예상된다. 영풍은 계열사들과 함께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매입하는 주식 수보다 최 회장 측이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의 수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 현대차 등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2021년 말 27.49%, 2022년 말 26.11%, 2024년 2월8일 기준 25.15%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영풍은 단일주주 기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다.
 
 
영풍의 지분율 감소는 고려아연의 주당 배당금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배당금 감소로 이어진다. 문제는 비철금속 업황이 악화되면서 영풍이 고려아연 배당금에 기대는 정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려아연 등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영풍의 영업손실을 당기순이익으로 전환할 만큼 액수가 크다.
 
영풍이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영풍의 고려아연 배당금 수취액은 781억원이다. 2022년에는 배당금이 늘어 1042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는 중간 배당을 통해 1607억원을 받았다. 반면 영풍은 2021년 영업적자 268억원, 2022년 영업이익 689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는 다시 적자로 전환해 영업적자 53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금속 제련 본업보다 고려아연으로부터의 배당금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큰 상황이다. 영풍은 지난해 3분기 영업현금흐름이 2665억원을 기록했다. 고려아연 배당금으로 들어온 금액을 빼면 영업현금흐름은 1058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고려아연이 2023년 주당 배당금을 2022년(주당 2만원)보다 줄인 1만5000원으로 확정할 경우 영풍의 영업현금흐름도 이에 맞춰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철금속 업계에서는 영풍이 최 회장 측의 정관 개정을 반대하는 것이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의 사업 중심을 아연에서 신사업으로 옮길수록 유상증자 가능성으로 인해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영풍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관 개정안 반대 및 배당 확대 요구는 고려아연이 약속했던 배당 확대를 지켜라는 차원에서 요구되는 것이며 재무구조와는 무관하게 주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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