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통제 많은 대주단 체제 지속…투자 제약받을까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체급 키울 필요성 커져
해진공 등 정부 관리체제로 투자 제한 우려 높아
공개 2024-02-16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14:5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매각이 무산되면서 HMM(011200)은 당분간 산업은행 등 정부 관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HMM의 투자가 계획대로 될 수 있을지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대주단 관리하에서 독자적으로 대규모 자금 지출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HMM은 해운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선박 수 확대 등 투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 이후로 HMM 매각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당분간 HMM의 전방위적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HMM)
 
해운산업 불확실성에 투자 필요성 커져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1조5042억원이다. HMM은 지난 2022년 15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투자에는 친환경 선박 확대·터미널 및 내륙 물류시설 등 핵심자산 투자, 디지털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투자가 포함돼 있다. 해당 투자재원은 10조원 이상의 HMM 보유 현금성 자산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HMM은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할 현금은 유지하면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HMM의 투자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HMM이 속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의 규모가 하팍로이드 탈퇴로 줄어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해운동맹은 동맹 해운사간 항로와 선복(화물적재공간) 등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직·간접적인 규모 확장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디 얼라이언스 동맹사 중 하팍로이드의 선복 규모가 가장 크기에 하팍로이드 탈퇴로 인해 선복량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선복 규모를 확대하는 등 몸집 키우기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운업계에서는 하팍로이드 탈퇴 선언으로 HMM이 몸집을 키워 새로운 동맹을 찾거나, 디 얼라이언스에 또 다른 대형 해운사가 동맹으로 가입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전망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해운산업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HMM이 선박 운용 규모를 늘리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해운업계의 공통적 의견이다.
 
HMM도 해운업계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HMM은 지난 2021년 발주한 13000TEU 선박 12척을 올해 순차적으로 인도받는다. 해당 선박 투자금액은 1조8000억원 수준이다. 인도가 완료될 경우 지난 1월 78만TEU였던 HMM의 선복량은 100만TEU 수준으로 증가한다. HMM은 총 120만TEU로 선복 규모를 늘릴 예정이라 향후 추가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장된 대주단 체제, 투자 확대 지체 가능성
 
해운업계에서는 HMM이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 관리하에서 대규모 투자 확대에 대해 대주단의 관리를 받을 것이란 시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HMM 지분만 보유하고 있고, 해양진흥공사가 HMM에 경영지원을 목적으로 인력을 파견중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양진흥공사가 지원 명목으로 관리자를 파견한 상황에서 경영 관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하림의 HMM 인수 불발 사유는 해양진흥공사가 지속적 경영 개입 필요성을 주장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쟁점이 하림의 HMM 자금 사용이었던 만큼 해양진흥공사가 HMM 자금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HMM은 2022년 발표한 투자 계획대로 독자적으로 투자한다는 입장이지만 대주단의 영향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HMM의 지난해 하반기 신규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8월 11만5000TEU, 9월 10만3000TEU였지만 10월은 3000TEU로 급감했다. 11월과 12월은 신규 발주량이 없었다. HMM 매각 일정이 진행되면서 재무구조 변동이 수반되는 대형 투자가 줄어들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매각 일정을 앞두고 대주단이 재무 변동을 불러일으키는 투자를 자제시켰다는 말이 전해진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1척당 가격이 현재 2억달러 이상에 달하기 때문에 대규모 지출이 동반된다.
 
아울러 인수합병에 있어서도 재무적으로 ‘통 큰 투자’가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HMM은 지난해 현대LNG해운 및 폴라리스쉬핑 인수를 추진했다. 현대LNG해운은 100% 지분 직접 인수방식이었고 폴라리스쉬핑은 인수자금 펀드에 자금을 대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기대됐다. 그러나 두 투자건은 모두 불발됐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LNG해운 인수는 HMM과 매각주체 사이의 거래 가격 차이가 커서 무산됐다. 폴라리스쉬핑 투자건도 선박 투자 감소와 마찬가지로 재무구조 변동 등을 이유로 인수 자금 출자가 엎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HMM 측은 인수합병에 대해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투자 계획은 발표 이후 변동 없이 독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인수합병의 경우 매물이 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물이 나올 경우 회사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해양진흥공사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해양진흥공사는 HMM을 지원하는 입장으로 HMM의 경영활동은 독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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