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매물 저축은행, 부동산PF로 매각가 '휘청'
금융당국, 부동산PF 관련 압박 심화
저축은행 매각가에 영향 미칠 듯
공개 2024-02-02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1일 17:3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2금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에 나서면서 매각을 고려하는 저축은행의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경우 건전성이 추가 하락하고 충당금도 추가로 쌓게 돼 매각가가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중앙회. (사진=저축은행중앙회)
 
금융당국 "충당금 더 쌓아야"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과 캐피탈, 상호금융 등 2금융권 협회와 주요 회사 PF 담당 임원 등을 불러 부동산PF 리스크 점검회의를 열었다. 금융당국은 이날 본PF로 전환되지 않는 브릿지론 등 공사 지연이 지속되고 분양률이 낮은 PF사업장에 대해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부실한 PF사업장의 경우 경험손실률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충당금 적립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침에 따라 저축은행 업계는 부동산PF의 여신 분류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실여신에 대한 충당금의 경우 부실 정도에 따라 충당금을 다른 비율로 쌓고 있다. 건전성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분류되며, 고정이하여신부터 부실한 여신으로 취급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을 건전성의 지표로 쓰기도 한다. 통상 추정손실로 분류되는 여신에만 100%의 충당금을 쌓는다.
 
이 같은 결정은 금융권 PF대출 연체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PF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2년 말 1.19%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42%로 올랐으며, 저축은행 업권의 PF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2.05%에서 5.56%로 증가했다.
 
본PF 전환이 되지않은 브릿지론은 지난해 말 결산에 100%의 예상손실을 반영할 예정이다. 이에 이자유예와 만기연장 등을 받지 못하는 사업장이 증가함에 따른 추가적인 건전성 악화도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요주의여신이나 정산여신으로 분류되고 있던 여신은 0.85%와 7%의 수준의 충당금을 쌓다가 건전성 재분류로 충당금이 크게는 99.15%p 증가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매각 염두 저축은행 '울상'
 
금융당국의 이번 정책으로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매를 먼저 맞는 모양새가 됐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실적과 건전성 등이 최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충당금까지 더 쌓게 됐기 때문이다.
 
충당금은 손익계산서에서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을 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 79곳의 순손익은 1413억원으로 상반기의 960억원 손실 대비 적자 폭이 453억원 증가했다.
 
특히 매각을 고려하는 저축은행 입장은 더욱 난감하다. 현재 시장에 알려진 바로는 ▲상상인저축은행 ▲HB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OSB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이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대주주적격성 유지조건 논란으로 매각 수순을 밟았으나 인수 가격 격차와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인수를 포기했다. M&A시장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의 매각가를 5000억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 매각에 적용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높으면 1.4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각 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에 1.4배의 PBR이 인정된다고 가정했을 때 지난해 3분기 기준 ▲상상인저축은행 3794억원 ▲HB저축은행 1378억원 ▲애큐온저축은행 6670억원 ▲OSB저축은행 3539억원 ▲JT친애저축은행은 3254억원 수준의 매각가를 인정받게 된다. 다만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2년 말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총 자산이 3조5422억원, 부채총계가 3조2316억원으로, PBR 1.4배를 적용했을 때 4348억원의 기업가치가 산출됐다. 지난해 3분기와는 554억원 차이다. 다만 PBR 1.4배는 기업가치를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았을 경우 적용되는 것이므로, 0.9배 등 1배 이하로 떨어진다면 기업가치는 더욱 떨어지게 된다.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 중 HB저축은행이 18.78%로 부동산PF 연체율은 가장 높았으나, 규모로 보면 상상인저축은행이 가장 컸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동산PF 연체액은 417억원이다. HB저축은행이 139억원 애큐온 저축은행이 39억원의 연체가 있으며, OSB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은 부동산PF 연체가 없다.
 
 
 
다만 요주의 부동산PF여신이 고정이하여신으로 바뀔 경우 5개사 모두 급격한 건전성 저하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체규모와 마찬가지로 상상인저축은행이 부동산PF에 실행한 3868억원 중 2436억원이 요주의로 분류돼 있으며 ▲HB저축은행 563억원 ▲애큐온저축은행 666억원 ▲OSB저축은행 677억 ▲JT친애저축은행 828억원의 규모로 부동산PF 관련 요주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부동산PF 요주의여신 중 50%라도 부실 사업장의 여신으로 분류된다면 건전성 하락은 물론이고, 충당금을 적게는 280억원, 많게는 1000억원이 이상 쌓아야 해 당기손익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원론적으로는 충당금을 쌓아놓은 사업장에 대한 여신이 상환되면 환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금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매각가치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회계적인 관점이 아닌 손실 발생 추정에 대한 전망에 초점을 맞춘다면 매입을 원하는 금융사들은 저축은행 가격을 깎으려는 시도가 있어 매각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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