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저축은행 연체율, 민간에 채권 팔아서 될까
저축은행업권 연체율 일제히 상승 기조
지난해 5월 이어 부실채권 매각 채널 확대
공개 2024-01-25 17: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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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연체율 관리에 나선다. 선제적으로 손실 흡수능력을 높이고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번 매각 채널 확대 등이 저축은행업권의 연체율을 낮춰 업계 전반의 건전성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각되고 있는 한편, 각 저축은행의 부실 채권 질과 규모가 상이해 진행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연체율 증가에 브레이크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의 개인사업자 연체채권 매각 채널을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저축은행중앙회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저축은행 연체채권 정리 관련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연체율 관리 등을 위해 제도 개선사항을 검토했다.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은 보유 협약대상 개인사업자 연체 채권을 새출발기금에 한정해 매각할 수 있었다. 지난 2022년 10월 맺은 새출발기금 협약때문이다. 당시 코로나19로 누적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잠재부실에 대한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 차주를 과잉 추심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점도 있었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원활하게 연체율을 관리할 수 없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채권금융기관들은 내달부터 부실채권 전문투자회사 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차주가 과잉추심 등의 피해를 입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인사업자 연체채권이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부실채권 상각과 매각 규제도 유연해진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연체채권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영업구역 내 신용공여의무 비율이 5% 이내의 범위에서 일시적으로 기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에도 제재하지 않도록 비조치의견서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해당 의견서는 1년간 유효하다.
 
자산 매각 채널 확대뿐만 아니라 취약차주 사전지원 개시 시점에 대한 건전성 분류 기준도 2월 중 정해진다. 저축은행들이 원리금 상환 연체가 발생하지 않은 취약차주를 지원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채권 건전성을 낮게 판단해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민간 회사에 부실채권을 매각한 사례도 있다. 우리금융에프앤아이가 지난해 저축은행 부실채권 공개매각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가 개인무담보연체채권을 한국자산공사(캠코) 개인연체채권 매입펀드 외에 유동화전문회사에 매각할 수 있게 협약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금융에프앤아이는 지난해 12월 12개 저축은행의 1000억원 규모 부실채권을 매입했다.
 
관건은 부실채권 질과 가격
  
저축은행업계 연체율은 지난 2022년 말 3.1%에서 지난해 3월 말 5.06%로 치솟은 뒤 지난해 3분기에는 2배가 넘는 6.15%까지 올랐다. 5대 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연체율은 ▲SBI저축은행 4.76% ▲OK저축은행 7.29% ▲한국투자저축은행 4.73% ▲웰컴저축은행 5.7% ▲페퍼저축은행 8.16% 다. 전년 동기 각각 ▲SBI저축은행 1.44% ▲OK저축은행 4.62% ▲한국투자저축은행 2.45% ▲웰컴저축은행 3% ▲페퍼저축은행 2.81%에 비해 각각 크게는 5%p 이상, 적게는 2.3%p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5대 저축은행의 3분기 누적 대손상각액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대손상각은 부실채권을 매각 등을 통해 정리하지 않고 손해 처리 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3분기 5대 저축은행의 대손상각 누적 총액은 2525억원으로 전년 동기 1406억원 대비 79.6% 증가했다. 지난해 대손 상각으로만 입은 손실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체율 상승과 대손상각액 증가에 따른 매각 채널 확대 등은 저축은행업계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달부터 개인사업자 연체채권 매각 채널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매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에프앤아이가 부실채권을 매입한 것은 지난해 12월인데, 금융위에서 채널 확대를 시행한 것은 5월로, 약 7개월이 지난 뒤에야 부실채권 매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 신용채권에 대한 경험이 있는 회사가 드문 것도 변수로 작용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유동화전문회사가 다뤄본 적 없는 채권으로, 우리금융에프앤아이의 실적 추이 등을 살펴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개인사업자 연체채권에 담보가 충분하다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계획대로 잘 흘러간다면 저축은행의 연체율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나, 개인 연체채권은 각각의 규모가 작아 부실채권 전문 투자회사가 얼마나 매력을 느낄지는 모르겠다”라면서 “특히 중요한 것은 부실채권 매각가격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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