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고삐'…실제 관리는 '미지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2% 이내 관리할 것"
금리 인하 기대감에 오히려 늘어날 수도
공개 2024-01-26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3일 18:3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지주가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한다. 이들 지주회사는 각 은행의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올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는 만큼 관리 성공 여부는 확실치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5대 은행 본점. (사진=각 사)
 
5대 금융지주 "가계 대출 관리 나설 것"
 
23일 5대 금융지주는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금융당국에 가계대출 증가 방침을 보고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2%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759조1000억원으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1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직전 연도 보다 늘어난 규모다. 지난 2022년 가계대출 잔액은 174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9조3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 상호금융권을 포함한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3조원 감소한 것과는 달리 증가세를 보였다. 가계대출의 69.8%인 1228조3000억원은 예금취급기관에 몰려있다. 특히 이 중 예금은행의 지난해 3분기 가계 대출 잔액은 904조5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0조원 증가했다.
 
3분기 이후에도 예금 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커져 지난해 11월 말 기준 1234조3682억원으로 늘었고, 예금은행 대출잔액도 같은 기간 914억2096억원으로 두 달 만에 9조7096억원이 급증했다. 10월 예금은행 대출 규모가 5조1619억원, 11월 4조2995억원 증가해 월별로 보면 감소세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분기별로 보면 가계대출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기타 대출 감소 영향으로 줄어든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에 들어서면서 가계대출 중 기타 대출 감소 폭이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에 비해 작은 탓에 가계대출 잔액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지난해 12월에는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줄어들어 전체 가계대출 성장은 11월 대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5대 금융지주 주장과 달리 가계대출이 실질적으로 관리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월 3.5%로 오른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년째 유지되고 있는 데다 미국 기준금리도 지난해 7월을 마지막으로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리 동결 기조가 지속되면서 올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있어 가계대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금리가 조금이라도 낮을 때 미리 돈을 빌려놓자는 고객들이 과거에도 있었다”라면서 “올해 금리 동결 기조가 지속되거나 금리 인하가 실행된다면 가계 대출이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가계 대출 증가율 1위 ‘우리은행’
 
각 사 보고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3분기 총대출 규모는 ▲KB국민은행 336조4000억원 ▲신한은행 286조2791억원 ▲우리은행 303조9100억원 ▲하나은행 288조790억원 ▲NH농협은행 274조1514억원 이다.
 
 
 
5개 은행 중 지난해 3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출 총액 중 48.8%인 164억원이 가계대출이다. 5대 은행 모두 직전 해인 2022년 3분기에 비해 적으면 0.7%에서 많게는 2.5%까지 가계대출 잔액이 줄었으나 지난해에 들어서면서 분기별로 증가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4개 사는 모두 지난해 2분기 대비 가계 대출 잔액이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3개월간 ▲KB국민은행 0.6% ▲우리은행 1.1% ▲하나은행 0.9% ▲NH농협은행 1%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우리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대출은 108조6570억원이 담보부대출, 24조3350억원이 신용대출로 구성돼있다. 특히 담보부 대출이 전분기 대비 1.3% 증가했으며 신용대출은 0.3% 증가했다.
 
다만 우리은행도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대출 추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분기 우리은행의 가계대출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2.2%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가계대출이 전분기 대비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의 가계대출은 총 131조484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0.5% 증가했으며, 특히 신용대출이 1% 증가했다. 이처럼 지난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점차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대출 잔액 중 가계대출은 43.7%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이자이익은 5조6170억원, 비이자이익은 5580억원으로 영업수익 내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가계대출 잔액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가계대출이 증가하면 이자이익이 커져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으나, 기업대출 위주의 영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기업금융 분야에서 우량 자산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한편,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혁신역량을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우리그융그룹은 지난 19일 열린 2024년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지난해 하반기 15조6000억원의 우량 자산을 늘려 기업금융에 대한 강점을 보였다"라면서 "전통적 강점 분야인 기업금융 명가 위상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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